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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계란 Aug 03. 2019

28. 쓸쓸하고 찬란한 여름

2학기에 불과했지만, 미국에서 대학원 공부를 했다는 사실이, 절반까지 왔다는 사실은 그 무엇보다 뿌듯했다. 그리고 2018년에만 두 번째로 가는 한국은 참 좋았다. 이사, 여름학기 수업 등 여러 문제로 2주 정도 있었는데, 참 빠르게 시간이 지나갔다. 오랜만에 뭉친 가족들과의 시간도 너무 좋았고,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편한 친구들과의 대화도 즐거웠다. 온라인으로 듣는 여름 학기 수업으로 매주 두 개의 1000 자 에세이를 내야 했고, 여러 논문들을 읽어야 했지만 한국은 참 한국만의 따스함, 그리고 편안함이 존재하는 듯싶었다. 당시 내가 받는 Graduate assistantship은 연구 펀딩이 아니라, 내가 학부생들 실업 수업 티칭을 하는 조건으로 학과에서 주는 펀딩이었다. 따라서 계약기간이 1년마다 되어야 했었는데, 처음 1년이 끝나가니 혹시 리뉴를 해주지 않을까 굉장히 불안했었다 (아주 간혹 학과의 사정으로 펀딩이 줄어들기도 한다). 석사 1년 차에 지도교수를 정하지 않았었고, 리서치를 하지 않아서 혹시 나를 대변해 줄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에 초조했다. 학기가 끝나자마자 계속 학과장님, Graduate coordinator 등 여러 교수님께 계속 리뉴에 대해 끊임없이 몇 달 동안 메일을 보낸 끝에, 다행히 두 번째 해도 Graduate assistantship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끈질기고 귀찮게 했겠구나 싶지만, 1년에 이만 불이 훌쩍 넘는 학비는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석사 2년 모두, 학비를 내지 않고 돈을 받으면서 다녔으니 무엇보다 큰 성취이자 성과라 자신할 수 있다.





청소를 하고, 이사를 하고, 여름학기 수업이 끝나고 보니 6월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남은 두 달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많은 사람들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고민을 하다,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했던 듯싶다. 첫째, Arduino(아두이노)를 배워 초등학생들한테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했다. 고등학교에서 Engineering teacher로 일을 할 때, 로보틱을 가르쳤었는데, 어려웠던 기억이 있었는데, 아두이노는 여러 가지 리서치와 관련이 많고 어린아이들이 배우기도 쉽고 다른 코딩 프로그램을 배우기도 유용한 프로그램이었다. 둘째, R software을 배웠다. 아카데믹 분야에서 연구를 위해 R 혹은 Python을 많이 쓰는데 지도교수님께서 R을 배우라고 하셔서 R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3~4권의 책을 보고 인터넷 무료 자료를 이용해봤지만 아무리 공부를 해도 어려웠다. 그래서 한국 사이트를 뒤져서 유료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고3 때처럼 듣고 또 들으며 완강했지만 그럼에도 논문에 넣을만한 Figure를 만들고 Plot를 하기에는 부족해서 결국, 과외수업을 받으며 빠른 시간 내에 습득할 수 있었다. 셋째, 영어공부. 매일 선생님이 관리해주는 영어 유료 스터디를 참여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살면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상 영어는 매일 공부가 필요했다. 매일 책을 읽고, 작문을 하고, 쉐도잉을 하는 스터디를 했었는데, 돈이 아까워서 하긴 했지만,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일 열심히 했었다. 뉴욕 브로드웨이에 있는 Acting school에서 Accent reduction 코스도 수강했었는데, 재밌었다. 물론 Actor가 되기 위해 듣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브루클린 Accent가 싫어서 왔다는 미국인, Texas 시골 Accent를 고치기 위해 왔다는 미국인들도 많았고 세계 여러 곳에서 온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틈틈이 요가를 가고, 가끔씩 학교를 가고, 친구도 만나고, 과외를 하고 그렇게 특별히 한 것도 없이 7월, 8월은 참 훌짝 지나갔다.  





이때가 아니면 여행을 갈 수 없을 것 같아 꼭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여러 가지를 배우고 가르치다 보니,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기 전 8월 마지막 주가 되어서야 짧게나마 여행을 갈 수 있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운전해서 갈 수 있는 캐나다 몬트리올과 퀘벡을 가게 되었다. 처음 가본 캐나다는 미국과는 비슷한 듯 달랐다. 몬트리올은 도시였지만 뉴욕처럼 번잡하지 않았고, 특히 퀘벡은 인생 여행지로 꼽을 만큼 어마어마하고 매력적인 곳이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푸틴을 마음껏 먹고, 유럽 같은 분위기를 유럽에서 보다 더 즐겼다. 항상 무섭고 겁나는 새 학기 시작 전, 정말 큰 힐링을 가지고 돌아온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3번째 학기가 시작되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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