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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UU Apr 15. 2023

행궁동의 봄은 아직

행궁동 8년동안 가게를 운영하면 느낀 행궁동의 요즘과 로컬의 한계


벚꽃이 피었다 졌지만 행궁동의 봄은 아직



행궁동에 봄이 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몰릴 것 같았고 나름의 기대를 갖고 힘든 겨울을 버틴 행궁동의 상인들에게 올해의 봄은 그 누구보다 특별한 계절입니다. 오피큐알도 그랬고요. 10월 이후로 찾는 이가 급격하게 줄어 나름 긴축을 하고 있었건만 운영이 쉽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이후 정말 많은 가게들이 생겼고 그 가게의 다수가 블로그 체험단 마케팅/ 영수증 조작 등으로 큰돈을 쓰며 오피큐알의 노출도 많이 줄었습니다. 행궁동 초기부터 있던 저희와는 다르게 높은 임대료과 권리금 등을 주고 들어오신 분들이기에 행궁동맛집 검색에 상위노출 시켜 매출을 올려주겠다는 업체의 유혹을 달콤할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넓게 행궁동이라는 관점에서는 개성 없이 수익성을 내세운 가게들이 들어오고 높은 초기 비용 및 기초비용으로 인해 서비스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기며 행궁동의 이미지도 많이 추락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표

사진 삭제



작년 대비 떨어지는 '오피큐알'의 검색량






신혼 초 헤이리 부근에 산 적이 있습니다. 헤이리 마을이라는 곳에 매력을 느껴 서울 생활에 지친 저희가 선택한 곳이었는데 놀라운 것은 그 당신 대부분의 가게가 주말에만 문을 연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근에 주거지역이나 업무지구가 없는 전형적인 관광상권의 최후를 보는 듯했습니다. 지금 행궁동이 그 전철을 밟는 듯 느껴집니다. 많은 가게가 들어온 만큼 많은 주민과 일터가 행궁동을 떠나고 수원시민들도 높은 물가와 주차난에 좀처럼 오지 않는 곳입니다. 누군가 행궁동에 맛집을 소개해달라고 하면 딱히 소개해 줄 곳이 있는가? 행궁동에 일하는 모두가 한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이건 누구의 잘못일까?



어차피 F&B는 약육강식의 정글인데 경쟁력이 없었기에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 물론 상권의 변화를 상쇄할 만큼 준비하지 못한 저의 잘못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리를 걸으며 텅 빈 가게에 유리창 안으로 주방화 신고 앞치마를 맨 점원들이 테이블에 앉아 무기력하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풍경을 보면 이건 저만의 문제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오피큐알은 행궁동에 몇 안 되는 단골이 있는 가게입니다. 그 단골들이 와주시는 것 만으로도 기뻤기에 힘든 시간도 포기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릅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며칠 후 수용소에 있는 많은 앓다가, 혹은 자살해서 죽었다. 수용소 내에 크리스마스 전에 전쟁이 끝나고 끝난 이후에 우리는 해방될 수 있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자 그걸 믿고 버티던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잃은 상태가 되어 삶의 불꽃이 사라진 것이죠. 어찌 보면 23년 행궁동의 봄은 아우슈비츠의 크리스마스였는지 모릅니다. 




이제 생각을 하고 정리할 시간



다른 가게들이 계속 안되는 상황에도 오피큐알만 잘 되었다면 가지지 못했던 생각들과 관점이 생긴 것은 길게 봐선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로 오만과 아집이 생겨 늘 강자의 입장에 서서 세상을 바라본다면 저의 진정한 청년기가 끝나는 시점이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인스타에 오피큐알이 팔로우 한 한 4년이 넘은 가게가 문을 닫는다는 피드가 올라왔습니다. 이렇게 늘 하고 있던 생각에 생각이 더해집니다. 


그렇게 자기 전에, 행궁동을 산책하며, 가게에 앉아서 저는 많은 시간 행궁동을, 오피큐알을 생각합니다. 이 글을 어떻게 결론을 지을까 하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기에 오늘은 그냥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오피큐알이 23년의 행궁동이란 곳에 존재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인가?에 답을 찾으면 한 번 더 글을 올리겠습니다. 





#행궁동 #피큐알 #오피큐알 #사케도로보 #젠트리피케이션 #행리단길 #맛집순위조작 #행궁동맛집 #행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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