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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토리 Oct 06. 2019

가장 보통의 연애 - 평범함 속의 특별함. (스포 有)



* 결말 및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의하여 주세요.


보통의 기준


가장 보통의 연애는 전 여친에 상처 받은 ‘재훈’(김래원)과 남친과 뒤끝 있는 이별 중인 ‘선영’(공효진)이 한 직장에서 만나게 되며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두 사람은 참 다르다. 이는 영화 도입부에서부터 보여주고 있다. 선영은 바람인가 아닌가? 선영은 상대가 바람을 피웠으니 그건 이미 헤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재훈은 당연히 그건 바람이다. 만나고 헤어지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냐?라고 반문한다. 


얼마나 기다렸다가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나야 바람이 아닌 건가, 하루? 한 달? 

그것에 대한 기준은 누구도 정할 수 없다. 그 '보통'에 대한 기준을 생각해보는 게 이 영화의 시작이다. 

사람은 제각기 다른 기준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나의 사건에도 수많은 관점, 수많은 시선이 존재하듯이 우리는 우리 주변의 것들을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 기준이라는 것은 우리의 성향과 경험을 통해 세워진다. 


선영의 입장이 되어보자. 연락을 뚝 끊어버리는 예전 남자 친구, 바람을 피우며 연락이 되지 않는 전 남자 친구. 이런 연애를 해온 선영에게는 굳이 헤어지자는 말이 없어도 명백한 이별의 귀책사유가 있다면 그건 헤어진 것이다. 반면 재훈은? 진득한 순정파에 가까운 재훈에게 연애의 시작과 끝은 명확해야 한다. 진심을 다해서 사랑하는 재훈에게 이별은 가벼울 없다. 어떤 성향을 가지고 어떤 경험을 해왔느냐에 따라서 보통의 기준은 달라진다.


각자만의 '보통'의 기준을 지닌 사람들이 만나서 사랑을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 연애의 어려움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른 것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한다는 것은, 말로는 쉽지만 행동으로는 어려운 법이니까.




술술술, '나'다워지기.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꿰뚫고 있는 매개체는 '술'이다. 술에 취해 재훈은 전 여친 수정에게 끊임없이 카톡을 한다. 재훈과 선영 그들이 가까워진 계기도, 어색해지는 계기도 '술'이다. 그들이 잠자리를 가지게 되는 것도 결국 술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두 사람의 공통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술을 마시고 기억을 못 한다고 말한다. 술 마시면 원래 아무 말이나 주절댄다고 주변 사람들이 말한다. 근데 정말 그게 아무 말이었나? 아니었다.


둘은 술을 마시고 한 행동과 말 모두를 기억하고 있다. 모른 척하고 있을 뿐이다. 술의 힘을 빌려 마음에 있는 말을 내뱉고,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한다. 맨 정신으로는 할 수 없으니까. 쪽팔리니까. 이런 찌질한 모습들이 우리의 공감대를 사로잡는다. 영화는 술을 통해서 주제 또한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내뱉을 수 없다.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때로는 가면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온다. 마음에 없는 말을 내뱉고 행동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영화의 주인공인 재훈과 선영 그리고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대표가 가자고 해서 가는 주말 등산,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위해서 기꺼이 주말을 반납한다. 선영은 재훈이 좋다. 하지만 말할 수 없다. 과거 사수와의 관계가 때문에 망쳐버린 사회생활을 여기서도 똑같이 반복하고 싶지 않다. 재훈은 괴롭다. 약혼녀가 바람을 피워서 파혼했지만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내 사생활을 사회생활에 가십거리로 만들고 싶지 않다.


영화에서는 술을 마시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다라고 말하지만 술을 마시고 나서야 마음에 있는 말을 터놓는, 진심을 말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조금 더 '나'다워질 것을 요구한다. 주변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툭 하고 내뱉을 수 있는 용기. 


결말 장면을 떠올려보자. 선영은 아이러니한 자신의 송별회에 와서 모든 걸 터놓고 이야기한다. 이전 회사에서 비슷한 상황에 도망쳤다면 이번에 선영은 정면에서 들이받아버린다. 물론 우리들의 회사생활에서 이렇게 들이받...아버리면 안 되겠지만, 맞고만 살지는 말자는 것이다. 보자 보자 하면 보자기로,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보통'의 기준을 넘어선 사람들을 그저 흘려보내버리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들이받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들이받아버리는 순간 유치해질 수도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은 비합리적이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다. 나도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거라고? 참다 보면 곪아 터지는 것은 나다. 주변 상황에 휘둘려 '나'를 잃어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나'다워지는게 비록 비합리적인 방법일지라도, 때로는 필요하다. 그게 이 영화를 보며 짚어볼 만한 포인트인 것 같다.




 가장 보통의 연애


100명이 있다면 100가지의 연애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 '보통'의 연애를 하고 있다. 누구나 과거 연애의 아픔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중 누구의 아픔이 '가장' 최고인가? 누구의 연애가 '가장' 보통에 가까운가? 뭐니 뭐니 해도 '나'의 연애가 가장 보통이고, 나의 아픔 그리고 나의 기쁨이 가장 최고가 아닐까?


가장 보통의 연애는 우리들의 연애, 더 나아가서는 나와 주변에 관한  삶의 균형을 생각해보게끔 한다. 우리는 모두 평범하다. 가장 보통의 연애를 하는 우리들에게, 가장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남이 아닌 '나'의 특별함을 한 번 되돌이켜볼 수 있게 해주는 영화. 그 메시지를 안고서 영화를 다시 바라보자. 조금은 다르게 보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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