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힘들면 쉬어가도 된다는 위로
따뜻한 내 영화에 모든 이가 관심을 가져서, 심술나는 그런 마음이다. 요새...
좋은 것은 아껴두고 나만 보고 싶었는데, 내 최애가수인 새소년이 핫해지면서 드는 심정이랑 비슷한 걸까..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봤다.
이 영화의 원작인 일본영화 '리틀포레스트'를 좋아한다. 그 색감, 분위기, 배우의 편안한 얼굴 모두를 좋아한다. 김태리가 연기하는 혜원이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포스터의 초록색이 너무 예뻤다.
사실은 내 처지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 혜원은 임용고시를 준비하다가 배가 고프다는 이유로 시골집에 내려온다. 그 곳에는 부모도, 온기도, 가까운 마트도 없지만 허기짐을 채워줄 '기억'이 있었다. 도시락 따위로 허기를 채우며 여기저기 치였던 혜원은 그 곳에서 장작을 패고 밥을 지어 먹으며 허기를 채운다.
매 끼니를 어떻게 '때워야 하나' 고민했고, 교통체증에 2시간씩 통근을 하며 버스 창에 비치는 내 모습이 무취하다고 느꼈다. 서울생활에 지쳐 내려왔다. '도망쳤다'고 생각했다. 창백해져가는 얼굴에 그냥 갑자기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봤자 한 달이었지만 정말 그 얼마 안되는 시간동안 나는 시들어가고 있었다. 결정은 한 순간 이었다. 나조차 나를 어찌할 수 없이 정신차려보니 짐을 싸서 내려오고 있었다.
도망칠 곳이 없었다. 부모따라 떠돌던 인생에 혜원처럼 '기억'이 있는 공간따위 없다. 대학생활을 보낸 곳이 그나마 나의 위안이었다. 내려와버렸다. 내려온 공간은 편안했다. 영화와 놀랍도록 비슷하게 매끼 밥을 챙겨 먹었고, 그 한 그릇에 위로를 받았다. 친구들의 들여다봄이 숨통 트이게 했고 익숙한 장소와 냄새에 미소짓는 시간을 보냈다.
편안하다고 현실에 서 있는건 아니었다. '꼭 현실에 있을 필욘 없잖아' 하고 내가 나에게 말했다. 나는 원래 자기합리화 대마왕이다. 자기합리화를 한다는 것은 한편으론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게 되기도 한다.
정답을 아니까 반대로 생각하려 노력한다. 나는 직진하고 있었고, 내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자 포기하고 내려왔으며 내려온 곳은 날 따뜻하게 안아줬지만 그게 내가 꿈꾼 길은 아니었다. 조용한 밤이면 문득 이런 생각들이 치밀어올라 나를 괴롭힌다. 사과밭에서 재하가 혜원의 현실을 찌를 때, 혜원이 황급히 뒤돌아 걸어갈 때 나도 마음이 쿡쿡 아렸다.
열린 결말이 마음에 든다.
시골집에서 사계절을 보낸 혜원은 돌아왔던 그대로 가방 하나를 올려매고 서울로 향한다. 혜원이 식당에서 아 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이 비춰지고 그녀와 옥상, 화분의 풀이 잠깐 등장한다. 그리곤 다시 시골집.
돌아왔다. 는 그녀의 목소리가 가볍게 들렸던 건 그녀가 그 속에서 길을 찾았다고 믿고 싶은 나의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길은 내가 만들어가면 된다, 혜원이 그랬듯이. 틀어버린 길 속에도 빛이 있다. 아니 어쩌면 길 따위 처음부터 없는지도 모른다. 동굴을 파듯 내가 삽을 들고 길을 만드는 상상을 한다. 상상 속의 나는 땀을 닦으며 미소짓는다. 계속만 간다면 어딘가 도달할 곳에서 나는 후회가 없을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