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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시형 Jul 17. 2016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이 질문에 정확한 대답할 수 있는 여행자가 몇이나 있을까.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여행을 오래 다니고 많이 다닐수록 늘어나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아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질문을 하지? 답을 낼 수 있을거라 생각하나?'라는 불편한 의구심과 동시에 

'아, 다음 여행지를 선택한다면, 혹은 첫 여행지를 선택한다면에 대한 조언을 원하나?'라는 진지한 고민? 

혹은 여행을 다닌다고 하니 묻게 되는 '자동 완성' 같은 질문이라고 느껴질때가 있다.


사실 저런 질문은 별로다.


난 항상 멋쩍게 웃어넘기며 

"아 그건 좀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다. 

그런 멍청한 질문에 대답하기 싫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정말 '제일' 좋았던 곳을 손에 꼽을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위스 제네바의 제트분수



누군가는 스위스가 제일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 사람 이야길 듣고 제네바의 사진을 보면 누구나 '정말 그렇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제 여행은 다르다.

'취향'이라는 게 아주 크게 작용한다.


실제 사진 속에 등장인물이 만약 나라면,

그리고 내가 비둘기, 백조, 거위 같은 조류를 싫어한다면,

혹은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의 햇살이 내 정수리에 쏟아지는게 싫다면,

비치의자에 누워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할 시간이 없다면.

내가 그런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저곳에 가서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트분수를 바라 보던 그때가 제일 좋았고 행복했노라 말했던 그 사람을 생각하며 불평할 것이다.



류시화씨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이라는 책이 발간되고 많은 사람들이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그만큼 영향력이 있는 작가였고 그 책속에 비춰진 인도는 몽환적이고 매력적이었다.

그 여행 이후 인도에 푹 빠지게 된 사람도 있고 인도를 너무 미화했다며 류시화씨를 욕한 사람도 있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냥 다를뿐이다. 

여행에는 정답이 없고 취향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 지저분하던 교통지옥 나폴리도 피자 덕분에 제일 좋았고 

돈 없어서 정말 많이 걸어다녔던 뉴욕도 제일 좋았고

추위엔 떨었지만 전에 볼 수 없었던 자연과 함께한 미국 서부 국립공원도 제일 좋았고

맥주가 맛있고 쌌던 체코도 제일 좋았고

맥주 종류가 끝도 없이 많았던 독일도 제일 좋았고

유럽의 문화와 아프리카의 자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었던 케이프타운도 제일 좋았고

천국에 온 듯한 자연을 보여준 노르웨이나 스위스도 제일 좋았고

2주동안 눈 밖에 보지 못했던 핀란드도 제일 좋았고

진짜 사진에서 봤던 것처럼 삐딱하게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도 제일 좋았고

한적한 농가에서 멋진 노을을 보여줬던 옥스포드 시골도 제일 좋았고

친구가 많았던 파리도 제일 좋았고

어느 음식점을 들어가든 실망시키지 않았던 오사카도 제일 좋았고

.

.

.

좋았던 곳은 정말 많았다.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아니 그냥 모든 여행지가 좋았다.

그만의 특색이 있고 매력이 있었다.


어쩌면 내가 특별한 취향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디가 제일 좋았는지 라는 물음에 대답할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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