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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Jun 10. 2023

수두라니요~~

컴플렉스 플렉스하기



70년대 국민학교 교실 느낌 그대로~~~


국민학교 6학년 1학기 초였다.


반 아이들과는 대부분 5년 동안 한번 쯤 같은 반이었거나,

옆 반 혹은 건너 건너 친구들이 많았기에

친구 사귀는 건 쉬운 일이다.

내 뒷자리 친구 Y와는 같은 반이었던 적은 없었지만,

앞뒤로 앉게 되면서 자연스레 친해졌다.




국민학교 시절 나의 교실은 이런 곳이었다. 콩나물시루처럼 다닥다닥~~


3월 중순 쯤이었을까?

그날은 등교할 때부터

 Y의 얼굴색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조회가 끝나자마자 Y는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책상에 엎드려 있지 않는가!

1교시 수업이 끝나자마자, 나는 Y의 자리에

일부러 찾아가, 어디가 아픈 건지,

혹은 다른 무슨 일이 있느냐고,

Y의 소매 부리를 사알짝 잡으면서 다정하게 얼굴을 가까이 다가가며 이마를 손으로 어루만져 주었다.

몇 마디 말을 주고 받았고, 친구는 몸에서 열이 나고 있었다.

나는 교무실에 가서, 담임 선생님께 Y가 아프고,

바로 양호실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결국 나는 Y를 부축해서 양호실로 데리고 갔고,

양호실 침대에 친구를 눕혀주고 교실로 돌아왔다.

아픈 친구를 조금이라도 도와 줄 수 있어 진심 다행이라 생각했다.


다음 날이 되었다.

내 뒷자리에 앉아 있어야 할  Y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별 말씀이 없으셨지만, 분명 아파서

결석했으리라.



오후부터 내 몸에 이상 징후가 발생했다.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몸이 점점 뜨거워졌지만, 오한은 아직 느껴지지 않았고,

견딜 만 했기에 오후 수업까지 모두 마치고 힘겹게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해열제를 먹었고, 다행히 잠은 잘 잤다.

다음 날 아침, 몸이 그리 무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나,

아직 미열인 상태였다.

세수를 하면서 이마에 뭔가 물집이 잡힌 듯

부푼 느낌이 들었다.

거울을 보니 이마 중앙에 붉게 뭔가 올라오는 물집이 보인다.

"에~ 엥~ 여드름은 아닌 것 같은데 뭐지?" 라고 생각하며,  

본능적인 힘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양 손톱을 이마의 물집 사이에 움켜 쥐 듯,

잔뜩 힘을 주어 수포를 짜 버렸다.

(이 일이 내 인생의 최대 얼굴 참사로 터질 줄이야)


수포 터지는 느낌에 순간 시원하고 개운하기까지 했다.


"죽을 듯이 아프지 않는 한, 학교는 무조건 가는 것이다."


엄마의 지령이자  나의 철칙이기도 했다.

 당시 나에겐 너무 당연한 명제였다.

미열이었지만, 해열제를 먹었기에 견딜 만 해서

다행히 등교를 했다.

몸 컨디션이 영 아니었기에 수업을 집중할 수 없었다.

어렵게 수업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뭔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 내 몸을 살폈다.

아침에 보았던 이마의 수포와 같은 동지들이 내 몸

여기저기에 퍼져 있었다.


"죽을 병에 걸린 건 아닐까?"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눈물이 쪼르르 흐른다.

부엌에 계신 엄마에게 달려가, 울먹이며 대충 얘기하니

당장 병원을 가자 하신다.


"수두 입니다."


의사 선생님의 간단 명료한 진단이다.

7세부터 만 12세 정도 걸린다는 수두에 걸렸다.

턱걸이로 수두에 걸리고 말았다.

전염도 된단다.

"아뿔싸! Y에게 옮았구나~"


며칠 전 결석했던 내 뒷자리 Y에게 옮은 것이다.


이미 때는 늦으리.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확 들었다.

후회하면 무엇하리~

"나는 왜 Y에게 가서, 그녀의 옷부리를 붙잡고,

손으로 이마를 어루만지까지 했을까?"


내가 아픈 친구에게 베풀었던 호의에  되려 나는 그 친구로부터 수두를 옮겨 받게 되었다.

결국, 나는 감기처럼 전염되는 수두를 Y에게 가뿐히

받아서, 몸 고생을 했다.

몸이 아픈 건,

일주일 쯤 앓고 나니, 호전됐지만,

수두가 내 몸을 할퀴고 간 흔적이 이마에 동그랗게 남았다.




"수포가 생긴 곳은 절대 짜면 안되고,

약 먹고 열 내리면 서서히 가시니, 그냥 두면 됩니다"


의사 선생님이 알려준 행동 지침은

이미 내가 전날 이마의 수포를 짜고 난 후에 알게 된 내용이었다.

정말 약을 먹고 2~3일 앓고 나니,

열꽃처럼 붉고 물집 잡힌 피부가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며칠 전, 시원스럽게 물집을 건드렸던 이마는 이미 벌겋게 생채기가 난 후였다.




일주일 쯤 지나자,

이마의 생채기 부분은 검붉은 딱지가 생겼고,

딱지가 떨어지고 나서는 움푹 패인 수두 자국이 선홍빛으로 패였다.

외모에 관심이 초 집중됐던 사춘기 시절 수두 자국은

항상 나의 머리카락 사이에 숨겨진 비밀고이자 컴플렉스로 인식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직시하지 않은 컴플렉스는 암묵적으로 존재 뒤에 숨어버린게 나았는지, 그냥 가리고 싶었다.

아니, 사람들이 내 이마에 시선을 두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렸다.

그저 나만 알고 있는 가벼운? 흔적 정도로 기억하고 싶었다.


그런 컴플렉스를 쉽게 플렉스 할 수 있는 나 만의 비법을 찾았던 때가 도래했다.


20대 초반 쯤,

시원스럽게 이마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마의 수두 자국과 내가 대면하기로 한 것이다.

무슨 용기가 샘 솟아서 한 행동은 아니고,

그저 이마를 넘기는 생각에 동한거다.


자연스럽게 세월은 흘렀다.


이제 오십 넘어서는 이마에 주름도 생기고,

수두 자국도 옅어지면서

스스로 거울을 뚫어지게 5초 이상 보아야

발견할 수 있는 존재로 남았다.


지난 세월 나와 함께한 수두 자국이 나의 나 된 모습을 인증해주는 산물인지도 모른다.


"정현아!  너 수고 많았어!

마음 속으로 네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었지?

내가 왜 그 친구의 이마를 만지고,

가까이 가서 수두를 옮겨 왔는지...

네 자신에게 마음의 채찍질 같은 원망의 말들을 지금껏

얼마나 쏟아냈니?


이젠 괜찮아! 친구에게 다가가서 부드러운 말로

위로하고 안부하는 따뜻한 너의 마음을 내가 기억할게"


가끔 어린 시절 그 친구에게 다가가고 있는 나의 모습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영상이 돌아가고 있을 때가 있다.

그 시절로 돌아가면,

과연 나의 행동은 어떨지?

궁금하다.


컴플렉스는 플렉스 하는게 정답이다.


아니, 스쳐지나가 듯 지나가는 세월을 자연스럽게 수용체로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네잎 클로버의 행운은 오늘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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