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ra Jun 28. 2018

나와 봄날의 약속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영화 GV]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아래 글에는 일부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 영화를 재밌게 봤음에도 기괴한 포스터..



  강하늘 때문에 본 것? 맞다. 달콤한 제목에도 끌렸다. 

  하지만 ‘나와 봄날의 약속’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좀 먼 영화다. 조금은 괴랄하달까, 혼란하달까? 지구 종말의 전 날 가장 혼란스런 상황 한가운데 내가 서 있는 괴상한 기분이 든다. 


                                                        이들은 외계인. 지구에는 선물을 주러 왔다. 



  지구 종말을 앞두고 네 명의 외계인이 생일을 맞은 4명의 인간을 찾아간다. 외계인은 옆집 아저씨로이기도, 대학후배이기도 하며 병에 걸린 소녀이기도, 요구르트 아줌마이기도 하다. 외계인은 우울한 이들에게 각자가 원하는 선물을 준다. 전개가 다소 당황스럽긴 하지만 현학적이진 않다. 감독의 상상을 특별한 장치 없이 볼 수 있는 편안한 화면이 연속된다. 텅 빈 거리와 어둠이 찾아오기 전, 어스름이 내린 저녁을 배경으로 한 어두운 화면. 그리고 지구 종말 전의 거리와 학교, 옛 기억 속에서 이들이 받는 선물을 쫓아가는 재미가 있다. 



  익숙한 얼굴의 배우들이 작품의 중심에서 극을 이끌어간다. 강하늘 배우 뿐만 아니라 김성균, 장영남, 영화 ‘독전’의 이주영 배우까지. 김성균은 기자간담회에서 “대본이 너무 이상해서 감독님을 뵙고 싶었다”고 말했으며, 이주영도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떻게 만들어질까 궁금했다”라고 말했다. ‘이 영화의 알 수 없는 매력에 배우들이 먼저 반응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유받는 순간은 나도 모르게 찾아오기도 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에게서. 아, 외계인일지도 모르지.



  우리는 어릴 적 자주 상상하곤 했다. 지구 종말의 날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과나무를 심고 있을까? 마지막 순간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은? 현실에 쫓기며 어느 순간 상상하는 힘을 잃은 우리에게 감독은 자신의 머릿속을 펼쳐 보여준다. 4명의 외계인과 인간의 대화 속에 감독이 가진 이야기의 힘이 발휘된다. ‘어차피 다 망할 거, 잘 망하자. 아름답게’라는 대사가 감독의 세계관을 대표한다.


   백승빈 감독은 "현재의 모든 것을 멸망시키고 아름답게 새로운 날을 시작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아름답게 새로운 날이 오기 전, 생일을 맞은 이들에게 외계인이 주는 선물이라니. 상상을 화면 안에 구현한 능력 이전에 그 발상부터 특이하고 신선해, 박수가 절로 나왔다. 


                      그는 극 전반을 관망한다. 글이 안써져 고뇌하는 젊은 영화감독으로 나온다. 



정작 내가 좋아하는 강하늘 배우는 영화의 초반과 끝에 잠깐 나온다. 그럼에도 손에 땀을 쥐며 몰입해서 봤다. ‘과연 선물이 뭘까?’, ‘선물이 가진 서사는 뭘까?’에 대해 추측하며 영화를 보면 더 좋을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일기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