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난 것도 아니고
자란 것도 아닌데
바다, 아니 물이 참 좋았다.
그래서 가장 먼저 배운 운동이 수영이었고
어린 게 꼭 매일 욕조에 물을 한가득 받아 거품을 풀고 씻는다고
엄마 속을 여간 긁어 놓은 게 아니었다.
그때 외삼촌 중 한 명이 태국인지 어딘지 여행을 갔다가
사다 준 레몬 향이 나는 노란 입욕제.
맛깔스러운 형광색의 욕조물을 얼마나 마셔보고 싶던지.
올해 여름이 오기 전 정말 마음에 드는 썬베드를 샀고
그걸 둘러메고
오후 느즈막이 근처 바닷가로 떠돌이 개처럼 어슬렁 어슬렁 향했다.
6월만큼 사랑스러운 계절은 4차원에도 안드로메다 어디에도 없을 것 같다.
하교길에 구멍가게에서 사온 쌍쌍바를 오빠와 나눠 먹던 격자무늬 나무 마루.
강아지와 마당의 개미 구멍 같은 걸 파며 쬐던 뜨끈한 햇살.
엄마가 무슨 냄비 세트를 사며 배워왔다고 만들어 주던 떡 같은 이상한 빵이랑
저녁이면 뜨끈해진 옥상에 돗자리를 펴고 드러누워서 세어 보던 아주 작고 선명한 별들.
사이프러스 나무가 적당히 그늘을 만들어 둔 곳에
썬베드를 폈다.
6월의 바다를 보았다.
리드미컬하게 찰랑거리는 파도들은
너무 느리지도 너무 급하지도 않게 촵.촵. 박자를 맞췄다.
그 규칙적이고 잔잔한 소리에 맞춰 심장도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하늘은 맑고 해는 기울어져 선명한 윤슬이 생겼다.
콘서트장을 가득 채운 흥분을 감추며 일렁이는 반짝이는 잔파도들.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도 없고
내가 누군가에게 말을 걸 일도 없는.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을 자유가 충만한 곳.
정말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도 흐르다니
어불성설이 아니지 아니한 것이다.
누군가 행복하다고 느낄 때
입 밖으로 행복하다!고 말을 해야
더 행복하다기에
잠시
나도 해볼까 망설이다
그만 두었다.
나에게
뜨겁지도 습하지도 춥지도
짠내 나지도 끈적거리지도
시끄럽지도 심심하지도 않은
6월의 바다는 몇 번이나 남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