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신간 도서『토실토실 토끼를 안았습니다』를 출간한 저자께서 '와바미페어'에 부스를 차린다는 소식을 듣고 응원차 서울로 상경을 했다.
사실 처음 원고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반려동물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주변에 너무 흔해져 무감각해진 탓도 있고, 대학시절에 이미 토끼를 키우던 후배가 있어서인지 그닥 신선하지도 않았다. 그저 내게는 반려동물 인구가 많으니 꽤 괜찮은 시장이 되어줄 거란 믿음만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막상 원고를 받아들고 읽게 되니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내가 너무 무지했다. 세상에는 반려동물이 많아진 만큼, 유기되고 있는 생명들도 너무 많았던 거다. 난 그걸 전혀 모른 채 내 밥그릇만 셈하고 있었던 것이니 어찌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서울로 망설임없이 티켓을 끊었던 건 그런 부끄러움과 양심의 무게가 컸다.
와바미페어는 작년부터 시작된 행사다. '작고 소중한 특수동물 페어'라는 슬로건을 내 건 만큼,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널리 알려진 주류 반려동물들을 외 다른 동물들의 무대다.
현장에서 비중이 커 보였던 건 토끼와 햄스터였다. 확실히 토끼는 그 객체 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중인 게 분명했다.
유기토끼들을 구호하고, 임시보호하는 활동을 이어온 저자 '시안'은 현재 '세이브 더 버니즈'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갈 곳을 잃은 토끼들을 구호하는 활동인 만큼 수익성은 전혀 없다. 오롯이 소외 받은 생명에 대한 애정으로 진행되는 활동이다. 이번 페어에서도 시안은 세이브 더 버니즈 커뮤니티를 알리기 위해 참여를 했을 뿐이다. 거기에 출간도서를 함께 진열하자는 건 어디까지나 사악한 나의 계획이었다.
페어에는 저마다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는데, 그에 따른 굿즈 판매, 캐리커쳐 등이 상품으로 연계되어 나온 건 매우 자연스러워 보였다. 거기에 더해 조금 본격적이다 싶은 건 동물들의 사료나 용품을 판매하는 것이었는데, 그 또한 모두 필요한 것이었기에 문제는 없어보였다.
무엇보다 일단 참여하는 호스트나 게스트 모두 동물들과 기본적으로 교감을 하는 이들이라서 그런지 분위기가 훈훈했다.
행사가 끝난 월요일인 오늘 전해 듣기로 페어 참여자 수가 예상보다 500명을 훌쩍 넘길 정도였다고 하니 이번 와바미페어는 매우 성공적이었던 거로 보인다.
그렇다는 건 한국의 반려동물 수는 더욱 증가하는 중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그것도 고양이나 강아지 외에도 토끼, 햄스터, 앵무새, 기니피그 같은 비주류 객체들의 수도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문제는 그 속도와 함께 전체적으로 유기되는 생명의 수도 정확히 비례하게 된다는 거다.
반려동물과 함께 한다는 건 한 생명을 책임지며 교감을 한다는 것인데, 그런 인식 성장보다 일반 소비품처럼 생명을 돈으로 주고 사는 행위가 더 앞서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품에 들이자마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불하듯이 도심 어딘가에 버려버리는 행동 이곳저곳에서 일어나고 있느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앞서도 몇 차례 적었지만, 반려동물은 각 객체마다 그들의 특성을 바르게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토끼는 '마른 풀과 당근만 주면 된다'고 흔히 생각들을 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 기준의 잘못된 상식이다.
일단 집토끼가 먹을 수 있는 건초는 티모시와 알파파를 비롯해 몇몇 사료용 건초(오처드그래스, 메도우 헤이, 오트 헤이, 버뮤다 헤이, 포베스 큐)로 종류가 꽤 한정적이다. 그렇다는 건 야생풀이나 정원풀은 기본적으로 먹어서는 안된다는 소리다. 자연에서 온 애들이 그걸 왜 못 먹어? 같은 건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다. 집토끼는 인간들의 필요에 의해 오랜 시간 품종이 개량된 녀석들이다. 못 먹는 게 수두룩하다.
그리고 집토끼에게 당근은 수분 함량이 높은 좋은 먹거리이긴 해도 어디까지나 간식일 뿐, 주식이 아니다. 정확히는 주식이 되어서는 매우 곤란하다.
집토끼는 개방근치라 이빨 관리가 필수다. 앞이빨 외에도 어금니가 계속 자라는데, 주식으로 건초를 계속 잘게 씹어먹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적당량을 먹으면서 단단한 섬유질을 계속 씹어주니 자연스레 이 관리가 된다. 반면, 당근은 더 단단해 보이기는 해도 토끼의 이 관리로는 그리 좋지가 못하다. 단단한 섬유가 너무 고르게 퍼져 있다보니 토끼에게 맞게 잘게, 부드럽게 부러지는 게 아니라, 길게 찢어지는 형태가 된다. 때문에 어금니 사이에 끼게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특성을 모르고 무작정 기르게 되면, 중요한 먹거리에서부터 부실해지거나 과해지게 되고, 사람보다 훨씬 약한 집토끼는 금방 몸으로 고통을 감당해 내야 하는데, 사육자 입장에선 대체 왜 아파하는지도 모른 채 병약하다고 짜증만 내게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그런 관계가 과연 아름다운 관계로 끝날 수 있겠는가?
어쩌다 글이 옆으로 삐져나왔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하나다.
와바미페어 같은 행사가 잘 되었을 만큼,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층은 하루가 다르게 두터워지고 있다.
거기에 비해 인식 성장 변화 속도는 아직 더딘 편이다.
나는 부디 우리 사회구성원들의 인식도 그에 걸맞게 빠르게 변화하길 바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들에게『토실토실 토끼를 안았습니다』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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