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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얼마 되지 않기는 하지만, 저의 브런치 구독자 여러분들께 소식을 전하고 싶어서 짧게 글을 씁니다. 


저는 지금 박사논문의 마지막 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의 아주 나쁜 습관 중 하나는 너무 머리로만 계획을 많이 한다는 것인데, 마지막 장도 요렇게 저렇게 써야지 계획만 하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워드를 켜서 뭔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뭐든지 머리로만 계획해서는 안 되고 뛰어들어야 진행이 되는 법입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뭐라도 써야 하는 것이지요.  


연구자의 커리어에서 박사논문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쓴 적이 있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만, 일단 이 박사학위라는 자격증을 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주 학식이 높고 인성이 고아해야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나의 부족함을 직시하고 견뎌야 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그런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내 논문이 가장 쓰레기인 것 같은 기분이 3분마다 한 번씩 들었다가도, 번뜩 정신을 차려서, 지금 내가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논문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상기합니다. 그래도 참고문헌을 읽다 보면 아, 이렇게 써야 하는데... 라는 마음에 또 빠집니다. 뭐 저만 그렇겠어요? 박사논문이든 뭐든 뭔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은 다 그렇겠죠.


쓰고 싶은 글이 많습니다. 특히, 신우승의 현대 한국어로 철학하기의 '미감학'이라는 번역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또, 순수 인문학 연구자의 돈벌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다른 연구들도 많습니다. 제가 꽁꽁 숨겨놓고 있는 주제들도 있고, 이미 하고 있는 공부들도 있고, 산발적인 아이디어들도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많기 때문에 박사논문을 쓰면서 완전히 소진되어 버리지 않으려고 애씁니다(하지만 잘 안 될 때가 많긴 합니다). 


이 브런치는, 정말로 제가 박사논문을 다 쓰고 나면 더 이상 운영하지 않을 생각으로 개설했던 것입니다. 2학기에는 정말로 논문에 매진해야만 하기 때문에, 여기에 어떤 글을 더 쓰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미미 쓴 글들에 대해서도 다듬을 부분들이 많습니다만(오역의 문제라든지, 오탈자라든지..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미처 고칠 여유가 없을 뿐..), 그런 작업들도 어쩐지 논문 이후로 미루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거의 모든 일을 박사논문 심사 이후로 미루고 있긴 합니다.ㅋㅋ 마치 그 이후에는 로또라도 당첨될 것처럼...


여튼, 작은 브런치를 잊지 않고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여 학위를 받고 나서도 이곳을 계속 운영하게 된다면 제 이름이 바뀌게 되겠죠? "박사논문이미쓴사람"정도가 될까요? "왜요제가박사논문쓴사람으로보이시나요" 같은 이름도 좋은데.. 그런 이름으로 바꿔서 글을 계속 쓸 수 있도록 건투를 빌어 주세요. 제가 부디 유튜브는 그만 보고 한 글자라도 더 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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