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공감: 창조는 눈에서 눈으로
대학시절 유럽 배낭여행 중 시스틴 성당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는 르네상스 최고의 걸작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천장에 그려져 있다. 미술 서적으로만 접했던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황홀감은 지금도 잊히질 않는다. 그때 작품 앞에서 떠오른 여러 생각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인간과 신이 서로를 향해 손을 뻗고 있지만 왜 서로에게 미치지 못하고 있을까?이다. 눈길은 서로를 향해 맞닿아 있으면서도...
미켈란젤로가 상상한 창조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손이 아닌 서로의 눈을 통한 마음의 접촉을 먼저 상정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가 생각한 창조는 눈과 눈을 통한 것이 먼저였지 않았을까? 맞다. 남녀 간의 사랑도 눈을 통해서 서로의 마음이 스크린에 닿고 출발하는 것처럼 눈과 눈의 만남이 먼저인 것이다.
우리 집 아가들도 필자의 창조적(?) 눈빛, 손동작에 반응하고 따라 한다. 아기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다른 사람의 표정을 흉내 낼 수 있는데, 그것은 거울 뉴런(mirror neuron) 덕분이다. 거울 뉴런은 이미지를 통해 타인의 마음을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하듯이 내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인 공감(empathy)을 가능하게 해주는 뇌세포이다.
생후 7개월에 접어든 우리 아기들은 주위 환경을 탐색하기 시작했고, 눈 맞춤을 통해 사람과 상호작용을 자주 한다. 눈길을 통해 자신의 관심을 표현하기 시작하고 돌보는 이는 그것에 반응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거울 뉴런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아기와 돌보는 이, 서로의 관심을 공유할 수 있는 공동 주시가 바로 이 거울 뉴런에 의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육자의 눈을 맞추며 방긋 웃는 능력이 겨울 뉴런의 작용이다.
아이들이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성장 발달을 도울 수 있는 방법 중 첫째로 꼽으라면 부모 공감이다. 공감능력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인성교육의 토대이다. 공감이 없는 생활이나 사회적 조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공감의 사회적 확장은 중요하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은 시점부터 부모의 목소리나 표정을 통해서 부모의 감정을 판단하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누는 대화상의 음색에 따라 두 사람의 감정이나 분위기를 알아차린다. 부부싸움을 하면 아이들이 눈치를 보는 것도 일종의 공감능력이다. 아이가 정서적 보살핌이 부족하게 되면 거울뉴런의 결핍을 초래하게 되는데, 이는 아이의 공감능력 저하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감정조절을 하지 못하는 부모는 이러한 정서적 문제를 자녀에게 대물림하는 악순환을 야기할 수도 있다. 공감능력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인지하고 이해하며 상대의 감정을 공감해가는 것이기 때문에 공감능력의 부족은 사회성 발달의 저하를 초래한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감정의 공감과 다른 이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우리 부모의 아이들과의 사랑의 눈 마주침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