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북부 몬테레이 체류기
México는 꽤나 더웠다. 하지만 9월부턴 비가 자주 내린다. 오후만 되면 강한 소나기가 내린다.
배수가 안 되는 도로는 물로 넘쳐나기 일쑤이다.
하지만 이건 멕시코 북부의 덥고 건조한 지역인 Monterrey지역 이야기다.
수도인 중부의 멕시코시티는 2천 미터가 넘는 고산지역이며, 남부엔 열대지방이 존재한다.
멕시코시티는 고온 지대라 연중 기온이 20도대를 유지하는 온화한 지역이다.
멕시코는 큰 나라다. 인구가 1억 3천이 넘는 세계 10위 인구대국이다.
무엇보다 멕시코라는 나라를 생각할 때 나에게 가장 강한 기억으로 남을 이야기는 빈부격차가 아주 큰 나라라는 것이 될 것이다.
내가 본 몬테레이 남부 San Fedro Garza García지역은 Santa Catarina강 북쪽 몬테레이 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몬테레이 남부의 가장 부유한 지역과 강 북쪽 지역은 다른 도시다. 다른 나라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 지역 대부분 사람들의 외모도 구시가 몬테레이 사람들과 차이가 있다. 멕시코는 다인종으로 구성된 국가이다. 역사적으로 스페인의 지배하에 다양한 혼혈로 인해 피부색과 외모가 달라졌고, 지금도 이 다양한 인종이 함께 섞여 살아가는 나라이다. 백인의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상류층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덜 위험하고 부유한 지역에 이런 백인들이 살고 있다. 한 도시에서 지역에 따라 도시 외모와 살고 있는 사람들의 외모가 다르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현대의 멕시코는 인종과 경제적 차이로 인한 다양함과 빈부격차가 극명히 나타나는, 하지만 그 혼란스러움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나라였다.
캐나다나 호주처럼 이민자들의 다양함이 만들어내는 문화의 차이가 아니다.
한 국가에서 현대까지 이어진 역사에서 만들어진 혼란스러움이 유수한 시간을 거쳐 이젠 자연스러워진, 그리고 이런 다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회가 된 것 같다.
그것은 가진 자들이 자신만의 세계를 너무도 오랜 기간 공고히 지켜온 탓이다. 부는 세습되고, 가난도 이어진다. 계층 간 이동의 사다리가 너무도 허약하다. 상속세가 없다니 부자를 위한 나라이다.
하지만 멕시코는 스페인 지배 전 고대 마야문명과 아즈텍 제국으로 알려진 찬란한 역사가 어어져 온 곳이다. 스페인인이 거의 파괴해 버렸지만, 아즈텍 제국과 그 이전의 문명은 현대의 멕시코가 자신들의 선조로 받아들이며, 국가의 토대로 생각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이러한 스페인 침략 이전의 시대에 대한 재해석과 국가의 뿌리로 받아들이게 된 것은 멕시코 혁명 이후, 새로운 국가의 가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찾아낸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멕시코라는 국가의 가치를 찾은 것이다.
그래서 멕시코는 치안이 불안하고, 살인율이 높은 혼란한 나라임에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나라이다. 혁명의 저력과 찬란한 원주민의 역사와 유산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멕시코 북부 몬테레이는 백만이 넘는 인구를 가진 몬테레이시와 주변 도시를 합쳐 4백만이 넘는 인구로 구성된 메트로폴리탄 몬테레이로 되어 있다. 누에보레온 주의 주도로 현재는 인구 규모로는 멕시코 제3의 도시이지만, 경제력 규모로는 수도인 멕시코시티에 이은 2번째 도시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교통의 요지이자 전형적인 산업도시로 시멘트, 음료, 전자,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미국 등 세계적 기업의 생산기지와 지사가 존재한다.
지명은 왕을 뜻하는 레이와 산의 몬트가 합쳐져 있다. 말 그대로 높은 산으로 빙 둘러싸인 분지이다. 그래서 덥고 소나기가 자주 내리는 지형적 특성을 지닌다.
몬테레이의 상징적인 상인 말안장 모양의 산을 가진 Cerro de la silla 은 시내 어디서나 잘 보인다.
몬테레이 서남쪽에 위치한 Parque La Huasteca 에 가 보았다. 몬테레이 남쪽 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돌산 절벽들로 이루어진 산들은 멕시코 특유의 경치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방문객이 적어서인지, 상점이나 식당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이나 유럽 같았으면, 경치 좋은 위치에 호텔이나 전망 좋은 카페 하나쯤은 있을 법하다.
멕시코는 열대과일이 풍부하다. 가격 또한 아주 저렴해서 맛있는 무기질과 비타민을 마음껏 섭취할 수 있다. 매주 근처 슈퍼마켓에서 열대과일을 종류별로 사 먹어 보았다.
우리나라에선 용과(붉은색으로 여의주처럼 생겼다고 해서 생긴 이름)로 불리는 Pitaya는 한국에서 비싸게(멕시코에선 용과의 가격이 1Kg당 69페소(현재 환율로 4,120원) 밖에 되지 않으니 다른 열대과일 보다 조금 비싼 편이지만 확실히 한국보단 싸다.) 사 먹어 보았던 맛과는 확연히 당도와 신선함이 달랐다. 아보카도는 멕시코에선 가격이 싼 전형적인 서민 음식인데, 영양가가 좋아서 가난한 사람들도 좋은 영양소를 쉽게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다. 아보카도로 만든 식용유도 팔고 있었는데, 끓는점이 높아서 올리브유와 달리 고온에도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고 불포화지방산이라서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보카도는 한국에서 가격이 싸지만 영양소가 풍부한 양배추와 같은 식품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위 사진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과일은 감자처럼 생긴 사포딜라란 과일이다. 현지에선 zapote라고 하는데 내가 먹은 갈색도 있고, 초록색 단감 모양의 zapote도 있다. 맛은 달콤하고 우리나라 배와 같은 작은 알갱이가 느껴지는 아삭함도 있으면서 부드럽다. 이번에 멕시코에서 처음 맛보았지만 반했던 과일이다. 별 모양의 스타 푸르츠(현지에선 카람볼라라고 부름)는 새콤함이 혀를 찌릿하게 할 정도이지만, 산뜻하고 달콤한 신맛이다. 그 새콤함만큼 역시나 비타민이 정말 풍부한 과일이다. 노란색 과일로 속에 검은 씨가 많은 파파야는 속에 싸를 파내고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제맛인데, 망고와 비슷하지만 덜 단 맛이 느껴졌다.
저렴한 가격에 영양소가 풍부한 과일을 마음껏 사 먹어 볼 수 있었던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몸에 좋은 음식도 많이 먹는데, 대표적인 것이 노팔이란 선인장이다. 걸쭉하면서 약간 시큼한 맛이 나는데, 가시를 없애고 선인장을 통째로 팔기도 하고, 잘게 썰어 팔기도 한다. 난 스테이크와 곁들어 아보카도 소스(스페인어로 salsa)를 뿌려 먹었는데, 먹을만했다.
멕시코 음식엔 빠지지 않는 것이 너무도 다양한 종류의 소스(쌀싸)와 또띠야이다. 멕시코에선 여느 음식점에서나 음식을 시키면 옥수수(혹은 밀로 만든다. 밀로 만든 또디야가 좀 더 비싸다.)로 만든 또띠야를 천으로 만든 백(따뜻함을 유지하기 위해)에 넣어 내온다. 또띠야(Totilla)에 뭐든 싸 먹는 음식을 따코(taco)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 밥처럼 멕시코의 주식이라 부를 수 있는 음식이다. 따코의 종류는 속에 싸 먹는 고기나 채소 종류나, 치즈를 곁들여 먹는 것 등 다양한 종류의 이름으로 불린다. 예를 들어 부리또나 파히따, 퀘사디아, 엔칠라다와 같은 것 들이다. 내가 먹은 것 중에 선 가장 서민적이라는 돼지고기에 파인애플과 소스를 넣어 먹는 따코(이름은 잊어버림)가 가장 맛있었다.
사실은 멕시코에 비만율이 높은데, 값싼 탄수화물인 옥수수로 만든 Tortilla를 많이 먹어서라고 한다. 길거리나 음식 등 어디에서나 흔하게 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Taco인 것이다.
육류의 가격도 정말 저렴(한국이나 서유럽, 캐나다, 호주 대비) 해서 빈부의 격차가 큰 나라지만, 가난한 사람도 어느 정도 고기는 먹고 살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
모링가(인도가 원산지인 건강보조 식품)와 치아씨(멕시코가 원산지임), 그리고 멕시코 커피(맛이 좋고 가격도 훌륭함)를 선물용으로 구입했는데, 비싸지 않은 가격에 선물하기 좋은 아이템 같다.
과자도 다양한 종류가 많았다. 노팔로 만든 스낵과 돼지 껍질을 튀겨 만든 과자인 치차론(Chiacharron) 이란 독특한 과자를 맛보았다. 정말 특이한 과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멕시코의 전반적인 음식(과자 포함)의 특징은 Salsa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심지어 말린 망고나 견과류에 salsa가 없는 것은 찾아보기 조차 힘들다.
이런 맵고 짠 음식의 특징으로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도 맞는 것이 멕시코 음식이다. 또한 리몬으로 불리는 녹색의 라임을 어디서나 흔하게 사용했는데, 새콤함도 빼놓을 수 없는 멕시코의 맛이다. 일반적으로 코로나 맥주(멕시코 남부지방의 맥주라고 함)에도 리몬 즙을 짜서 넣어 먹는다. 맥주 본연의 맛이 좀 달라지는데, 톡 쏘는 맛이 약한 부드러운 멕시코 맥주엔 잘 맞는다.
Tequila(테킬라)도 선인장으로 만든 술로 멕시코의 상징과 같은 존재인데, 사실 맥주보다 그다지 많이 즐기지는 않는 듯했다. 날씨가 더운 북부나 남부 지방에선 더욱 그럴 것 같았다. 몬테레이 지방은 더운 지역이지만, 그늘에선 온도의 차이가 많이 난다. 하지만 자외선이 정말 강해서 피부나 눈의 보호는 항상 신경 써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엔 몬테레이의 유일한(?) 관광지라고 부를 수 있는 푼디도라 공원과 전망대, 그리고 멕시코 역사박물관에서의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