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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Jun 21. 2018

영어를 잘하면 친구가 저절로 생긴다?

서울 생활 적응기 III

 한국에 돌아와서 아이에게 첫 친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야기해 볼까 한다. 이건 영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국 오기 전, 들은 말이다. '한국에선 영어만 잘하면 친구가 저절로 생긴다' 그땐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외국에서 바로 전학 온터라 처음엔 우리 아이에게 학교 친구가 없었다. 귀국한 지 한 달이 채 안되었을 때, 뜻밖의 연락이 왔다. 학교 영어 선생님에게 소개받았다며, 한 학부모가 만나자고 했다. 내용인 즉, 어린이 영어 기자단에 인원 1명이 부족하여 우리 아이가 기자단에 들어와 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방송국에서 만드는 영어 프로그램에 학교별로 영어 기자단을 만들어 촬영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송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학교에서 4명이 한 조로 나가는데 1명이 부족해서 연락했다는 것이다. 전학생이라며 우울해하던 아이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아이를 설득해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아이들 넷이서 같이 준비하는 프로그램이라 팀워크도 중요하고 취재할 내용에 대한 리서치도 필요하다. 아이들끼리 모이게 할 기회가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부모와도 어울리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초등학생이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처음엔 잘 몰랐다.  3명의 아이들은 매년 몇 달씩 자비로 영어권 국가에서 연수하고, 살고 온 아이들이었다. 강남의 어학원도 꾸준히 보내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개인 영어 과외도 하고 말이다. 이 정도의 열성과 노력으로 공부시킨 아이들이었다. (아마도 영어만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 가족에겐 너무 생소하다. 전학생이라 친구가 없었던 아이에게 첫 친구들이 생긴 것은 반갑다. 다만 이 것이 영어 때문이라는 게 생소할 따름이다.



 한국 초등학생의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까지 여야 할까? 영어는 국제 공용어임에 틀림이 없다. 영어를 몇 살 때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한국에 살면서 외국어인 영어를 원어민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은 지나친 것 같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부모의 재력과 아이의 영어능력이 비례하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지금 우리 가족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말이다.



 '영어를 잘하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 

(예를 들어, 한국어로 출간이 안된 지역의 여행책을 영어로 본다거나...) 인터넷에는 영어로 기록된 정보가 한국어보단 수백 배는 많으니, 고급 정보를 더 쉽게 얻을 수 있다. 한국어로 된 비좁은 세계보다, 광활한 영어의 세계에서 보고 듣고 알게 되는 정보의 양과 질은 차원이 다르다...... 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즘엔 번역기가 발달되어 있다. (앞으로 더 정교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어로 된 정보조차 다 보지 못한다. 너무 영어에만 집중할 필요가 없어진 세상이 된 것이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한국 사회는 영어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라 할지라도 영어를 잘하면 대우받는다. 우연찮게 우리 아이가 (외국에서 살다 와서) 영어를 잘 해 한국사회에서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유럽에선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다.


 유럽엔 참 많은 언어가 존재한다. 좁은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무척 많다. 그래서, 대학교육 정도까지 받은 사람이면 모국어뿐 아니라 한 개 이상 외국어를 구사한다. 무엇보다 이웃나라끼리 언어적 유사성도 많다. (헝가리어나 루마니아는 제외.)

 

유럽에서의 영어는 우리나라만큼 경쟁력이 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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