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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K Feb 06. 2023

치앙마이의 나른한 일요일 #2

치앙마이 한달살기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로비에서 키카드가 있어야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

키카드를 대고 층수를

누르면 엘리베이터가 작동한다.

다른 층은 갈 수 없다.

보안이 철저하다.




현관문을 열면 오른쪽으로

간단한 주방기구들이 있다.

이렇게 간단하게 싱크대와

인덕션, 환풍기, 전자레인지

등이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소꿉장난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어서

부족함이 없다.

더구나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으니 필요한

부엌용품이 많지 않다.

미니멀 라이프가 가능하다.




미니멀의 최대 적은 조리와

연결되어 있다.

밥을 차린다는 것은 전쟁과도

같은 일이다.

전쟁을 하는데 무기가 없으면

이길 수 없다.




요리를 해서 밥상을 차려보면

안다. 그 무기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 지. 밥 한 끼 해 먹고 나면

크게 해 먹은 것도 없는데

설거지가 한 꾸러미다.




동물들은 어떻게 자유로운

서식지 이동이 가능할까?

그건 조리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이곳은 음식 값이 행복한

곳이다. 4인 이하의 가구라면

단연 외식이 이득이다.

무기는 다룰 줄 아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한 끼는 집에서 먹는다.  

바로 즐거운 아침식사다.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센트럴 페스티벌이라는

대형 쇼핑몰 슈퍼마켓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태국의 시리얼과

저녁 7시 즈음에

두 개를 하나로 묶는

1+1 파파야,

무엉마이 과일 시장에서

산 망고와 바나나,  

집 앞 세븐 일레븐에서

산 옥수수와 코코넛 요거트.

모두 귀한 보물들이다.

정말 심하게 맛있다.





조그만 식탁 뒤로는

아담한 거실이 있다.

침대로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소파와 진열장,

벽걸이 티브이와 협탁이 있다.


움직일 수 있는 협탁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치울 수 있도록 진열장에

쏙 들어가게 만들었다.

센스 있다.




베란다로 나갔다.

넓지 않은 곳이지만

풀이 보여서

자주 나가게 된다.

두 개의 에어컨 실외기 밑에

드럼 세탁기가 설치되어 있다.


쌈쑹이 아니라

하이얼이어서 조금 아쉽지만

작동 잘 되니 할 말이 없다.


빨래를 널 건조대가 없어서

가까운 빅씨 엑스트라에

가서 사 왔다.


둘이 지내고 옷이 얇으니

건조대도 클 필요 없다.

역시 따듯한 남쪽 나라는  

여러모로 좋다.






날씨가 흐려져서

용기를 냈다.

디콘도린에서 걸어서

코코넛 마켓까지

가보기로 한 것이다.

방콕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치앙마이에서는

낮에 걷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걷는 길이

아름답거나

인본주의적이지 않다.




그래도 빅씨 마켓 가는

길보다는 좋았다.

조용한 주택가를

통과해서 2차선 도로로

접어들자 곧 시장이 나왔다.

30분 이내 거리는

걸을 만하다.






야자나무가 일렬종대로

늘어서 있어 숲을

이루고 있었다.


기역자로 스트릿 푸드와

옷, 장신구, 음료, 화분 등을

팔았다. 흥겨운 음악과

야자 앞 사이로 보이는


파란 햇살은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야자수 사이 둠벙은

개구리밥 같은 수생생물들이

촘촘히 덮여 있었다.  

푸른 잔디밭 같다.


처음 온 사람들이

잔디밭인 줄 알고 밟았다가

빠지는 해프닝이 많았는지

풍덩 빠지는 그림의 경고

안내가 여러 군데 꼽혀 있었다.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Young girl들은

삼삼오오 일사불란하게

야자수 사이사이로

흩어졌다.


찰칵, 포즈, 찰칵, 포즈


아.


한 번 더! 포즈, 찰칵.




아예 등껍질이 없는

시원한 드레스를 걸치고

화보를 찍는 사람도 있다.


야자수 숲이 이렇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마켓을 만든

사람들은 미리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원래

야자 농장이었던 것일까?




라이브 음악이 그리

훌륭하진 않지만

익숙한 선곡으로

흥을 돋운다.


역시 실력이 안되면

감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과연 스트릿 푸드는

어떨지 입에 넣어 보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콘 밀크, 양념 어묵꼬치,

오징어 튀김,

코코넛 팬 케이크 등으로

야자수 아래 평상이 채워졌다.




한가한 일요일 점심으로

제격이다.

나들이와 식사, 음악과

함께 사진 찍는 행복한

사람들을 야자수 숲에서

보는  매우 일요일다운 풍경이다.




흙당 라테로 야자수 숲의

식사를 마친 후 바로 집으로

돌아가길 거부했다.


배도 부르니 도보여행의

모험을 조금 더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핑강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구글맵을 켜고 네모난 성곽의

오른쪽을 흐르는 핑강으로

걷기 시작했다.




파리의 센강은

그 폭이 낭만적이다.

유람선이 양쪽으로

다니기 적당하고

강 건너편 사람들의

와인 마시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한강은 폭이 커서

그런 낭만이 없다.


핑강은 어떨까?




15분 만에 도착한

핑강 강물은

검은색에 가까운

청록색이고 탁했다.


그 와중에도 캬약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가에는 낚시꾼들이

진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물색이 딱 낚시하기에는

좋은 듯했다.

나중에 여기 와서 한 번

찌를 담가봐야겠다.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본

몬스터급 메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한국은 이런 강가에서

낚시할 곳이 많이 없어졌다.

자전거길이나 공원이

들어서면서

낚시금지구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개발이 누구에게나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강가에서 다시

디콘도린으로 돌아오기

위해 돌아서다


일식집인 줄 알았는데  

쓰여 있는 건 카오소이?

뭐지?


카오소이는 카레베이스의

소스를 면에 부어 먹는

태국 북부의 대표 음식이다.


그런데 왜 일식

분위기를 낸 걸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쳐 들어갔다.

분명 배고프지 않았는데

주문을 해버렸다.


나무 일식 가옥 아래서

빚고 있던 만두를

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카오소이는 기본이다.

카오소이도 종류가 많아

주문에 애를 먹었다.





역시 만두는 최고였다.

두툼한 만두를 프릭남빠

소스에 찍어 먹으니

새로운 만두의 세상이 열렸다.


이런 방법도 있었네.

하여간 이 젓갈액만

스치면 새로운 음식이 된다.




카오소이의 면은 건면도

젖은 상태도 아닌 말캉하게

나와 소스를 비벼 먹기 좋았다.


오픈 주방과 일본식 정원이

보이는 창도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만두 때문이라도

다시 오지 않을까 싶다.






대로를 따라 20분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로비 옆 빨래방에 혹시

건조기가 있었나 확인해

보았지만 없었다.


빨래방은 한 번에

40밧였다.

방에 세탁기가 없는 집은

이곳을 이용하면 된다.


이곳은 택배도 받고

생수 벤딩머신도 있다.




센트럴 페스티벌에서

와인 한 잔을 했다.

아주 가벼운 가격의

메를로여서 부담도 없었다.


디저트로 애플파이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해가 졌다.


노을이 곱게 든 시원한 저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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