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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은란 Feb 15. 2019

로망을 쓸까 /

나는 그저 하릴없이 로망을 쓸까, 로망이나 쓸까

상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답게 살아나 볼까

너가 떠나갈 길을 응시하는 대신

실컷 너를 바라보고나 있을까

모든 걱정이 사라지듯이

그렇게 느껴지는 시간들인 것처럼

아무 말 않고 그저

촉촉히 젖어갈 수도 있을까


너에게 나를 말하고 싶었다.

어쩌면 너가 바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내가 그렇게 바랐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만히 누워 너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는

망설임 없이 한번 행복해져보고 싶기도 했다.

언제나 나를 놀라게 하는 너라서

진심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을 때

내 예상을 언제나 뛰어넘어

진짜를 보여줬던 너라서,

내 마음을 알아채는 것 따위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처럼 해내 보이던 너라서

섭섭한 마음이, 서운한 감정이 내 곁을 더 오래 머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무엇을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도, 종착도 알 수가 없어서

그저 이 반복되는 것 같은 두려움에

지쳐가면서도 로망 같은 걸 쓰고나 있는 걸 수도 있겠다.

너를 바라며, 너를 바라보며

내가 꿈꾸었던 그 많은 곁가지들은

꽃을 피울까-

잎이 자라나, 넓고 크게 자라나

오래도록 푸를, 마르지 않을 나무가 되어 줄까.

너는 정말 그렇게 나에게 꼭 한 사람이 되어 줄까.

복잡한 마음에 너를 안는다

순간 따뜻한 기운이 내 온몸을 감싸어온다

모든 것이 사라진다.

로망을 꿈꾸던 나도,

쓸데없는 걱정을 늘어놓던 나도,

사랑한다 잘도 말하던 너에게

대답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끄럼쟁이 나도,

거짓말처럼 조용해진 그 자리에

사랑 같은 너와 굳이 사랑이고 말 내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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