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삶은계란 Jul 29. 2019

26. 내가 사랑한 유럽


베네치아, 내가 가장 사랑해서 부모님께서 특별한 날이면 데려가곤 했던 식당의 이름이었다. 베네치아가 실제로 존재하는 도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얼마 되지 않은 듯싶다. 가족과 함께 했던 그 식당의 피자와 파스타를 떠올리며, 파리에서 베네치아로 향했다. 내가 베네치아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4시쯤이었다. 항구도시인만큼 공항에서 수상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갔고, 그림과 사진에서만 봤던 좁은 길들, 곤돌라 등을 실제로 보는 내 눈이 믿기지 않았다. 문제는 다음 날부터였다. 난 어렸을 때부터, 조류 공포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같이 다니기 불편한 존재였다. 내가 새를 무서워한다는 제일 처음의 기억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과학"교과서에 나온 닭의 사진이 너무 무서웠었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 닭장에 흰 닭이 여럿 있었는데, 난 그 앞에 가는 게 너무 싫었었고, 호주에 갔을 때, 실내에도 들어오는 비둘기들, 갈매기들이 너무 무서워 영어의 새 이름들을 잔뜩 공부했었던 기억이 있다. 비둘기가 무서워 돌아가고, 비둘기의 날갯짓에 깜짝 놀라고, 난 비둘기를 피해 살아가는 이었다. 그렇게 거의 기억만으로 15년 넘게 무서워하는 비둘기, 닭. 유럽은 비둘기의 천국이었다. 특히 베네치아는 태어나서 가장 많은 비둘기를 봤을 만큼, 어마어마한 셀 수 없는 수의 비둘기가 있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베네치아는 내게 유럽 중 가장 힘들었던 여행지였다. 베네치아를 뒤로하고, 피렌체를 향하는 기차를 탔을 때, 마음은 참 평안했다. 마치 KTX를 타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피렌체에 도착했다. 피렌체는 유럽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도시였다. 기차역에서 내려 숙소도 가까웠고, 두 우모 성당, 가죽 시장을 포함한 모든 유명 관광지를 걸어서 갈 수 있었다. 베네치아의 좁은 거리에 비해 널찍한 도로도 좋았고, 맛본 티본스테이크는 인생 스테이크로 등극했다. 원래 1박 2일의 피렌체 일정이었지만, 피렌체를 떠나기 아쉬운 마음에 다음 여행지인 로마를 안 하고, 피렌체에서 하룻밤을 더 묶는 돌발적인 행동을 할 만큼 마음에 쏙 들었다. 덕분에 로마는 2~3시간만 잠시 경유할 만큼, 갔지만 가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다. 로마에서 마드리드까지 비행기를 타고 갔다. 

                        


                                                                                                                                          


마드리드는 다른 곳 보다 오래 있었는데, 마드리드 근교에 있는 백설 공주의 성을 찾아 세고비아를 갔다.  스페인 음식을 너무 사랑했는데, 마음껏 빠에야, 타파스 등을 먹을 수 있었다. 솔 광장 근처로 숙소 위치를 잡았는데, 밤에도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술집도 운영을 해서 꼭 한국에 온 듯한 분위기였다. 레알 마드리드 경기장을 갔는데, 비록 일정이 안 맞아 경기는 못 봤지만, 축구를 더더욱 사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꽃보다 할배에 나온 식당을 갔는데, 한국 노래를 연주해주셨다. 싸고 맛있는 상 그리야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을 수 있다니, 역시 스페인의 미식의 나라였다. 기차를 타고 마드리드서 세비야에 갔다. 무엇보다 플라멩코의 본고장인 세비야에서의 공연은 예술이었다. 세비야에서는 투어버스를 타고 이동했었는데, 예쁜 강변도로, 건축물도, 공원도 참 따스했다. 세비야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바르셀로나로 갔다. 아침 일찍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바르셀로나 해변에서 아침과 점심을 먹고, 저녁에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짧고도 긴 10일 조금 넘는 시간이었지만, 처음 유럽 대륙에 발을 닿는 소중한 봄 방학이었다. 태어나서 가장 유익하게 쓴 봄방학이었다고 생각한다. 유럽에 다녀온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언제쯤 유럽에 갈 수 있을까 궁금했었는데, 예상보다 기회가 빨리 왔었던 듯싶다. 유럽에 아예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또 가고 싶은 참 매력적인 곳임에 틀림없다. 봄 방학이 끝난 학교생활은 참 바빴지만, 유럽에서의 여행은 내게 큰 힐링을 가져다준 것이 틀림없었다. 끊임없는 필드트립, 과제들 그리고 지도 교수님과 함께하는 스카이프 미팅. 그래도 다행인 것은 깜깜하고 어두운 동굴 속 같았던 두 번째 학기의 끝이 보였다는 사실이었다.



To be continued...

작가의 이전글 25. 겨울과 봄 사이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