권진아 - 끝
차라리 화를 내지 싫어졌다고 말을 하지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니
내가 갈게
애써 미안한 표정 하지 마
싫어진 거잖아
그래, 널 떠날 줄게
비겁해지는 널 보는 게 아파
내가 갈게 널 보내줄게
슬프다
넌 여기까진 가봐 끝이었나 봐
난 시작이었는데
널 떠나보낸 건지
내가 떠난 건지
떠나는 널 붙잡지 못한 건지
아니 붙잡지 않은 건지
분간도 되지 않을 정도로 하늘의 구름은 너무도 이뻤던 그날
너와 나의 마지막을 가둬뒀던 그 문을 열고 나와 하늘을 한참이나 바라보았지
햇살이 핀 조명처럼 날 비추어 주길 바랬어
하지만 구름은 한 줄기도 허락하지 않았지
흥, 그렇게 길고도 뜨겁던 사랑이 끝나던 그날 조차 난 주인공이지 못했었나 봐
널 원망하진 않아
그냥 그저 주인공이 못 되는 한심한 조연뿐일 나를 원망해야지
아니면 이런 날조차 나를 위할지 모르는 저 한심한 하늘을 원망해야지
넌 아무 잘못도 없으니 언제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