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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담킴 Mar 06. 2018

어머니는 왜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나

시작하며.

짜장면은 중국집에서 가장 저렴하다. 상사와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우리는 습관처럼 '짜장면 통일'을 외치곤 한다. 무릇 짜장면이란, 중국집에서 여럿이 식사를 주문해야 할 때 개개인의 취향, 연령, 가치관, 세계관 등을 전부 몰살시키고 스스로를 집단의 일부로 귀속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하게 되는 메뉴이다. (참고로 나는 짬뽕을 좋아한다.)


그런 짜장면마저 싫다고 해야 하는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처지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짜장면이라도 시킬 수 있으면 다행인 줄 알아야 한다. 그 마저 마다해야 하는, 집단의 일원 조차 될 수 없는 존재. 집에서, 사회에서, 끊임없이 소외당하고 배척당하고 때로는 혐오마저 받는 버러지같은('맘충'의 충은 벌레 충이다.) 존재가 바로 이 땅 위 엄마들이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 엄마가 되고나니 그 부조리함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리내서 묻고 싶어졌다.

아이를 낳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포기해야 했던, 또는 강요받았던 모든 것들은 과연 정당한 것이었나. 엄마의 희생 위에서야 비로소 성립하는 집 안의 화목은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임신과 출산, 육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여자 개인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 될 수는 없는걸까.


나는 여성학자도 아니고, 사회학자도 아니다. 17개월짜리 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일개 여자 직장인이다. 내가 쓰는 글들이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명쾌한 분석을 내놓지는 못할 것이다. 어쩌면 읽고 나서 더 명치가 답답해질 수도 있겠다. 다만, 대개 아이 엄마라면 겪었을 이런저런 경험들 속에서 접점을 찾아내고 공감대를 만들어갈 수는 있으리라 믿는다. 그 공감의 힘으로 기울어진 세상을 바로잡는데 1g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매일 최고치를 갱신하는 나의 전투력을 이 곳에 전부 쏟아부어보려 한다. 모든 엄마들이 어디서든 자유롭고 당당하게 '나는 탕수육!'이라고 외칠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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