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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Jun 19. 2018

호칭을 통해 유럽인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유럽인의 의식 구조 이해 (IV)

 호칭은 친밀도 혹은 지위나 권위를 나타낸다. 유럽에 살기 시작한 지 1년 차에 겪었던 사례를 통해 호칭이 유럽 직장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살펴보았다. (유럽 2개 국가에서 10년간의 유럽 생활을 토대로 한 경험이다. 보편적인 사례로 소개하지만,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중부 유럽에 산지 1년쯤 되었을 때, 전 직장에서 겪었던 일이다. 나의 관리하에 있던 팀에서 팀장과 팀원 간에 큰 갈등이 표출된 적이 있었다. 전부 현지인으로 구성된 조직이었다. 조직 내 갈등은 어느 회사나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내가 이를 알아차린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었다. 갈등이 증폭되기 전에 분명한 전조가 있었다. 

 

 문제가 된 팀장에 대한 팀원들의 호칭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유독 그 팀만 팀장을 부를 때 Mr.(혹은 Mr. 에 해당하는 현지어로)에 성을 붙여 호칭을 하고 있었다. 다른 부서에선 현지인 팀장과 팀원들끼린 서로 이름(first name)을 불렀다. 그 당시 내가 알고 있던 상식으론 윗사람(나이, 직급)이나 잘 모르는 사람을 부를 때 Mr. 나 Mrs. Ms. 등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였는지 당연하게 느꼈던 것이다.


 나중에 호칭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 결과, 발견된 사실이 있었다. 그 팀장을 부를 때 (자신의 팀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Mr. 없이 그냥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자기 팀원들은 격식을 갖추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그 팀원들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자 일부러 호칭을 그렇게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사적으로 친해지고 싶지 않은, 공적인 공간에서만 만나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그 팀장과 팀원들 간엔 (외국인인 내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던 사이에) 틈이 벌어져 있었던 것이다.  



 한국 회사에선 "김대리"처럼 직급에 성을 붙여 호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알게 모르게 유럽보다 조직 내 위계질서가 중요시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유럽에서도 Doctor 학위를 가진 사람이 Dr.로 불러주길 바라는 사람을 본 적은 있다.) 호칭만으로 따지자면, 유럽 회사가 한국 회사보다 수평적인 것은 사실이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직급 호칭을 부르지 않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호칭을 다르게 부르는 것만으로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바뀐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익숙한 것을 고쳐나가는 과정이 더 혼란스러울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직급 호칭과 같은 위계질서가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호칭을 어떻게 부르든 상사의 인격이나 리더십이 (직급으로 표시되는) 권위보다 앞서는 조직이 좋은 조직은 아닐까? 유럽 회사에선 거리를 두는 호칭인 Mr.(부장님, 과장님, 대리님 등도 같은 종류로 본다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한국 회사라면 더욱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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