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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차 Oct 19. 2019

외모가 다는 아니지만 기회를 주는 것은 틀림없어

외모의 기회는 평등했다

[Instagram] lacha_studio




"예쁘고 잘생기면 얼굴값 한다는데 못생기면 꼴값하는 거야. 

 이왕이면 이쁘고 잘생긴 게 좋잖아.

 그런 것 보면 분명 외모가 분명 다는 아니지만 기회를 주는 건 틀림없어. 그게 이성이든 면접이 든 간에..

 우리.. 관리하자."



30대에 접어들어 친구와의 통화 주제에는 외모가 빠지지 않는다.

서로의 사생활을 공유할 때 타인에 대한 묘사는 외모부터 시작한다. 

키, 얼굴, 체격으로 분위기를 파악하고 이미지를 그리고 상상하며 통화를 이어나간다. 오늘의 소재가 끝나갈 때쯤 대화의 타깃은 자연스레 '나'로 향하며 자기 성찰과 다짐으로 귀결된다.


손해 보는 편은 아니었다.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난 처음으로 같은 반 낯선 친구에게서 귀한 손편지를 받아보았다.

"너 예쁘고 분위기 있는 것 같아. 친해지고 싶어."

아.. 여자한테 이런 설레는 말을 들을 줄이야.. 심지어 장문의 편지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친해지지 못했다. 그 친구가 그리던 나의 이미지와 실제 성격이 달라서였을 것이다.

그 이후에도 살면서 관대한 대우를 받은 적이 더러 있었다. 그리 예쁜 편은 아니지만 특별히 불쾌했던 적은 없으니 썩 나쁘지 않다고 치자.


외모의 기회는 평등했던가.

외모, 옷차림 등 적당히 중요성을 인지하던 나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한 두 번 마주친 어리고 잘생긴 녀석에게 퐁당 빠져버린 것이다.

친구와 통화를 하며 설레발을 치고 그 친구의 얼굴을 묘사하고 말투와 행동을 분석했다. 심심할 때마다 그 녀석을 떠올리며 수줍은 중학생 마냥 설레발을 쳤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 기회란 거. 저 어린놈한테 왔구나. 하지만 저 녀석한테는 굳이 필요 없을 수도 있겠어'


인생은 역지사지의 패턴 반복이던가.

스스로 정의했던 외모 지상의 부작용을 내가 겪을 줄이야.

잘생긴 녀석은 역시 얼굴값을 했었고 그 얼굴값에 나는 헤어 나오는데 꽤나 힘을 쏟았다.

꼴값이라고 했으면 정이라도 떨어질 텐데 이게 뭐란 말인가.

본능적으로 나는 이게 덫이라는 것을 알았고 한 때라는 것도 너무 알았다.

주인공 라인에 합류하지 못한 나는 보조출연자가 되어 있었다.


덫에 빠져들고 빠져나오는데 내가 들인 마음의 노동은 가치가 있었을까.

무료한 일상의 불꽃놀이 같은 이벤트였을까

공허한 마음에 울리는 시끄러운 포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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