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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키 Jun 29. 2018

스웨덴어.. 배워야 할까요?

스웨덴에서 영어로 공부하면서.. 스웨덴어 배워야할까?

스웨덴에 머문지도 어언 10개월, 그리고 스웨덴어를 배운지는 만으로 3개월을 꽉 채웠다. 사실, 글의 서두에 미리 써두자면, 스웨덴어 굳이 몰라도 (학생으로서) 지내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학교 관계자들은 말할 것 도 없이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하고, 슈퍼나 웬만한 가게에 가서도 영어로 물건을 찾고 물어보고 계산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게다가 나처럼 스웨덴 사람이 별로 없는 학과에 다니면 스웨덴어를 들을 기회는 정말정말 적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웨덴어를 배우기로 결심했고, 지금까지도 계속 공부를 하고있다. (요 몇달간 포스팅이 없고 게을러진것은 기말과제와 더불어 밀린 스웨덴어 공부, 스웨덴어 시험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스웨덴어를 처음 배우겠다고 결심했을 때 가장 놀란건 오히려 스웨덴 친구였다. 그 때 친구가 했던 말이 아직도 가끔 떠오르는데, '외국 학생들이 와서 스웨덴어를 열심히 배우는 걸 많이 봤는데 정작 스웨덴 사람들은 스웨덴어 안 쓰는게 문제야 ㅋㅋㅋ' 라는 어투로 스웨덴어에 막 발을 내딛은 나와 내 친구들에게 말했다. 막상 스웨덴의 젊은 층은 영미권 문화와 미디어를 많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밖에서 친구들이랑 스웨덴어로 이야기하고 집에와서 유투X를 트는 순간, 넷플X스를 트는 순간, 게임기를 켜는 순간부터 스웨덴어 스위치는 끄고 영어의 뇌로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노래도 영어 가사로 된 것들로 듣기에, 친구랑 말하는 순간을 빼고는 영어가 더 편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어 학교(SFI)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선생님께서 잠깐 나가신 사이 영어로 수다의 물꼬를 틀 때,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스웨덴에 계속 남아있을 것인지 등등에 대해서 물었는데, 나는 학생이고 앞으로 스웨덴에 더 남을지 안남을지는 불명확하다고 하니 모두 놀라며 '그럼 스웨덴어 도데체 왜 배우는건데? 우린 여기서 일하니까 필요하지만.. 넌 안배워도 되지 않아?? 스웨덴 밖을 나가는 순간 쓸 일이 없어지잖아!' 라며 의아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주씩 스웨덴어공부를 밀렸지만 방학한 후에 헉헉거리며 쫓아오고, 시험보려 전전긍긍하고, 나만의 작은 스웨덴어 공부 노트를 만들어가며 나는 아직 버티고 있다. 왜...?


문맹이 되어있는 그 느낌이 싫어..

스웨덴 사람들.. 이렇게 영어를 잘하는데 솔직히 영어로 병기를 해둘줄 알았다.. 근데 웬만해선.. 영미권에서 생산해 낸 물건이 아닌 이상.. 영어 병기가 거어어어어의 되어있지 않다. 유럽연합의 경우 법적으로 자기 나라의 언어 외에 주변국의 언어로 번역된 정보를 모든 상품 라벨링에 도입하도록 규정되어있다. 그중에 하나는 영어가 껴있겠지? 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스웨덴어 외에 노르웨이어, 핀란드어, 덴마크어로 번역되어있고 거기서 끝이다. 끝.. 그럼 나는 그것에 대해 정보를 얻으려면 반드시 주변에 누군가한테 물어봐야한다. 슈퍼에서 물건 살 때 뿐만 아니라 종종 안내문이나 광고, 규정같은 것들이 스웨덴어로만 쓰여있는 경우도 대다수다. (내가 가장 알고 싶었던 것은... 작은 카페의 메뉴판에 적힌 샌드위치 내용물..) 물론 구글 번역기와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기는 하다. 그렇지만 어느새 정말 기본적인 것들은 알고싶은 마음이 가득해졌다. 이 마음은 가게 점원들이 나에게 아무렇지않게 스웨덴어로 말걸어올때 더 커진다.. 그 간단한 회원카드 있으세요? 영수증 드릴까요? 를 못알아들어서 '미안 나 스웨덴어 못해 뭐라고?'를 또 물어보는게 어느새 지친다.. 그 느낌들이 너무 싫어서 나는 스웨덴어 공부를 시작했다.

3개월차가 되는 즈음에, 이케아에서 "Har du familjkort?(패밀리카드 있으세요?)"를 알아듣고 "Nej(아뇨)" 대답하고 "Vill du ha kvittot?(영수증 드릴까요?)" "Nej, tack(아뇨 감사함다)" 까지 대답한 나자신이 너무 뿌듯해서 스웨덴어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정말 간단한 대화였는데 뭔가 얹힌듯한 속이 뚫리는 기분.. 얼마전 서점에서는 명확하게 모든 문장을 알아들은 건 아니지만 '아랫층에 내려가면 더 많은 종류의 노트가 있어! 노트말고 펜도 많아'라고 권해주는 직원분의 이야기를 대충 알아듣고 고맙다고 대답하며 내려갔더니 정말 괜찮은, 나의 필요에 딱 맞는 노트를 찾기까지 했다. 

스웨덴어 몰라도 충분히 생활 가능하고, 공부하는 데에는 더더욱 문제가 없지만, 정말 사소한 상호작용에서 내가 이 사회에 조금씩 스며든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는 조금 스웨덴어를 공부해도 좋을 것 같다.


한 나라의 문화와 생각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 언어

짧은 견해일 뿐이지만, 한 나라의 문화와 생각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바로 언어라고 생각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기도 하고, 그대로 남아있기도 하는 언어는 한 문화의 특징을 그대로 담아낸다고 생각한다. 모국어라 특징을 명확히 이해하고 쓰는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한국어에서 엄청난 확률로 주어를 빼먹고 이야기를 진행하거나, 줄임말을 즐겨 사용하는 것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격, 또는 전체적인 문화에서 빠르고 간단하게 의사 표현을 하려는 특징이라 생각한다. 또, 한국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한다는 말에서는 우리가 수식어를 많이 사용하고, 듣는 상대의 기분을 고려하기 위함일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비록 2년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한 나라의 언어를 마스터 할 만큼 배울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안 하지만, 정말 '엿보는' 정도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스웨덴어 공부를 시작한 것도 있다. '카더라' 소문에 의하면, 스웨덴어는 가장 간단한(또는 직관적인) 형태로 변화해왔다는데 정말 그럴까? 그런 말하기, 또는 쓰기 방식이 사람들의 의사표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여러가지로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단어들 또한 독특한 것들이 있을 것이라는 궁금함이 더해졌다. 아직 스웨덴어를 배운지 3달밖에 되지 않아 많이 발견을 못했지만.. 현재 발견한 것중에 가장 인상깊은 단어는 바로  Nja[냐] 이다. Yes(Ja) 도 아니고 No(Nej)도 아닌 이 단어는 '아마도..?' 정도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도데체 이 단어는 언제 쓰는 거냐고 스웨덴 친구에게 물었을때, 잘 모르거나,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일 때에 이 대답을 많이 한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본인이 이 대답을 쓸 때에는 '나는 솔직히 반대하지만(또는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일단 니가 그렇다고 하니 그렇다고 하자' 정도의 뉘앙스로 쓴다는데,(※개인의 의견입니다) 돌아가는 상황이나 분위기, 대화 당사자들의 관계에 따라 정말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단어여서 정확하게 딱 꼬집어 이걸 뜻한다! 라고 이야기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 하나 다른 단어는 바로 Lagom[라곰]이다. '적당히' 정도의 단어인데 사실 이 단어는 우리나라의 '정情' 처럼 명확하게 해석하기 어렵다는게 대부분의 의견이다. 스웨덴어 선생님은 '스웨덴 사람들은 lagom 한 사람들' 이라고 칭했는데,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것을 지향하는 모습을 그려내는 것 같다. 그러나 또 젊은 세대에서는 'lagom은 옛말'이라고도 하는데... 음... 이건 앞으로 1년 더 지내면서 정말 그런지 한번 더 확인 해 봐야할 것 같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모르는 것도 많지만.. 조금씩 배워가면 배워갈수록 일년 더 이 곳에 머무르면서 조금 더 스웨덴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는다. 스웨덴에서 공부하면서 스웨덴어를 배울 지 말지, 또는 스웨덴 이외의 다른 언어를 쓰고있는 곳에서 공부를, 또는 일을 하는 분들이 '아 언어를 배울까 말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일단 시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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