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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awho Mar 15. 2017

ICT정부조직개편, 껍데기와 영역표시보다 중요한 것

"'정부조직개편?'='나의 영역은 어디?'"


지난달부터 대선 이후 차기정부 조직개편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 

입법부와 행정부에 직간접적으로 걸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사안이다. 과연 영역표시를 어디까지해야 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모르긴몰라도 방송, 통신, 과학기술과 연관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큰 것 같다. 

5년마다 한번씩 더하고, 빼고, 아예 없애고, 새로 맹그는 과정 속에 가장 변동이 심한 분야가 이쪽이었고, 이번에도 아마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름이든, 조직 자체든) 없어질 것은 누구나 예측가능한 일이라 '그러면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을 너도나도 가지지않을 수 없으니 더더욱 그렇다. 



돌고돌아 'MB방통위'?


어제(3월 14일)도 국회에서 <차기 정부의 방송산업정책 과제와 정부조직 개편방향>이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하나 열렸다. 

발제자부터 토론자까지 대체로 '가칭 미디어위원회'라는 조직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이 미디어위원회가 어느 영역까지 포괄하도록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무르익지 않은 편이나, 방송과 통신이 미디어위원회의 나와바리라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은 없었다. 규제와 진흥 기능을 동시에 가져야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콘텐츠와 관련된 것을 아예 통으로 여기로 넘길거냐 어쩔거냐, 신문은 어떻게 할거냐, ICT는 어디까지 위원회 구조에서 맡을거냐 등등의 또 다른 논점들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사실상 MB정부 당시의 방통위와 유사한 조직이 되는 셈이다. '한바퀴 돌아 다시 구 방통위냐' 싶은 약간의 자괴감과 상상의 빈곤이 느껴지긴 하지만, 방송과 통신을 한데 모으고, 규제와 진흥을 같이 하는 정부 조직을 합의제기구로 할 경우에는 이름이야 어찌됐든 MB때의 방통위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가칭 미디어위원회'를 무작정 '구 방통위'로 치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토론회에서도 말미에 사회자가 패널들과 주최측 국회의원들에게 '미디어위원회가 구 방통위와 유사한 조직이라면 여기에 무엇을 확대하고 강화해야 되겠느냐?'고 여러차례 꽤 집요하게 물은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 같다. 


언제나 사업자편이었던 그들


'무엇을 확대하고, 무엇을 강화하면 될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템을 보강하거나 특정 스킬을 레벨업하는 방식으로는 이명박근혜 9년 동안 '구방통위, 방통위, 미래부'를 보면서 느낀 답답함이 전혀 해소가 될 것 같지 않다. 

그 조직이 미디어의 다양성을 꽃피우고, 민주주의를 살아숨쉬게 할 공론장을 구축하며, 한편으로는 재기발랄하고 한편으로는 뽀대작살인 콘텐츠들이 마구마구 만들어지는 기반을 조성하거나, 하루가 다르게 눈돌아게 발전하는 디지털 환경이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사업자만 배불릴 게 아니라 국민복리에 이바지하도록 만들리라고는 더더구나 전혀 믿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몇년 동안 구 방통위와 방통위, 미래부를 접하면서 가장 큰 문제점이랄까, 이들의 한계랄까 언제나 느껴지던 것이 있다. 이들의 행정과 이들의 결정이 십중팔구, 아니 99%로 사업자편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사업자들끼리의 문제에서는 더 힘센 놈들의 편이었고 방귀 좀 뀌는 놈들의 편이었다. 

구 방통위와 방통위, 미래부는 언제나 방송사와 통신사편이었고, 지역지상파보다 서울에 본사가 있는 지상파편이었고, 케이블보다는 어쨌든 IPTV편이었다. 종편을 편들었고, 종편중에서도 TV조선, 채널A의 편을 들었고, MBC와 KBS 사장의 편을 들었다. 

시청자와 통신이용자는 보도자료에서 정책을 미화할 때나 등장할뿐, 산업이 우선이었고, 방송·통신사업자의 자율과 영업비밀이 최상위 가치였다.


구 방통위는, 그들이 출범시킨 종편의 승인심사자료를 어떻게든 공개하지 않으려고 마지막까지 시민과 법원에 맞섰고, 지금 방통위 또한 두번째 재승인심사의 결과를 낱낱히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구 방통위의 정보공개거부로 시작된 통신요금 원가공개 소송은 아직도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고, 미래부는 그 핑계로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나날이 다양해지는 미디어환경과 다변화된 시청환경속에서 각 채널들에 대한 통합적인 시청점유율은 어떻게 되는지 산정하기 위해 시작된 'N스크린 시청시간 조사' 결과는 "조사방법의 신뢰부족"이라는 대외명분을 내세워, 실제로는 시청시간이 낮게 나온 채널사업자의 반발로 인해 몇년째 공개하지도, '시범사업' 딱지도 떼지못하고 있다.

단통법 도입 당시 '분리공시'의 필요성을 인정했던 방통위는, 삼성의 반발로 분리공시가 무산된 뒤에는 입장마저도 180도 바꿔,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단통법 분리공시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기도 하다.

협찬, 간접광고, 가상광고, 중간광고에 온갖 불법과 편법이 횡행하지만 방통위는 더 열어주지 못해, 규제를 더 완화하지 못해 난리다. 

LG유플러스 단통법 위반행위에 대한 사실조사 전날 방통위 담당과장이 LG유플러스 대표이사와 만나 밥을 먹질 않나, 롯데홈쇼핑 재승인 심사 때 롯데가 허위자료를 제출한 걸 알고서도 미래부 담당공무원은 로비를 받고 눈을 감아줬다.

KBS와 MBC, 방문진의 막가파식 막장행태에 대한 방통위의 태도에 대해서는 그냥 말을 말련다.



정부조직 퍼즐맞추기와 동시에 소프트웨어도 고민하자


이런 속성을 강제로라도 바꾸지 않는 한 독임제든, 합의제든, 독립기구든, 행정기구든, 무엇을 넣고, 무엇을 빼든, 어떤 기구를 만들든지간에 그 기구가 제대로 일을 하리라 기대하지도 신뢰할 수도 없다. 

이들 기관에 대한 신뢰를 갖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그들의 행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사업자들에게 어떤 자료를 받아서, 어떻게 평가했는지, 그들이 어떠한 결론에 도달한 회의의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이를 위해 어떤 자료를 만들었는지 철저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들 기관의 투명성을 어느 수준으로 어떻게 높일지, 공정경쟁은 물론 새로운 사업기회의 기반이 될 산업정보는 어느 범위까지 어떤 방식으로 공유할지가 논의되고 정리되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사업자 위주로 급격히 기울어진 각종 자문단이니 TF니, 심사위원회니 하는 기구들을 구성할 때 다양성을 획기적으로 보장했으면 좋겠다. 주로 '전문성'을 명분으로 하여 업계 이해관계자나 학자들을 중심으로 꾸려지는 이들 기구들은 대체로 사업자들의 이해를 둘러싼 대리전 양상을 보여왔다. 따라서 이해관계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집단, 그리고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집단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확대했으면 좋겠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을 정부기관들이 대체로 동일하게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방송, 통신, ICT분야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부처를 새로 만들고, 없애는 퍼즐맞추기는 당연히 해야겠지만, 각 부처의 운영행태에 대한 각 영역에서의 진지한 점검과 개선책 마련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운운하며 전혀 새로운 사회로 진입한 것처럼 요란법석인 방송, 통신, ICT 분야라면, 더더구나 정부부처 또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운영방식으로 뜯어고쳐야 하지 않을까. 

이 분야에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는 류의 이야기가 오래된 격언처럼 떠도는데, 미디어위원회든 뭐든 정부조직이라는 껍데기를 어떻게 운용할지, 그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짤지에 대해서도 심도깊게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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