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 비가 내리는 아침 나에게 일어난 작은 기적
오늘 나에게 하나님께서 놀라운 일을 허락하셨음에 감사드린다.
솔직히 나는 원래 약자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관심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결국에 나의 만족과 유익을 위한 봉사였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는 밥을 먹으면서도 내 입으로 가져가기 위한 젓가락질이 바쁘고 다른 사람에게 떠다줄 생각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상대방을 위한 배려나 예의로써 자연스레 몸이 움직이지 않는 내 자신이 힘들기도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어느정도 착한 사람으로 비춰지겠지만 커가면서 나의 속내와 죄성을 하나님께서 깨닫게 해주시고 계셨다. 그나마 조금 이라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낮은 자세로 섬기는 일을 연습하라고 비서라는 직분도 허락하셨던것 같다. 오직 내 관심 분야에서 자라나는 것만이 나를 기쁘게 만들었고, 어떻게보면 결혼을 하고 목회를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쭉 그렇게.. 육아를 시작하니 가정을 돌보느라 더 밖을 쳐다볼 여력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하나님께서 나를 말씀을 볼 수 있도록 목마름을 주시더니.. 없는 시간을 쪼개어 성경을 펼치고 복음서와 예언, 대쟁투를 살펴보도록 인도하셨다. 은혜 받은 성경 구절은 기억절 노트를 만들어 적어가며 외워가도록 도와주셨다. 육아로 지치고 따분하기도 했던 일상에서 그 짧은 시간이 내게는 너무나 오아시스처럼 소중해 잠을 자고 쉬어야하는데도 10분만 더.. 한 줄만 더.. 그렇게 하나님의 말씀과 만나는 한 시간을 꼬박 채워갔다. 어찌보면 나는 최근 짓눌려있는 삶의 문제를 뒤로 한채 도피처를 찾아 말씀으로 황급히 달려오게된 것 같다. 놀라운 것은 기억절을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 그 필요한 말씀을 떠올리게 하셨다. 글자 한 토시를 틀리지 않고 암기한 것은 아닌데 그 말씀의 핵심, 하나님의 뜻이 마음에 새겨졌고, 이것은 나에게 처음 있는 경험이였다. 나에게 성령의 필요성을 간절히 느낄 수 있도록 '성령'과 관련된 말씀을 부어주셨고, 나는 날마다 주님께 성령의 선물을 구하는 기도를 드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말씀을 보면서 '선교'에 대한 마음이 다시 불지펴졌다. 예언 공부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고 가장 처음 보여주신 말씀, 마태복음 24장 14절에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거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 ”는 약속을 보고, 단순히 가정과 교회를 위한 목회를 하며 살아갈 것이 아니라, 기독교가 전파되지 않은 외국으로 나가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건강 기별과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리 저리 마음이 돌아다니며 바빠졌다.
그러나 그 분주한 마음 조차도 잡아주신 분은 감사하게도 성령님 이셨다. 계속 성령을 구하는 기도를 해서인지, 말씀을 하나둘씩 읽어 나가면서, 나의 옳다고 생각하는 주장과 계획은 점점 희미해져갔다. 내 환경이 바뀌고 다른 곳에 가야 영혼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있는 지금 이곳에서 나 자신이 하나님을 만나서 먼저 변화가 되고 그렇게 준비가 되면 아주 가까운 주변부터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거라는 마음을 주셨다. 그래서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주영이가 자는 시간이면 서재로 가서 기억절을 쓰고 신앙 서적과 성경을 계속 읽어나갔다. 은혜 받은 성경 말씀이 많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성경책은 요한계시록 이였다. 그 책이 나에게 예수님의 존재와 약속에 대해서 분명하고 밝히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마음에 심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가운데, 일주일 전부터는 유투브로 새로운 주제를 접하게 하셨다. 나는 보통 유투브로는 음악을 듣거나, 설교 아니면 요리 레시피, 드라마와 영화 요약편 이런걸 즐기는 편인데, 어느날 한 영상을 보고 마음에 뭉클함이 커져갔다. 거리에서 방황하는 노숙자들의 제보를 받아 직접 찾아가 만나고 인터뷰를 하면서 소소한 도움을 주며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촬영한 채널이였다. 처음에는 노숙자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호기심도 생기고 변화 과정도 보고싶어서 계속 영상을 찾아가 누르고 지켜보았는데, 한 시리즈가 다 끝나가던 무렵 '노숙자를 만나면 무섭거나 더럽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아.. 날개가 부러진 천사처럼 가엾고 사랑스럽다' 라는 마음으로 바뀌어가면서 '나도 저런 일을 할 수 있을까?'로 변하면서 .'나는 이렇게 잘 살고 있는데..마음껏 누리고 있는 부요가 저 사람들한테 너무 미안하다.','저들을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도 하루 하루 아가 밥 먹이고 돌보는 일에 바쁘니 어떻게 실천해야될지 갈피를 못 잡고 지내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주영이를 어린이집에 아침 늦게 보내고 유모차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일어난 일이다. 비가 내리려고 날이 조금 쌀쌀하고 구름이 많이 껴서 오늘은 아파트 단지 놀이터나 공원에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단지 입구로 나오기 전에 항상 지나는 정자가 있는데 벤치에 한 할머니가 쭈그리고 앉아 쓰레기통 안에 비닐봉지를 들여다보고 계셨다. 처음에는 통에 쓰레기를 버리려고 하시는 건지 아니면 안에 있는걸 찾고 계시는 건지 구분이 안 갔지만 자세히 볼 수가 없어서 걸음을 멈추지 않고 천천히 지나갔다.
할머니의 모습이 멀어지는데 문득 '당장 집으로 달려가 저 할머니께 먹을 것을 얼른 드려야해'라는 생각이 마음 속에 강하게 밀려 들어왔다. 그리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유모차를 밀고 달려가 우리집 부엌에 단숨에 도착했다. 신기하게도, 아가 키우느라 평소에 먹을 거리도 풍족치 못한 집이지만 지난 주말부터 무슨 일인지 반찬을 끼니 마다 새롭게 만들어서 차곡차곡 종류를 다양하게 하고 국도 3L 짜리 냄비를 새로 사서 대용량으로 요리해 두고 오래 동안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는 그렇게 요리한 음식들이 정성스레 마련되어있었다. 아침을 다 먹고 점심에 남편 주려고 반찬을 접시에 담아 놓은게 있었는데, 그걸 꺼내서 도시락 통에 차곡차곡 옮겨 담고 뚜껑을 닫았다. 주말 아침 고소하게 완성해둔 캐슈넛 미역국도 한번 더 뜨겁게 푹 끓여서 담았다. 얼마나 많이 끓여놓았는지, 나눠드리고도 우리 먹을 양이 한참 남았다.
성경 속의 오병이어 사건이 생각났다. 부족한 가운데도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나눌 생선과 빵이 풍족히 남도록 도와주신 기적.
어제 저녁 마트에 들려 주영이에게 새로 줄 과일을 찾다가 고른 꿀 참외도 한 개 집었다. 도시락통을 그 자리에서 아예 드리고 올 작정으로, 일회용 수저 젓가락도 챙겼다. 집을 급히 나서면서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제가 할머니에게 가는 일이 저의 욕심이 아니길 원해요. 그렇지만 혹 하나님이 원하셔서 시키신 일이라면, 제가 갔을 때 아직도 할머니가 자리에 그대로 계셔서, 이 음식을 드실 수 있게 도와주세요."
짧은 거리를 숨 차게 달려서 도착했는데 할머니가 앉아 계시던 벤치가 멀리서 보이는데 비어있었다. 아..그 사이에 가셨구나.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려는데, 원래 계시던 벤치의 건너편 의자에 할머니가 앉아서 실내화 한 짝을 들고 계시는 것이 아닌가! 백발 머리에 비녀를 꼽고 계신 옛날 할머니. 너무 반가웠지만 나는 천천히 다가가 할머니께 미소를 지으며 앞에 도시락통을 들고 앉았다. 그리고 마치 만나기로 한것처럼 자연스레 "할머니 안녕하세요~" 했더니 할머니도 해맑게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신발 찾고 계신거에요?" 했더니 "응 근데 한개 밖에 없어" 하셨다. 나는 그 때 할머니가 신고 계신 구두를 보게 되었는데 많이 낡고 젖은 상태였다. 얼굴을 가까이서 뵈니 음식을 여러 끼니 거르신게 더욱 분명해져서 바로 여쭤보았다. "할머니, 혹시 아침밥은 드셨어요~?" 예상은 했었지만 할머니의 대답을 듣고 나는 주님이 인도해주셨다는 확신에 더욱 놀랐던 것 같다. 건너편 쓰레기통을 가리키시면서, "아니 먹으려고 저기 봤는데 없어서..아직 못 먹었어" 할머니의 말투는 아기 같기도 하고 어줍지만 의사 표현은 잘 하셨다.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찾고 계셨던 것이 맞았다. 눈썰미도 관심도 없는 내가 우연히도 장면을 목격했지만 그게 사실이였다는걸 알고는 마음이 더욱 아파왔다.
용기를 내어 도시락 가방을 벤치 위에 풀며, "그럼 많이 시장하시겠어요.. 괜찮으시면, 이거 드실 수 있으시겠어요? 미역국이랑 반찬이에요.." 도시락 뚜껑이 열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음식들을 보시고 할머니는 눈이 똥그래지셔서 "아이고 따숩네..따수워..어디서 가져온거야? 고마우이 고마워. 복 받아요. 잘 먹을게요"라고 말씀하시며 음식을 하나씩 드시기 시작하셨고 드시면서도 열 번이나 넘게 같은 말씀을 하셨다. 처음에는 도시락만 드리고 가려고 생각했는데, 이 쌀쌀한 날씨에 혼자 앉아서 드시는게 맘에 걸려서 건너편 벤치에 앉아 아침 예배를 틀어놓고 음식을 드시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리를 지키는 동안, 미역국을 후루룩 밥에 말아 드시며 천천히 반찬까지 맛있게 다 비우시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계속 같이 먹자고 하셔서 "아니에요 저는 많이 먹고 왔어요. 이건 할머니꺼에요"하며 편하게 드시도록 묵묵히 함께 했다.
할머니는 식사를 마치시고는 배를 어루만지시며
"아 배불러서 좋다.. 얼마나 따숩고 맛있게 먹었다고..고마워요 고마워" 환하게 어린아이처럼 웃으시며 고마워 하시는 할머니의 얼굴을 보며, 가난하고 굶주린 이를 찾아가셨던 예수님의 마음도 이러하셨을까? 생각해 보았다.
내가 나를 위해 애썼던 날들, 인정받았던 그 어떤 날보다 훨씬 가슴이 벅차고 행복하고 기뻤다.
도움을 계속 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서, 어디 사시는지 혼자 계시는지 물어봤지만 이해를 못하신건지, 대답이 없으셔서 "할머니, 저 애기랑 여기 아침마다 오거든요. 우리 또 만나요." 하고 인사를 드렸다. 그랬더니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셨다.
집에 돌아와 보니 한살림에서 주문한 채식 만두와 너비아니가 도착해서 남편을 위한 점심을 다시 차렸다. 나를 위해서 조금도 쉬지 못했지만 내 몸은 가볍고 행복했다. 점심을 먹으며 있었던 일을 벅찬 마음으로 말하는데, 남편이 어제 작성했던 제자훈련 사명문에 관심 분야 단어가 바로 "굶주린 사람"과 "노인"이였다고 한다. 남편은 원래 나를 만나기 전부터 장애인과 노인을 돕는 일에 관심이 많았고 지금 포천에 오게 된것도 노인 복지관에서 일하는 직분을 허락해주셨기 때문이다. 남편도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으며 기뻐했고 장난으로, '울 여보 이제 매일 요리 하느라 바빠지는거 아니에요? ^^' '내일 갔더니 그 할머니 거기서 또 기다리고 막 친구들도 데려오고~일 점점 커지고^^'했다. 우리는 물방울이 막 떨어지는 창문을 바라보며 비는 피하셨을까? 얘기를 나누며.. 예수님께서 서로 다른 우리 둘을 믿음과 사명으로 하나가 되도록 만들어주실 것 같다는 감사한 생각도 들었다.
오후가 되어 집안 청소를 끝내고, 이 일에 대해서 일기를 쓰려고 책상에 앉은 고요한 순간, 남편이 연애 시절 선물 해주었던 교회에서 학생들과 만든 작은 책갈피에 적힌 성경 말씀이 보였다.
"몸이 하나요 성령도 한 분 이시니 이와 같이 너희가 부르심의 한 소망 안에서 부르심을 받았느니라" (엡4:4)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케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하기에 온전케 하려 함이니라."(딤후3:17)
그리고 저녁에 잠이 들기 전에 디모데후서 말씀을 하나 더 주셨다. 이 두 말씀들은 나의 경험에 대한 하나님이 주시는 확증이자 따듯한 선물이었다. 그렇다. 하나님의 소망은 이것이다. 우리를 그분의 뜻에 따라 부르신것. 예수님과 같은 사랑과 동정의 마음을 갖고 필요한 영혼들에게 베풀길 원하신다. 우리의 선행도 오로지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에 의해서 꼴지어질 때 온전해질 수 있다. 이제 나의 소원이 아닌 하나님과 예수님, 성령님의 소망을 따라 살아가길 마음 깊이 원한다. 하나님의 사람으로 더욱 온전케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