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보단 어쩌면 무겁게, 책보단 가볍게
여행의 기록을 남긴 책을 두권 썼습니다.
그저 기록에 추억을 살짝 덧칠하고 그럴싸한 미사여구로 급히 마무리한 책이죠.
첫번째 책은 어떻게 쓰여지는지도 모르게 정신 없이 지나갔어요. 책이 나오는데까지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렇게 짧게 느껴졌죠. 책을 잘 읽지 않다보니 글을 쓰는 것도 익숙치 않았고 훌륭한 비유나 무릎을 탁 칠만한 멋진 문장을 만들어 내기보단 사실을 나열하기에 바빴죠. 그렇게 퇴짜 맞기를 여러번, 결국 말하듯이 썼던 창피한 첫번째 책이예요. 속으론 엄청 자랑스럽긴 했어요. 그래도 내 이름을 달고 나온 첫번째 책이었으니까요. 두번째 책은 좀 더 치밀했죠. 여행을 떠나면서부터 책을 쓸 생각이 있었고 목차를 생각하며, 또 가끔은 글을 써가며 여행을 했죠. 근데 막상 이걸 내고 보니 이건 기행문이 따로 없더라구요. 여행 기간동안 펼쳐진 수 많은 이야기를 담아 내려다보니 구구절절, 내용은 늘어졌고 투박할정도로 솔직했지만 지루하기도 했죠.
두권을 써보니 글로 표현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어요.
그리고 아쉬움도 남았어요. 두권의 책 모두 '여행의 방식'이 특별했기에 출간할 수 있었던 책이고, 그래서 그 여행 이야기에만 집중하다보니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 생각들을 담기 어려웠죠. 그래서 브런치에 그런 못다한 여행에 대한 단상, 감정, 느낌 그런 것들을 시간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막 써보려구요.
블로그보단 어쩌면 무겁게, 책보단 가볍게.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 그 창피하고 아쉬웠던 두 권의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첫번째 책은 '26 euro'예요.
2009년에 나온 책이죠.
이 책은 제가 2006년 7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유럽을 약 8개월간 무전여행하며 쓴 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예요.
무전여행, 말 그대로 돈 없이 여행한 이야기죠.
걸어다니고 히치하이킹을 하고, 길에서 친구를 사귀어 그 친구들 집에서 먹고 자고.
누군 빈대여행, 거지여행 뭐 그렇게 이야기 하기도 해요. 적어도 뒤에선 그렇게 생각하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앞에선 아니었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괜찮아요. 여행동안 저는 떳떳했고 제가 만난 친구들은 저를 다시 유럽 어딘가에 살고 있는 친척, 친구들에게 소개해줄만큼 좋아했으니까요.
그런 여행기라 유럽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어요. 그저 어떻게 먹고 지내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신기한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일기 같은 느낌이죠.
필름카메라 1대와 필름 10롤, 한달만에 고장난 400만화소 똑딱이가 전부였기에 사진도 많진 않아요.
출간할땐 정말 너무 부족해서 내가 다녀온 곳의 관광청에 사진협조를 요청하거나 그곳을 다녀온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몇장 사서 메꿨어요. 그 사진들에는 출처표시가 되어있죠.
아, 이 책은 대만에도 출간 되었어요.
글을 잘 썼기때문이 아니라 소재가 독특하기 때문이죠.
두번째 책은 2013년에 출간 된 '400일간의 김치버스 세계일주'예요.
제가 2011년 10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김치버스'를 타고 러시아,유럽,북미를 400일간 여행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죠.
내용은 제목 그대로 직관적인 이야기예요.
김치버스라는 캠핑카를 타고 400일간 여행을 하며 한국음식, 한국음식문화 등을 알린 프로젝트 여행이야기.
읽다보면 정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실거예요.
두번째 책이라 사진도 준비를 많이 하고 글도 많이 준비했는데 결론적으론 너무 많았죠. 특출난 것이 많아서 고르기 어려웠다는게 아니라 고만고만한 글, 사진들이었기에 그 중에 몇개를 골라 책에 싣는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글자 폰트도 좀 작죠. 후순위로 밀린 글도 많구요. 아쉬움은 많지만 장기간의 여행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서 뿌듯했던 책이예요.
쓰다보니 책 홍보같아졌는데 그렇게 보여져도 괜찮아요. 홍보하면 좋은거죠 뭐.
어쨌든 여행에 대한 단상,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