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gal Mar 03. 2022

건방진 제품 혹은 건방진 서비스

분노도 불평도 아니고 그저 놀라운 마음

아직  자릿수 버전 아이폰을 쓰고 있고 에어팟은 구매하지 않았다. 핸드폰은 아직 충분히 쓸만하고, 중환자처럼 온갖 케이블을 관리하며 충전하는  지겨워서 당분간은 선이 달린 이어폰을 쓰려고 했다. 그런데 기존에 딸려온  쓰다가 케이블이 약해졌는지  이상   없어 새것을 주문했다. 어제   이어폰을 들고 밖에 나갔는데, 귀에 정전기가 미친듯이 나면서 고통스러울 정도로 귀가 따가웠다. 그리고 나서 아무래도 불량인  같으니 교환해달라고 해야지 하고선 이런 현상을 어떻게 표현하나 찾아볼  구글을 했다가 이런 애플 공식 페이지에서 제공한 서비스 안내 문구를 봤다



Why does static build up on my device?


Certain environments and actions can encourage static electricity buildup on your electronic device.


Dry, low humidity environments

Very windy environments

Moving your device in and out of your pocket

Jogging or exercising with your device

Clothes made with synthetic fibers, like nylon


What can I do to reduce static buildup on my device?


There are several actions that you can take to control static electricity.


Indoors

Increase the moisture level in the air. You can use a portable humidifier or adjust the humidity control on your air conditioner.

Spray an anti-static spray into the air.

Use anti-static lotion if you have dry skin.

Wear clothes that are made with natural fibers, like cotton. Synthetic fibers are more likely to hold a static charge.


Outdoors

Keep your device out of the wind by using a case or leaving it in your bag or pocket.

Don't frequently move your device in and out of your pockets. Rubbing the device on certain materials can cause a static buildup.


링크는 여기에: https://support.apple.com/en-us/HT203298 




내용인즉슨 정전기가 나는 건 제품 불량이 아니라 건조함이나 강한 바람이라는 환경 탓 혹은 그대가 너무 자주 넣었다 뺐다 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나서 제시해준 해결책이 더 가관인데, 실내라면 (고작 이어폰 성능을 위해) 가습기를 틀거나 정전기 방지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천연소재 옷을 입으라고. 실외면 바람 안 드는 곳에 기기를 두고 자주 넣었다 뺐다 하지 말라고. 이건 부족한 성능은 문제가 아니니 너의 환경과 습관을 바꾸라는 뜻.


차라리 이런 해결책을 써놓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따로 페이지가 있을 정도라면 그만큼 문의가 많았다는 것을 의미할 테다. 이걸 보면서 업이 데이터인 나는 <Invisible Women>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정상’에 해당하는 표본들이 테스트되어 나온 제품들이 얼마나 주류가 아닌 사용자들을 배제시켜왔는지를 생각해보게 되고, 이 이어폰의 ‘정상’에 해당되는 습도와 풍속, 그리고 기기를 넣었다 뺐다 하는 주기는 어떻게 정의되어 있을까 궁금해졌다. 더 나아가면 이런 걸 고려도 안한 테스트를 패스했을 가능성도 있고.


아무튼 이들의 정규분포를 벗어나도록 건조한 나는 천연소재인 옷을 입고도 이렇게 귀가 고생했으니 제품을 리턴하고 환불 받기로 했다. 아주 잠깐 현명하고 주체적인 소비자가 된 듯 했으나 결국 에어팟을 사는 게 나으려나 하고 고민하고 있는 걸 보니 나는 그저 그들의 빅픽처에 놀아나고 있는 것 같고 적당한 고객 리텐션 (지금 나는 전형적인 lock-in effect....) 과 건방진 포지션을 유지하는 브랜드가 결국엔 승리한다는 걸 이렇게 증명하고 있지 않나 싶다. Again, 이런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건방져도 사고 마는 사람이 되고 말았네.   



매거진의 이전글 전쟁이란 거울에 비치는 얼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