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의 생활과 문화
유럽에선 일반적이지만, 한국에선 보기 힘든 것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3가지를 뽑아 보았다. 다른 문화와 삶의 방식을 이해하기 쉬운 소재들이다. (이 글은 지난 10년간 유럽 2개국에서의 산 경험을 토대로 한 글이다.)
유럽인은 휴식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대부분 문화권이 그럴 것이다.) 이 휴식을 보내는 보편적인 방법이 여행이다. 보통 유럽(중서부 EU 국가 기준)의 직장인이라면 적게는 2주에서 많게는 한 달 정도 이어지는 휴가를 즐긴다. 바다가 없는 나라에선 지중해를 찾는 경우도 흔하다. 자동차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저가 항공 노선도 잘 발달되어 있다.
잘 쉬는 것은 중요하다. 잘 쉬기 위해 미리 계획을 세우고, 항공권이나 숙소를 예약한다. 미리 예약을 하면 더 할인을 받으므로 휴가 계획을 짜는데 열심이다. 길게 쉬기 때문에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지만, 휴가자의 부재를 대체하는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 업무분장이 주·부로 나누어져 장기간 휴가에 잘 대비되어 있다. (내 생각엔) 한국과 동일한 업무량과 비교한다면 인원이 좀 더 많은 편이다. 구 동구권 국가들의 경우엔 병가 등 결근율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작용으로 너무 오래 쉬고 돌아와서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다.
중부 유럽에 살며 자주 보았던 모습은 아버지와 아들(청소년 정도)이 함께 정원관리와 집수리를 하는 것이었다. 보통 중서부 유럽에서 중산층(자의적인 해석일 수 있음) 이상의 가정이라면 정원 딸린 주택에 거주한다. 아파트(유럽식 영어로는 flat이라고 부름)는 주택보다 싸고, 주택을 아직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란 인식이 있다. 주택은 대부분 자기 소유이지만, 아파트는 임대(월세)도 많다.
유럽(EU기준)의 근무시간은 한국보다 짧다. 그래서인지, 퇴근 후에 정원 관리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집수리나 정원관리는 남자의 일이란 인식이 강하다. 특히 구 사회주의 국가였던 중부 유럽에선 전통적으로 아버지가 아들에게 집 관리하는 것을 가르친다. (조직문화를 연구하는 체코인 전문가에 따르면, 사회주의 체제 시절엔 취미생활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아 집을 수리하고 꾸미는 것을 중요한 취미이자 소일거리로 삼았다고 한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집과 정원을 관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란다. 집의 관리를 위한 용품을 파는 대형매장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용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한다. 어떤 사람은 1년 넘게 직업을 가지지 않고, 자신의 집을 직접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 직장을 그만두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집을 지을 때 작업(지하에 와인 창고를 만든다거나, 아이용 놀이방을 꾸민다거나)에 직접 참여하는 집주인을 본 적도 있다. 집과 정원을 얼마나 예쁘게 잘 관리하고 사느냐는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인 것 같다.
중부 유럽(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에서는 직접 확인)엔 남녀 공용 사우나가 있다. 사우나는 한국에도 있지만, 남녀 공용이라는 것이 다르다. 어떤 곳은 남녀가 분리가 되어 있기도 하고, 요일별로 남녀가 나누어 사용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우나실에 들어갈 때, 수건을 주는데 이 수건은 땀을 닦는 용도라는 것이다. 내 땀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관리하라는 의미이다. 신체의 부위를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보통 몸에 두르지 않고 깔고 앉아 있다. (앉은 부위에 땀이 나니까...)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지만, 실제 하는 중부 유럽의 사우나 문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