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에 백약이오름을 올랐는데 공기가 맑아서 기분이좋았다. 30대 초반 비흡연자의 폐라서 아직 제법싱싱하겠지만, 더 건강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무척 짜릿했다. 내일 아침에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오늘 오전엔 다른 오름을 찾아 올라 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눈을 뜨니 비가오고 있어서 오름을 오르고자 했던 마음은 고이 접었다. 대신 해안도로를 타고 분위기가 좋아보이는 스타벅스에 들어왔다. 어제 밤에 미처 다 하지 못한 일도 있고, 바다를 보며 허세충 모드로 퇴사의 여유를 즐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평소 스타벅스를 자주 이용하기도 하지만 전공이 전공인지라 '공간'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이다. 그래서 어디를 가도 공간기획이나 동선, 가구배치 등을 보면서 '이건 왜 이렇게 했을까?'하며 짱구 굴리는 걸 즐기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 처음 방문한 이 곳은 아주 흥미로운 곳이었다.
"알겠어요 얼른 나갈게요"
내가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이유의 5할 이상은 3-4시간 이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도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 없다는데 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스타벅스에서 눈치 보는 경험을 하는 중이다. 무척 흥미롭다. 공간배치만으로 이렇게 무언의 압박을 끊임없이 줌으로써 공간기획의 목적을 달성하다니. 역시 고수닷
1. 커피빈인줄?
이 곳은 단층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꽤 넓다. 좌석수도 많고 다양한 방식으로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비치되어 있다. 대충봐도 실사용 면적이 90평은 거뜬해보이는 이 곳엔 콘센트를 이용할 수 좌석이 거의 없다. 단 2개의 테이블만이 콘센트를 활용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테이블이 놓인 위치가 참 재밌다.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노트북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을 애초에 거르는 전략을 취하는 커피빈이 떠올랐다.
이 많은 테이블 중에 콘센트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없다니!
실화냐능!
2. 위치선정 GOOD
내가 앉은 테이블은 10인용 테이블이다. 그런데 흔히 아는 '스타벅스 스타일의 우드슬랩'은 아니다. 아래와 같은 테이블인데 여기에서는 마우스가 제대로 작동을 안한다. 마우스의 움직임이 30% 정도 제약을 받는 느낌? 암튼 컴터로 작업할거면, 특히 마우스 사용이 많은 사람들은 얼른 일보고 가시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읽힌다. 다행이다 나는 거의 키보드만 쓴다 ㅋㅋ
그리고 이 테이블의 위치가 무척 재밌다. 이 테이블은 문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락날락하는 곳이고 겨울엔 찬바람도 많이 들어오는 곳이다. 그런데 심지어 바로 왼쪽에 문이 또 있다. 이건 외부에 있는 화장실로 향하는 문이다. 그래서 우측의 문과 좌측의 문이 동시에 열리면 맞바람도 치고 아주 시원하다^^
테이블 좌측에 있는 문
그리고 콘센트가 있는 또 하나의 테이블. 이건 뭐 정말 노골적이라는 말 밖에 안나온다. 쪼 앞에 보이는 4인용 테이블이 그건데 위치선정이 대박이다. 직원들이 가장 잘보이는 곳이고, 오직 한 방향으로만 앉을 수 있다. 거의 음료를 기다리는 곳으로 쓰일 수 밖에 없지 싶다. 이거시 공간 기획의 힘. 말은 안하지만 말을 한다. 것도 끊임없이.
"컴터 작업 지양좀여^^"
보이시나요?
바로 여기. 콘센트가 있는 2번째 테이블 :-)
여기서는 15분 앉아있으면 직원들이랑 아이컨택 50번 가능할 듯^.^
3. 안뇽 갑니당:-)
오래 앉아 있으려고 온건 아닌데 너무 흥미로워서 글로 남겨보고 있다. 오래 걸리는 글은 아니지만 이제 이것도 거의 다 썼으니 이제 나가야겠다. 애월에 가야징. 역시 스벅은 우리동네 스벅이 최고다. 암튼 공간 기획하신 분께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비꼬는거 절대 아니고 진짜 진심임! 진짜 잘 배우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