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 아티스트인 뱅크시의 새 벽화 작품이 발견됐다고 한다.
영국 웨일스 남부 포트 탤벗의 어느 차고 벽면에 그려진 벽화다.
소년이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맞으며 즐거워하고 있는데, 그 눈이 사실은 불탄 재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포트 탤벗이라는 도시가 영국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임을 빗댄 작품이라고 한다.
뛰어난 표현력과 한 눈에 들어오는 메시지가 예술을 1도 모르는 나같은 사람이 봐도 대단하고 역시 뱅크시답다.
뱅크시는 스스로를 '예술 테러리스트'라 부른다.
지난 10월 5일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는 그의 작품 ‘풍선과 소녀’(Girl With Balloon·2006년 작)이 140만달러(약 15억8270만원)에 낙찰됐는데, 낙찰 직후 캔버스 천이 잘게잘게 찢어져 그림이 파쇄되는 일이 벌어졌다. 뱅크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몇 년 전 나는 이 작품이 혹시 경매에 나갈 경우를 대비해 비밀스럽게 파쇄기를 설치했다”며 자신이 몰래 설치한 기계장치로 파쇄했음을 밝혔다. 그는 이 퍼포먼스를 통해 “파괴하고자 하는 욕구도 창조적인 것”이라는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그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조적 예술성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 새로 발견됐다는 뱅크시의 벽화를 보는 순간, 올레길을 걷다 제주 김녕 바닷가 마을에서 본 벽화가 생각났다. 벽면 모서리를 경계로 하여 그림에 메시지를 담아낸 것이 닮았다. 그림과 예술을 1도 모르기에 이런 표현기법이 누구의 모방인지 색다른 창조인지는 모르겠다. 벽면을 단순한 캔버스로 활용하지 않고, 주변 풍경이나 설치물과의 어울림 등을 통해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것은 뱅크시가 선도적일 것이다.
따라서 김녕의 벽화도 뱅크시 등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눈에는 김녕의 작품도 뱅크시못지 않다. 아니, 해안 올레길을 한참 걷는 도중에 이 벽화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과 인상은 기사를 통해 뱅크시의 이번 작품을 볼 때보다 더 강렬했다.
김녕 작품의 왼쪽 벽면에는 “나는 김녕의 어머니 입니다.”라고, 오른쪽 벽면에는 “나는 김녕의 해녀 입니다.”라고 쓰여져 있다. 한없이 자애로운 어머니이자, 억척스러운 생활력으로 긴 세월을 살아 온 해녀이기도 한 한 여성의 모습이다. 김녕을 포함한 제주 여성의 강인함과 따뜻함, 전 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특별한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인류보편적인 모성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좌우 이미지와 메시지의 조화를 통해 극대화시켜 드러낸다. 이 정도면 뱅크시보다 못할 건 없지 않을까.
이 벽화는 올레길 20코스 김녕 해안길 어디메쯤 있다. 한 번 걸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