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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 름 Feb 12. 2023

본디(Bondee) 하시나요?









출근했더니 사람들이 '본디' 이야기를 한다. '본디'가 뭐지? 찾아보자마자 이해했다. 지난 며칠간 인스타 스토리에서 여러 번 본 화면. 이게 본디구나! 그리고 곧이어 몇 년 전 반짝 유행했던 '클럽 하우스' 앱이 떠올랐다. 그때도 지금과 비슷했다. 인스타 스토리에는 여기저기서 바쁘게 후기가 올라왔다. 초대장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는 그 폐쇄적인 SNS는 금세 가입자가 늘었고, 직접 하는 대화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소통형' 메신저는 유명인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클럽 하우스도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그런데 그 재미는 딱 3일을 넘기지 못했다. 우선 주말에 앱을 설치하고 느낀 '소통'이라는 새로움은 평일이 되자 '불편함'으로 넘어갔다. 클럽 하우스는 그룹 통화, 음성 회의와도 비슷해서 다른 SNS처럼 내가 들어가고 싶을 때, 머물고 싶은 시간 동안만 들어가서는 원하는 소통을 할 수 없다. 미리 약속했거나 호스트가 지정한 시간에 접속해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캡처를 하거나 멈추어 생각해 볼 수 있는 텍스트나 이미지와는 달리, 흘러가버리는 음성 콘텐츠에는 집중이 필요했다. 비교적 시간이 많았던 코로나 시기의 주말에는 괜찮았으나, 평일이 시작되면 집중해야만 하는 그 시간이 조금 버거웠다.


그리고 대체할 만한 앱이 많았다. 평소 쉽게 소통할 수 없는 유명인과의 대화는 처음에는 신선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평범해졌다. 내용은 강의나 책, 잘 정리된 유튜브 영상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방법 또한 '음성'에만 한정되어 표정을 볼 수도, 동시에 소통하며 대화할 수도 없었다(음성이 겹치지 않기 위해 발언권을 부여받고 말할 수 있다). 와닿는 대화를 느끼기에는 부족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친구들과 하는 일상적인 대화는 손에 익고, PC 버전까지 제공하는 카카오톡이 훨씬 편했으니 점점 손이 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본디는 어떤 점이 다를까? 우선 본디는 '음성'을 기반으로 하는 메신저는 아니다. 기존의 카카오톡과 같이 텍스트를 기반에 두는데, 본디의 메신저 기능은 지금까지의 메신저 앱 중에 가장 귀엽고 생동감 있다. 귀여움은 커스텀 할 수 있는 나의 공간과 캐릭터에 있다. 처음 가입을 하고 가장 신기했던 건, 캐릭터가 모두 친구들과 똑- 닮았다는 점이다. 아직 선택지가 아주 다양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자신을 표현하기에 크게 부족하지도 않다. 생동감은 움직이는 메신저 창에 있다.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텍스트와 함께 주고받는다. 본디의 메신저 속에서는 같이 캠핑 의자에 앉을 수도 있고, 함께 춤을 출 수도 있으며, 울고 웃는 표정을 움직이는 캐릭터로 보여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메신저 기능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인스타그램처럼 자신의 상태나 사진을 간단히 공유하는 기능도 있다. 메신저와 인스타그램의 스토리가 합쳐진 셈인데, 여기서 등장하는 또 다른 특이점은 인스타그램보다 공개 범위가 더 섬세하다는 것이다. 클럽 하우스가 가입 초대장을 요구했다면, 본디는 추가할 수 있는 친구의 수와 '진짜' 친구 여부를 제한한다. '찐친들의 메타버스 아지트'라는 한국 버전의 앱 설명처럼, 소수의 친구들 하고만 소통하는 본디는 '찐친'의 범위는 제법 구체적이다. 어느 정도냐면, 내가 올린 상태나 사진에 달린 댓글도 서로 친구일 때만 볼 수 있다. 나의 '쇼핑 중'이라는 상태에 친구 A와 B가 댓글을 달아도, A와 B가 서로 친구가 아니라면 서로에게는 댓글이 보이지 않는다. 버디버디부터 카카오톡, 싸이월드부터 인스타그램까지. 경험하고 사용해 온 많은 SNS가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 본디는 '우리끼리만 보자'는 것. 그게 편한 사람도 있고, 아쉬운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본디가 좋은 이유 중 하나이다.






물론 아직 한계점도 많다. 인스타그램처럼 자신을 드러내기에는 보여주는 범위가 너무 한정적이고, '찐친'들과의 메신저로만 쓰기에는 카카오톡보다 불편한 점이 너무나도 많다. (PC 버전도 없고, 링크 공유 시 자동 연결 기능도 아직 없다) 자신을 표현하기에는 아직 제공하는 아이템이 모자라고, 무엇보다 가상의 내가 할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하다. 방에 취향을 담고 나와 닮은 모습, 내가 원하는 모습의 캐릭터를 만드는 기존 SNS에는 없던 특별한 일을 하고 나면, 그 방과 캐릭터로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 별로 없다. 배를 타고 풍경을 보고 돌아다니는 일, 다른 사람의 방에 쪽지를 붙이고, 우리끼리만 보는 댓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일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는 셈이다. (사실 아이템 판매를 제외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있을지도 잘.. )




본디가 오래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은'이라는 여지를 두고 조금 더 지켜보고 싶은 SN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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