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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키드 Sep 10. 2024

내가 더 유명해져야한다. 한 회사를 움직일 수 있을만큼

상품가치 제로에 수렴하는 채널과 콘텐츠. 그래. 내 능력으로 뛰어넘어주마

구직자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서울의 우수한 기업을 직접 찾아간다.
거기서 일하는 이들의 철학과 직무 이야기,
회사에서 일하며 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굉장히 단순하고, 또 평이한 컨셉이다.

여기까지는 납득이 다들 가시겠지.


그렇다면 다음 문단은 어떤가?

“알려진 적 없는 일반인”이 인지도가 높지 않은 본인 회사 채널의 이름을 가지고, ”잘 알려진 브랜드들“을 설득하러 다닌다. 우리 채널에 출연하시라고, 내가 당신들의 회사를 홍보해주겠다고. 유튜브 용이라 재밌는 예능형태라고.


내가 회사 담당자라면 아래와 같은 순서로 응대할 것이다.

전화가 왔다면 “네 메일 보내세요”라고 끊고

메일을 받았다면 적당히 몇 줄 읽다 삭제했을 것이다

레퍼런스도 하나 없는 제안을 상부에 보고하기 어려워서 적당히 구석에 숨겨둘 것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 새로운 일을 하기에, 나의 제안이 그들에게 있어 베네핏을 느끼기 어려우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누구보다 내가 새로운 도전을 싫어하니까 공감한다는 말이다.)


잘 안다. 출근한 순간부터 직장인은 기존 업무를 하기에도 시간이 벅차다. 근데 새로운 일을 하려니 얼마나 메일에 클릭을 하는 것이 힘들겠는가.


실제로 기업 취재 제안 과정에서, 제법 담당자와 대화가 통해서 내부 보고가 진행되다가, 이사진 등 의사결정권을 가진 분들에게 최종 거부를 당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안할 이유가 없어보인다”는 우리 회사 내부의 의견과 달리, 그들은 “딱히 할 이유가 없어보인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 이게 회사지. ‘긴 설득’이 필요한 순간 결재권자는 고개를 젓게 되어 있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감축하는 예산이 홍보 마케팅일진데, 그런 홍보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처음보는 이들이 제안을 하니 승인할리가.

우물 안 개구리의 여실한 현실을 느끼는 것 같아서, 씁쓸하지만 나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모니터 앞에 덩그러니- 멍한 표정으로 제안 거부 회신 메일을 보고 실망하는 스스로를 바라보며 조용히 비소를 날렸다.


매출에 직결되지 않는 콘텐츠 제작에 굳이 기업의 리소스(인력)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그런 의견(심지어 제작 출연 배포 모두 우리가 부담하는데도!)


난, 그들을 전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바로 새로운 것에 대한 회의를 갖는, 도전보단 유지, 혁신보단 향상성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나라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공감을 하다가도, 콘텐츠를 만들어야되는 내가 이런 자세를 취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콘텐츠를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야겠다.

전에 없던 깊은 열의가 조금씩 타오르기 시작했다.


바로 이맘때부터.


한번만 더. 한번만 더 기회를 만들어나가자. 지난 번의 피드백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에 임해보자. 거기서 또 한번 경험을 쌓아 다음엔 더 잘해보자. 기회가 간절했다.


다시 자리에 앉아 부지런히, 또 악착같이 고개를 들어

더 많은 기업들에게 제안서를 쓰고,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건내고 또 거부를 당한다.


누군가는 대답조차 하지 않고,

누군가는 전화도 메일도 받지 않는다.


삼성 인사팀 출신이든, 공공기관 담당자든,
8학군 출신이든 옷을 잘입든 브런치 작가든,
내가 그 어떤 것이든 상관 없다.

난 그들에게 크게 매력없는 제안을 던지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로 보여지는, 그뿐이다.


오히려 피드백을 주는 기업 담당자가 감사했다.

피드백이 올때마다 기획안과 메일을 수정했다.

광고 효과를 모르겠다 : 보유한 매체에 대한 전면 검토와 광고 계획을 전면 수정

참여할 리소스가 부족하다 : 메일 최상단에 모든 비용과 기획은 우리가 부담한다고 강조

진행자 역량이 의심  : (민망했지만) 삼성 공채 인사팀 출신 및 경력 면접 횟수 등을 뚜렷이 표기

모호한 제작 방향 : 해당 브랜드에 대한 내 경험과 철학을 최대한 반영하여 어떻게 녹이겠다는 계획 작성


내가 나를 믿지 못하면, 누가 나를 믿겠는가?

이건 나를 세일즈해야만하는 프로젝트다.


회사를 다니며 늘, 내 일이 아닌 회사의 일을 위해서 나를 세일즈하는 것이 너무나 싫었는데, 지금 이 프로젝트야말로 나 자체를 오롯이 세일즈해야만 했다.


내가 그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보여야한다는 생각에 미치자, 나는 지금까지의 나와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더 많은 도전과 거부를 겪자. 그래야만 남는 것이 있다. 더 잘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이 도전하자.


파트너사도, 팀장님도, 회사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다. 출연도, 취재도, 설득도 모두 나의 몫이다. 내가 한만큼 내 프로젝트가 만들어진다는 것, 이런 부담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만들어내는 촬영 기회에서 처음 느끼는 현장의 버거움을 맞으며, 하루라는 짧은 시간 안에 그것들을 이겨낸다. 고작 한번의 촬영을 경험했을 뿐이지만..


https://brunch.co.kr/@alexkidd/140


그렇게 열심히 브랜드들을 찾고 설득하는 와중에 엄청난 소식을 하나 들을 수 있었다.


내 주변 누구나 알법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그런 커피 브랜드에 대한 제안을 받은 것이다.


정말? 거기를 만나볼 수 있다고?

제안을 주신 담당자분께서는 “안할 확률도 있다”고 하셨다. 그렇지. 그런걸 원래 하는 브랜드가 아니니까.

그러면서도 혹시 해당 브랜드에서 긍정적인 결정을 내렸는데, 내가 속한 회사에서 리젝을 할 경우도 있지 않겠냐”며 두가지 고민을 말씀하셨다.


이해할 수 있는 고민이다. 특히 우리같이 굉장히 보수적인 공공기관은, 커피 브랜드에 대해서는 프랜차이즈나 대기업 정도 밖에 모르니까. 담당자인 내가 하고 싶어도 윗선에서 반대 하면 소개해 주신 분이 난감해지실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누구에게도 장담을 하지 않는 보수적인 내가, 더군다나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신감이 적은 내가 내 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아직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소담한 내 일이지만

누구보다 ‘회사 일에 내 주장을 안하는’ 회의적인 나지만

이제 겨우 한 개 회사를 촬영했을 뿐이지만

대표이사는 커녕 팀장님조차도 잘 설득 할 수 없는 불리한 상황이지만


나는 분기탱천한 장수처럼 당당히,

그러나 누구보다 자신있게 대답했다.


우리 회사 대표님을 포함한 그 누구라도
이 프로젝트를 거부하면 내 이름을 걸고
설득하겠습니다. 자신 있어요.


이건 기회다. 잡아야한다. 안될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안되면 앞으로도 안될 것이다.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이 브랜드를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가자.

자신있었다.

내가 오랜 시간 팬이었던 이 브랜드, 그리고 커피에 대한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지식과 경험,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 즐기는 브랜드와 문화에 대한 자신감. 이건 누구도 줄 수 없는 자산이다. 어떤 작가가 와도 나보다 브랜드와 커피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없다. 어떤 MC가 와도 내가 이 브랜드와 맺은 10년 이상의 팬심, 어릴때부터 다져온 커피와의 추억을 당해내기 어려울 것이다.


내가 부족한건 그저 유명세 하나뿐,
가진 모든 능력을 부어서 이 브랜드를
취재한다면 누구보다 승산 있다!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왔다.

야성의 감으로 볼 때, 충분히 내 진행 능력과 우리 콘텐츠의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내가,

어찌 겸손할 수 있겠는가? 살려보자. 기회를!


그 날부터 나는 그들의 회신만을 기다렸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미팅 자리만 만들수 있다면, 커피에 대한 내 철학과 경험, 브랜드 팬으로서의 지식을 담아 이야기할 수 있을텐데.


브랜드에 대한 나의 애정, 그리고 재미 요소를 담아 짧은 미팅 시간 안에 쏟는다면,  “그래도 이 사람이면 맡겨볼만 하겠다”라는 내부의 작은 움직임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옷 좋아하는 사람답게, 그들의 브랜드 컬러에 맞는 팬츠를 미팅날 선택했다. 퍼스널 브랜딩을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많겠지. 그러나 내 경험과 스킬은 그것을 압도한다.

그리고 며칠 뒤, 미팅 일정을 받을 수 있었다.


브랜드와 커피에 대한 스터디는 사실 더이상 하지 않았다. 나보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으니까. 그저 내가 아는만큼만 가져가서 브랜드 팬, 커피 문화 애호가로서 가진 시야와 경험을 이야기하면 되리라 생각했다.


나보다 더 커피를 잘 아는 사람, 스펙이 좋은 사람, 유명한 사람은 많다. 그런데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않을만큼의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센스, 퍼스널 브랜딩을 갖춘 사람이다. 방 구석에 앉아 내가 파는 그 하나만 아는 사람이 아니라, 유튜브에 나와서, 모르는 사람들이 보는 콘텐츠를 담아낼 수준 이상의 능력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나는 자신감을 무장할 수 있었다.


그저 ‘다른데서 하는데 여기서 하지 않는 것들’, 그럼에도 빛이나는 것들에 집중하는 나였다. 장인정신, 철학을 가진 브랜드라서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따르는 것 아닌가. 기회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미팅의 날이 밝았다.

나는 삼성 면접을 보러가던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그러나 그 어떤 미팅이나 면접보다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그들의 오피스로 향했다.


어릴적 오락실에서 자주보던 멘트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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