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틴K Mar 23. 2023

면접의 기술

소설 캡틴 Q



"Q 기장님은 얼마 전 시작한 봉황에어에서 바로 콜이 올 것 같은데......"


마지막 면접장소에 나타난 대로항공 대표는 4명의 면접대상자들의 간단한 자기소개가 끝나자 제일 먼저 캡틴 Q에게 질문을 던졌다. 


'또 그 질문이군......' 


Q 기장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돌파하기로 했다. 


"두 가지 이유로 봉황에어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말씀대로 봉황에어의 컨택이 있었고 설명회에 참가했었습니다. 하지만 경영진의 태도에서 정말 항공기를 운영해서 비즈니스를 할 생각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Financial Investment Company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이것은 대로항공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으로 저는 저의 직업적 안정성을 위해서 그런 면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았습니다. 


두 번째로는 당시 봉황에어는 도입할 항공기에 중국에서 문제를 일으킨 XRR-T10엔진을 장착한다고 하였습니다. 제작사의 테크니션들까지 나와서 엔진에 대한 설명을 했습니다. 현재 엔진의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시켜서 결함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것과 최대출력 근처에서의 엔진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륙추력 감소 절차를 마련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에서는 그 엔진을 장착한 항공기들이 그라운드 되어 1년 동안 비행을 하지 못했었고 유럽에서는 이륙 직 후 엔진부속이 터져 나오는 현상으로 공항 주변 지역에 부속이 떨어지는 사고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물론 엄청난 세일 가격과 부수적인 베네핏을 받기로 했겠지만 저는 이것으로 안전보다는 비용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경영방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두 가지 이유로 저는 봉황에어의 잡 오퍼를 거절했습니다. 그래서 설사 지금 봉황에어를 가고 싶다고 해도 갈 수 없는 상태입니다."


Q 기장은 매우 구체적이고 논리 정연하게 답했다고 생각했지만 대로항공 대표의 대답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XRR-T10? 어? 그거 이번에 우리가 들여오는 항공기에 장착된 엔진 아닌가?" 

대표는 좌우에 있는 다른 면접관들의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

.

.

.

잠시 정적이 흘렀다. 

.

.

"으음...... 네......." 확신 없는 기어 들어가는 신음 같은 답변이 흘러나왔다. 

.

.

"아..... 참네...... 난 그거 좋은 엔진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Q는 진땀이 났다. 어떻게 해서든 마무리를 해야 했다.  

"그 후에 업그레이드가 되어서 지금은 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은 벌써 4년 전 이야기입니다." 


사실 대로항공에서 들여올 신형기의 엔진은 같은 제작사의 엔진이며 이름도 비슷했다. 

'XRR-T7'엔진은 T10에 비해 5년 전 개발된 모델로 특별한 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훌륭한 엔진이었다. 

하지만 그 엔진의 이름을 언급하고 T10과는 완전히 다른 엔진이라고 웅변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말했다가는 대표를 비롯한 그 자리에 있는 모든 면접관들을 곤란하게 만들 수 도 있었기 때문이다.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라 하지 않던가.


흔히 면접을 준비한다고 하면 우리는 무엇을 말할까 어떻게 말할까만 많이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을 수월하게 넘어가는 지혜는 어떤 부분에서 침묵할 것인가를 아는 일이다. 


비록 그 순간이 도덕적 순간이라면 침묵하는 자에게 지옥의 가장 뜨거운 부분이 예약되어 있다고 해도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돌연사의 가능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