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이미지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와 김장겸-출처:미디어오늘)
2월 23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김장겸 MBC보도본부장을 (일단) 임기 3년의 차기 MBC 사장으로 내정하고, 곧이어 열린 MBC 주총에서 김장겸을 MBC 사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MBC 주주총회라봐야 형식적인 절차다. MBC 지분의 70%는 방문진이 가지고 있고, 나머지 30%는 정수장학회가 가지고 있다. 방문진이 결정하면 끝이지만, 법적인 절차로 주총의 승인을 받는 것일뿐이다.
김장겸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다른 곳의 자료로 대체하겠다.
여기서는 그러한 평가를 받는 김장겸이 MBC 사장이 된 의미와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짚어보겠다.
2월 24일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방문진이 새 사장 선임을 밀어붙인 것은 MBC를 극우세력과 박근혜 정권의 마지막 보루로 만들겠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며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MBC를 보수정당의 영향력 아래에 두기 위해 '알박기 인사'를 강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의 해직언론인 중 한 명인 박성제 기자는 자신의 페북에서 "MBC는 이제 촛불에 저항하는 태극기 세력의 마지막 보루가 될 거"라고 말했다.
모두 전적으로 타당한 지적이다.
MBC는 이를 위해 김장겸 임명 직전, 극우태극기친박세력이 부여한 미션을 더욱 성실히 수행할 김장겸의 손발, 입이 될 경력직에 대한 대규모 채용계획을 공지하고 진행중이기도 하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방문진이 MBC 새 사장을 선임했지만 방송법·방문진법 개정안 등 언론장악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시한부 사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0대 국회 개원 직후 과반이 넘는 162명의 야당 국회의원들이 '언론장악방지법'이라며 공동발의한 '방문진법 개정안'에는 방문진 이사 구성과 임명 그리고 MBC 사장 임명 절차를 지금과 달리 규정해놓았다.
[162명 국회의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 발의]
그리고 이 법이 통과될 경우, 개정된 내용에 따라 방문진 이사를 새로 구성하고 MBC 사장을 새로 뽑도록 규정해놓았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이 법이 통과되면 경향신문의 지적처럼 김장겸은 최대 6개월 정도의 임기만 누리는 시한부 사장이 되는 게 맞다.
'방문진법 개정안'을 처리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자유한국당의 신상진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의 간사는 초강경친박 중 한명으로 꼽히는 박대출 의원이 맡고 있다. 이 둘에 가로막혀 국회의원 162명이 뜻을 모아 발의한 '방문진법 개정안'은 여태껏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방위의 다수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무소속 국회의원이 차지하고 있고 여러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지만, 신상진과 박대출의 어거지와 디펜스에 가로막혀 교착 상태에 있다.
그리고 여태껏 잘 버텨 MBC에 김장겸이라는 대못을 '꽝' 박아놓은 상황에서 자유한국당과 친박세력이 그 못이 뽑히도록 두고볼 여지는 더더욱 없다. 따라서 결정적인 상황 변화가 없다면 김장겸의 임기는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방문진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현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는 2018년 7월까지 이어진다. 앞으로 1년 반 동안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던 고영주 이사장을 필두로 한 6명의 친박 방문진 이사와 이들이 대못으로 박은 김장겸 사장이 MBC를 극우태극기친박세력의 진지로 만들어 적폐청산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지금 그려볼 수 있는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다.
최대 1년 반을 버틴다는 각오로, 대못 뽑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이명박 정권이 <PD수첩>을 산산조각내면서부터 시작된 'MBC 절망의 시대'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 끝이 사실상 예고된 상황이다. 그동안 끝모를 싸움을 하며 누구는 해고되고, 누구는 한밤중에 수갑을 차고, 누구는 마이크를 빼앗기면서도 MBC 내부는 버텨왔고 다시 일어나고 있다.
대못이 뽑힐 시점이 정해진 상황에서, 그리고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던 권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대못들이 아무리 악다구니를 쓴다한들 그 위세는 결코 지금까지와 같을 수 없다. 버티고 대치하면서 하나하나,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법적인 책임, 도덕적인 책임, 금전적인 책임 물을 수 있는 것은 다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