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동료가 되어라!"도 맥락이 있어야 하는 법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서서히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보입니다. 우리가 휴리스틱(heuristics)하게 하고 있는 대부분의 행동은 생각보다 복잡도가 높습니다. 가령 "삼겹살을 먹자"라는 간단한 생각은 집에서 먹을 것인지, 음식점에 가서 먹을 것인지부터 음식점에 간다면 구워주는 곳에 가서 먹을 것인지, 내가 직접 구워야 하는 곳에 가서 먹을 것인지 등을 정하고 잘 익힌 고기를 입에 넣고 씹어 삼키는 일련의 과정을 통틀어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누구도 이렇게 세분화해서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매번 이런다면 너무 피곤하겠죠.)
만약, 우리가 중요한 손님 혹은 업무적으로 삼겹살을 대접해야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앞서 말했던 것을 고민하겠죠. 식당 후보들을 골라 선별하는 작업도 할 것입니다. (후기들도 읽어보겠죠.) 앞과 똑같은 삼겹살을 먹는 것인데 더 세분화해서 접근하죠. 사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세분화하여 작업을 하면 더욱 만족스러운 자리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삼겹살 먹기 미션 수행하기 위해 혼자했다면 사실 시간이 꽤 걸렸을 것입니다. 왜냐면 저는 보통 집에서 밥을 해 먹어 주변 음식점이나 맛집을 잘 알지 못하거든요. 이번 삼겹살 대접을 위해 주변 맛집을 빠삭히 알고 있는 A에게 추천을 받았고, 우리 팀에서 고기를 잘 굽기고 소문난 B를 손님 앞에 앉히는 치밀함도 있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앞서 말했듯이 '사이드'이기에 우리는 모든 시간을 쏟아 붓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내가 모든 시간을 쏟고 기획,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을 다 할 수 있어서 혼자 수월히 해낼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우리의 시간은 유한하고 역량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때, 나와 함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 일을 쪼개어 정리해보는 것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 나중에 해야할 일을 보이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못하는 일들도 보일 것입니다. 이때, 이것을 포기하고 나 혼자서 하기 위해 못하는 부분을 포기할지 스스로 공부를 하고 역량을 쌓아 혼자 할지, 전문가와 함께 할지 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함께 할때는 내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것이 핵심 기능인지 명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어떤 어떤 게 있고 지금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면서 함께 할 것을 권유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렇게 다가간다면 적어도 상대가 합류를 못한다 하더라도 도움을 주거나 조언을 해주기가 수월합니다.
간혹 우린 친구니까, 너는 개발자니까 같은 이유로 함께할 때가 있습니다. 개발자도 잘하는 분야가 있고, 어떤 영역인지에 따라 구현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learning cost를 고려 안 한다면 상관없습니다.) 또한 친분만으로 함께했다가 사이가 어그러지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이럴 경우 개인의 문제이기보단 초반에 소통이 잘못되었거나 생각이 달랐던 경우 일 수 있습니다.
저는 사이드프로젝트 할 거리가 생기면, 기획을 한 뒤에 피피티나 문서를 만들거나 발표회를 가져 사람을 모집합니다. 단순히 사이드 프로젝트를 함께할 사람을 모집하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를 피드백받을 좋은 기회 기도 합니다. 이렇게 프로젝트의 목적이 명확하면 모인 사람들은 내가 할 일을 알게 되어서 의견이라도 나눌 수 있으니 일석 이조라 할 수 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중간에 와해되는 흔한 경우는 뭘 할지도 안 정했는데 사람부터 구하는 경우입니다. 일단 사람을 모아 아이디어를 내고 무언가를 0에서부터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건 월급 받고 해야 합니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유행이라는데 한 번 해볼까', '요즘 주말에 할 것도 없고 취미 겸 돈도 벌어볼 겸 해봐야겠다.', '내가 아는 누구도 사이드 프로젝트하고 싶다고 했는데.', '누가 유튜브 하려고 하던데 나도 해볼까?' 등입니다. 가볍게 시작하는 것은 무척 좋은 신호입니다. 하지만 완성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면 약간의 문서화를 하고 조사하는 노력으로 오래가고 결과를 내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습니다.
뭘 할지 딱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지인들과 만나는 거죠. 이렇게 모이면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자리가 됩니다. 재밌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수렴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누군가는 그 수렴된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들려다 보니 일이 더 커져 우리들로만 도 안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러다 보면 '누가 총대 메고 그만하자고 했으면 좋겠다.'를 모두가 생각하게 됩니다.
초반에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 문서화를 통해 프로젝트의 구조를 잡기만 해도 누군가와 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무척 수월해집니다. 그리고 정리 후, 잘 쪼개진 일들은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를 보여 줄 겁니다. 역할이 있다는 건 어떤 사람이 필요할지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함께하는 것은 이제 여러분의 몫입니다.
적고 쪼개셨다면 다음은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못하는 일의 구분입니다.
그런 다음 멋진 동료를 찾아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