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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헌윤 Sep 08. 2021

딸둥이 아빠의 심리이야기

#15. 인생의 음조와 톤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이다. 일상의 모습을 이야기로 표현하길 원하고, 그 이야기들이 모여서 우리 삶에서 하나의 의미체계를 형성한다. 이것을 통해 ‘나’를 해석하고 타인을 이해하길 바란다. 슬픔이나 기쁨, 희망을 이야기로 표현하기도 하고 슬픔, 절망, 노여움을 암울한 음조의 이야기로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야기라는 공기와 호흡하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이웃들과 함께 이야기로 엮어가는 삶을 살아간다.


우리는 이렇게 생애 초기부터 시간, 공간, 행동, 느낌의 다양한 장면을 접하고, 그 장면들을 모아 자신만의 인생 대본을 구성해 나간다. 나이를 먹어가며 우리는 각자의 경험들을 장면으로 구성하고, 자신만의 인생 이야기 음조의 틀을 잡아간다(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어떤 이는 음울하고 슬픈 비극의 음조의 대본을 형성해 가기도 하고, 다른 이는 긍정적이고 밝은 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다양한 감정, 과거의 경험, 행동 패턴을 포함한 인생 스크립트. 대본을 구성한다.


인생 전체 맥락에서 잊히지 않는 특정 경험과 장면은 장기적 핵심 대본으로 자리 잡는다. 그 대본에 맞춰 저마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무대에서 행동한다. 인생 이야기 음조와 대본은 여러 상황 속에서 ‘반응 레퍼토리’를 형성하고 저마다 독특한 정체감, 삶의 의미, 개인의 이야기 서사를 구성한다.


이러한 인생 대본은 문화와 상황이라는 맥락 속에서 만들어진다. 우리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한 개인의 개인사와 가족사를 이해해야 하면서 동시에 이야기하기 과정에 침투해 들어온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문화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인간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그 시대의 사회적. 역사적 거울이 된다.   


인생의 이야기가 절망으로 가득 차 현재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상담자들은 내담자 이야기 세계에 들어가 진정한 공감으로 함께 들어주고, 그 이야기가 내담자의 삶을 새롭게 조명하고 해석해서 의미 있는 이야기로 재구성되도록 어두웠던 고통의 경험을 함께 동행하는 동반자이다. 상담자는 인간의 이야기 형성 과정에 대해 깊은 이해력과 그것을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해체적 경청을 통해 치료적 자원을 발견하고 적극적 상상력을 발휘해 내담자의 파편화된 이야기, 절망의 이야기에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힘을 넣어 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담자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 가운데서 자산의 삶에 스스로 이름 지을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그리하여 자신만의 이야기에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의 문제에 내 목소리로 내 삶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창조적 작업이 이야기치료의 핵심과정이다. 건강한 이야기는 ‘과거’를 억압으로부터 구출해내서 단순히 현재의 기억 속에 담고 있는 것으로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지향하는 삶의 자원으로서 이해되고 활용될 때 진정한 치료적 이야기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다.


쌍둥이 육아를 하며 나는 아이들의 내면에 따뜻한 음조와 정서가 다져지도록 잘 돕고 있는가? 자주 생각하게 되는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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