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하릴없이 로망을 쓸까, 로망이나 쓸까
상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답게 살아나 볼까
너가 떠나갈 길을 응시하는 대신
실컷 너를 바라보고나 있을까
모든 걱정이 사라지듯이
그렇게 느껴지는 시간들인 것처럼
아무 말 않고 그저
촉촉히 젖어갈 수도 있을까
너에게 나를 말하고 싶었다.
어쩌면 너가 바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내가 그렇게 바랐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만히 누워 너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는
망설임 없이 한번 행복해져보고 싶기도 했다.
언제나 나를 놀라게 하는 너라서
진심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을 때
내 예상을 언제나 뛰어넘어
진짜를 보여줬던 너라서,
내 마음을 알아채는 것 따위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처럼 해내 보이던 너라서
섭섭한 마음이, 서운한 감정이 내 곁을 더 오래 머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무엇을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도, 종착도 알 수가 없어서
그저 이 반복되는 것 같은 두려움에
지쳐가면서도 로망 같은 걸 쓰고나 있는 걸 수도 있겠다.
너를 바라며, 너를 바라보며
내가 꿈꾸었던 그 많은 곁가지들은
꽃을 피울까-
잎이 자라나, 넓고 크게 자라나
오래도록 푸를, 마르지 않을 나무가 되어 줄까.
너는 정말 그렇게 나에게 꼭 한 사람이 되어 줄까.
복잡한 마음에 너를 안는다
순간 따뜻한 기운이 내 온몸을 감싸어온다
모든 것이 사라진다.
로망을 꿈꾸던 나도,
쓸데없는 걱정을 늘어놓던 나도,
사랑한다 잘도 말하던 너에게
대답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끄럼쟁이 나도,
거짓말처럼 조용해진 그 자리에
사랑 같은 너와 굳이 사랑이고 말 내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