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diawho Mar 30. 2017

무한도전 방송금지 논란과 MBC경영진의 속내

자,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가며 과정을 짚어보자.


1) MBC <무한도전>은 4월 1일 '국민내각' 특집을 방송할 예정이다. 

이번 특집은 '2017년 국민들이 바라는 대한민국'의 모습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내용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4개월에 걸쳐 받은 1만 여건의 국민 의견 중 가장 많은 공감대를 얻은 일자리, 주거, 청년, 육아 등의 주제별로 각 정당별로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 의원들을 섭외해 녹화를 진행했다고 한다. 국민대표 200명이 대한민국에 필요한 새 법안을 제안하고, 현직 국회의원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입법을 도우는 역할을 맞는다고 한다. 입법도우미로는 정의당 이정미, 바른정당 오신환, 국민의당 이용주, 자유한국당 김현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5명이 출연한다.


4월 1일 방송예정인 '무한도전-국민의원'편

2) 자유한국당이 낸 <무한도전> '국민내각' 특집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이 3월 30일로 잡혀 법원에서 재판이 열린다. 같은 날 무한도전 제작진은 언론을 통해 "이번 주 '무한도전' 방송을 보시면 지금의 걱정이 너무 앞서지 않았나 생각하실 것"이라며 "오히려 국민들이 어떤 말씀하시는지 직접 듣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3) 자유한국당은 3월 28일 법원에 <무한도전>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대변인 논평 등에서 자유한국당은 "김현아 의원은 바른정당 창당 행사에 참석하고 공식 행사에 사회를 보는 등 해당행위를 일삼아 왔다"며 "실제로는 바른정당 의원 2명이 출연하고 한국당 의원은 출연하지 않는 것이므로 방송의 공정성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출연하지 않으므로 방송이 되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여기까지는 3월 28일부터 30일에 걸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무한도전 김현아 의원 출연' 논란의 대강의 내용이다. 조금 더 거슬러가보자.


4) 3월 27일 극우보수(혹자는 '애국'으로 표현) 인터넷매체 뉴데일리에 <무한도전 꿈꾸는 '국민내각'에 자유한국당은 없다?>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무한도전'이 이번 주말 방영키로 한 '국민내각' 특집 방송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5) 3월 26일 밤 9시, 또 다른 극우보수(역시나 혹자는 '애국'으로 표현) 인터넷매체 미디어워치에 <무한도전 국민내각 ‘좌파 내각’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6) 이보다 4시간가량 앞선 3월 26일 오후 4시께 MBC 기자이자, MBC의 '제3노조'라 불리는 'MBC노동조합' 공동위원장인 김세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주 무한도전 출연자들을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는 글을 썼다. 김세의는 "김현아 의원은 몸만 자유한국당에 있을 뿐 마음은 바른정당에 있는 사람"이라며 "방송으로서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비례대표라서 의원직을 뺏길까봐 자유한국당에 있는 것", "바른정당 공식행사에서 사회를 맡는 황당한 일도 저질러...현재 자유한국당에서 당원권 정지 3년 중징계를 받은 상태" 등 이후 등장하는 자유한국당의 핵심적 주장들이 이미 이때 김세의에 의해 주창됐다. 김세의는 이글에서 "다음주 토요일 방송 전에 반드시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김세의 페이스북

앞서 등장한 뉴데일리와 미디어워치의 기사는 김세의가 페이스북에 쓴 글을 소스로 하여, "언론노조의 정치편향에 맞서 ‘공정방송’을 주장하고 있는 MBC  김세의 기자가 내달 1일 방송될 ‘무한도전’ 출연진이 형평성에서 어긋난다며 회사의 조치를 촉구했다"(미디어워치)거나 "김세의 기자는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주 무한도전 출연자들을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무한도전' 제작진이 선발한 원내 5개 정당 대표자 중에서 사실상 자유한국당(구 새누리당)을 대표하는 의원만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썼다. 


이제 시간순으로 보자. 


3월 26일 오후 김세의가 김현아 의원의 무한도전 출연을 최초 문제삼으며 "방송 전에 반드시 조치가 필요하다"고 한 뒤, 극우보수 인터넷매체를 통해 김세의의 주장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8일 자유한국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무한도전'을 문제삼음과 동시에 "조치가 필요하다"는 김세의의 요구를 실천에 옮기듯 방송금지 가처분신청까지 냈다. 이 정도면 김현아 의원의 무한도전 출연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상 김세의가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백보양보해 자유한국당은 김현아 의원의 무한도전 출연에 대해 불만 정도는 가질 수 있다. '왜 하필 김현아냐'는 정도의 불만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될 수준이다. 하지만 김현아 의원을 두고 "해당행위를 일삼아왔다", "실제로는 바른정당 의원 2명이 출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내가 보기엔 누워서 침뱉기다. 


물론 김현아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대로라면 바른정당에 갔어야 되는 사람임은 맞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하지 않기 위해 탈당하지 않는 사람임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김현아 의원을 비판한다면, 동시에 자유한국당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현아 의원이 해당행위를 하고, 자유한국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자유한국당에서 김현아 의원을 출당시키면 된다. 출당조치를 할 경우에는 비례대표 의원직이 박탈당하지 않기때문에 자유한국당 역시 '스스로 나가길' 바라며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리는 등 구박만 하는 것이다.


김현아 의원이 탈당하지 않고, 자유한국당이 김현아 의원을 출당조치하지 않는 한, 어쨌거나 김현아 의원은 국회 내 자유한국당이라는 원내교섭단체에 소속된 국회의원이다. "실제로는 바른정당"이라거나 "사실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아니다"고 주장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는 명백한 사실에는 부합하지 않는 '주장'일뿐이다. 


'무한도전'은 국회에 존재하는 5개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을 모두 출연시켰고, 따라서 형식적으로는 100% 공정성을 지켰다. 내용적 공정성은 방송을 봐야 알겠지만, '무한도전'이 설마 프로그램에서 각 정당의 정치적 행보나 정당간 이해관계와 관점이 치열하게 엇갈리는 사안을 두고 맹렬한 토론을 벌일리 만무하므로, 내용적으로도 공정성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애초 이번 특집이 일자리, 주거, 청년, 육아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제를 놓고 국회의원들이 입법을 돕는 내용이므로 오히려 일부 다른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전문성이 논란이 될 여지는 있어도 부동산, 도시계획 관련 전문가로 평가받는 김현아 의원의 섭외는 더더욱 내용적으로 문제삼기 힘들어 보인다. 따라서 법원에서 자유한국당의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기는 힘들거다.


문제는 김세의다. 


김현아 의원의 출연 그 자체를 놓고 "형평성에 어긋났다"며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현아 의원이 여전히 자유한국당 당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김세의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의 관점과 생각을 자유한국당(중에서도 박근혜 탄핵을 반대한 집단)과 동일시하지 않는 이상 이런 주장이 나올 수 있을까.


박근혜 탄핵을 거치면서 MBC는 '애국방송'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이른바 애국세력들이 MBC의 모든 것을 치켜세우는 것은 아니다. 가장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무한도전>이다. 이들에게 <무한도전>은 한마디로 '좌파프로그램'이다. 


지난해 2월 한겨레 등을 통해 폭로된 '백종문 녹취록'에는 ,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을 하던 박한명이라는 사람이 "저는 교양, 보도 이런 쪽도 있겠지만, 사실 저는 지금 예능이요, 국민을 좌파, 좌경화하는데 일등공신이라고 봐요"라고 말하고, 동석했던 MBC 간부가 "김태호나 작가의 전략"이라고 호응하며, 백종문 본부장(현 MBC부사장)은 "(김태호 등이) 의도하고 있는 거지, 회사가 손을 못대고 있는 거지"라고 말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현 MBC경영진과 극우보수세력들은 '무한도전'을 국민을 좌경화시키는 좌빨방송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시청률이 많이 나오기때문에 손을 못대고 있다는 의미다.


(관련기사 : “좌파들이 현대사 부정, 우리가 이승만 다뤄야”)


즉 '무한도전'을 항상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다가 이번에 꼬투리잡았다는 식으로 "조치가 필요하다"며 손보기에 나선 것이다. 김세의는 '백종문 녹취록'에 등장하는 박한명에게 MBC 내부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으로 꼽힌 바 있다. 박근혜 탄핵 과정에서는 태극기집회세력으로부터 영웅처럼 추앙받기도 했고,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고 쓰인 방패를 든 사람과 환하게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김세의의 뜻과 현 MBC경영진의 뜻이 다를까. 최근 MBC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100분토론'에 출연해 MBC경영진을 비판한 것에 대해 며칠에 걸쳐 보복보도를 쏟아낸 바 있다. 자유한국당이 국민예능으로 꼽히는 '무한도전'에 대해 방송금지가처분신청까지 냈음에도 만약 가만히 있는다면 MBC경영진의 속마음은 김세의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관련기사 : “김세의 기자 MBC 내부정보까지 유출했다”)

(관련기사 : MBC 찾은 태극기 집회, “대한민국 언론 희망! 고영주·김세의 만세!”)

작가의 이전글 ICT정부조직개편, 껍데기와 영역표시보다 중요한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