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꿈에서 함께 꾸는 꿈으로..
직장을 다니며 현재의 진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해 고민인 친구가 있습니다. 지금 직장을 그만두고 요리사라는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려는 친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친구 : 어제 이탈리아 요리학교 설명회를 갔었는데 정말 거기서 요리를 배우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었어
나 : 맞아 내가 꿈꾸는 것을 하는 것만큼 즐거운 것이 없지
친구 : 일 년이라는 시간과 3천만 원이라는 비용이 부담되네 학교를 마치고 취직이 바로 된다는 보장도 없으니..
나 : 그래 고민이긴 하겠다. 나도 대학 다닐 때 등록금 생각하면 그게 그만한 가치가 있었나 싶은 생각도 들어
보통 많은 대화들이 이렇게 이루어집니다. 상대방의 말에서 촉발된 나의 마음이 언어로 표현되는 것이지요. 설렘이라는 감정이 나에게는 꿈꾸는 것을 하는 즐거움으로 떠오르고 시간과 비용의 부담감은 나의 대학교 등록금의 가치가 떠오르게 합니다.
'나'의 세계에서 '나'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면서 각자 '나'의 이야기를 떠들다가 돌아오게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 나의 말을 들어주기를 기대하며..
앞선 글에서 백트래킹의 전제를 설명하며 (마음을 여행하기 위한 안내사항)
백트래킹의 정의를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상대의 말을 그대로 받아 되돌려 주는 기법
상대방의 말을 되돌리게 되면 반론 불가의 문장이기에 비판적 사고가 줄어든다
상대방의 세계 모델에서 발화한 언어가 그대로 자신에게 되돌아오기에 나의 말을 깊은 수준에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정의를 염두에 두고 혹은 책에서, 강의에서 듣고 대화를 하게 되면 그 사람의 머릿속에는 이런 키워드가 떠다니게 됩니다. '반론 불가의 문장을 말해야지', '비판적 사고를 우회해야지', '이만큼 되돌려 줬으니 래포가 형성되었을까?'
저는 이 정의를 이렇게 바꿔 말하고 싶습니다. 백트래킹은 상대의 말을 그대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언어에 담긴 마음을 있는 그대로 긍정해 주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특정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 언어가 나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가장 근사하기 때문입니다.
근사하다는 것은 거의 가깝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어떤 놀랍거나 멋진 것을 보았을 때도 '와 이거 근사하다!'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내 마음에 존재하는 어떤 감정, 이미지와 거의 가까운 것이 외부에 표현되어있기에 근사하다고 말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우리의 언어는 우리 마음에 가장 근사한 표현인 것입니다. 마음이 담긴 그 언어를 있는 그대로 긍정해 줄 때 우리는 나의 세계에서 상대방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듣고 떠오른 나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잊고 상대방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상대방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사용한 언어를 내가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의미를 모른 채 언어를 되돌려주기만 한다면 그것을 백트래킹이 아닙니다. 언어에 담긴 마음이 알려질 때 비로소 백트래킹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게 됩니다. 상대방이 사용한 언어에 주의 깊게 관심을 가지고 그대로 되돌려 공감을 표현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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