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그제도 있던 익숙한 방에 그냥 있습니다. 잠시 일어나 방문을 엽니다. 문을 열고 나오면 새하얀 방이 펼쳐집니다. 바닥도 천장도 벽도 다 하애서 그 규모도 경계도 알 수 없습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당신의 숨소리도 말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경계를 알 수 없는 하얀 방 가운데 한 탁자가 보입니다. 당신은 탁자 앞으로 걸어갑니다. 탁자 옆 팻말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첫 번째 카드를 뒤집어 보니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이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다른 카드를 확인합니다.
'당신을 가장 괴롭게 하는 사람 - OOO'
두 번째 카드를 뒤집어 보니 이 카드에도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이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탁자 위에 택배박스와 같은 것들이 끝없이 쌓입니다. 작은 상자도 어마어마하게 큰 상자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쌓입니다.
각 박스에는 '상자를 확인하고 던져버리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한 상자를 집어듭니다. <내용물: 당신은 너무 뚱뚱해! 꼴 보기 싫어>
상자를 들고 던져버립니다. 와장창창! 하얗게 부서지며 산산조각이 납니다. 또 한 상자를 집어듭니다. <내용물: 당신은 다르다와 틀리다도 구분을 못하는 무식한 놈이야!> 상자를 들고 던져버립니다. 와장창창! 하얗게 부서지며 산산조각이 납니다. 조각조각은 다시 새하얀 방에 흡수되어 잔해가 보이지 않습니다.
꽤 무거운 한 상자를 집어듭니다. <내용물: 당신은 고작 그 능력밖에 안 되지?> 아주 거세게 던져버립니다. 당신의 말은 귀에 닿지 않으니 찰진 욕과 함께 상자를 부숴버립니다.
슬슬 속도를 내봅니다.
두 상자를 동시에 집어듭니다. <내용물: 또 골골댄다.. 정말 당신은 비리비리한 놈이야> <내용물: 이런 식충이 같으니라고..>
새하얀 방에서 거센 파괴음과 소리 없는 욕설로 가득 찹니다.
또 하나를 집어던져버립니다. <내용물: 점수가 고작 이것밖에 안되다니.. 이렇게 정신이 나약해서야.>
그다음 상자는 <내용물: 패션 센스가 이따위밖에 안되다니.. 같이 나다니기가 부끄럽군.> 그다음 상자는 <내용물: 말을 그따위로 밖에 못하는 이기적인 생물체야!> 그다음 상자는 <내용물: 정말 하는 꼬락서니가 싹수가 없어> 그다음 <내용물: 긍정적인 거니 멍청한 거니?> 그다음.. 그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