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격주정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gal Feb 26. 2023

2023년 5-8번째 주

2월

크리스마스 즈음 한국으로 휴가 갔다가 돌아와서 이것저것 다시 생활 리듬을 찾고 나면 어느덧 끝나 있는 달, 그게 지난 3년 간의 2월이었다. 슬슬 밝아지긴 하지만 여전히 춥고 어두운 이 곳 대신 다른 나라로 여행이라도 짧게 다녀오는 달이었고, 한때는 재의 수요일 전으로 포진해있는 휴일을 즐기는 시기기도 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이곳에서 보내고 3월 휴가를 위해 다른 휴가를 피했고 애매하게 잡아놓은 일정들 때문에 다르게 보낼 방도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그 여느 때보다도 2월이 길게 느껴졌었는데 막상 달력을 보니 며칠이 안 남았다. 이 격주정리도 한 1주 밀렸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2회차를 몰아쓰게 됐다. 역시 2월이 마냥 길지만은 않았나보다. 


2월의 키워드는 strength였고 의도한 듯 안 한 듯 더욱 튼튼해지는 한 달이었다. 꾸준히 하고 있는 요가에서 중간에 쉬거나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동작들이 더욱 많아졌고 어깨와 팔 힘이 좋아진 게 느껴진다. 어려운 동작을 많이 한 다음날은 여전히 통증이 있지만 그 통증 때문에 다음을 피하고 싶어지지는 않으니 참 다행이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만나는 불편한 상황과 무례한 사람들로 여전히 고생하고 있지만, 분노도 할 때 하고 부정적 감정도 열심히 들여다 보면서, 트레버 노아네 어머님 레벨은 아니지만 shaking things up with love and kindness를 생각해본다. 동시에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내가 절대선은 아니라는 것도, 아직도 커뮤니케이션은 배워야 할 부분이 많은 것도 배웠다. 부족한 점을 인정하는 게 진짜로 강하고 단단해지는 데 중요하다는 것도. 2월의 금주는 현재까지 성공적이다. 금주로 인해 달라진 건 딱히 없지만 적어도 간은 내 안에서 행복해하고 있기를.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 중에 최근 가장 효과적이었던 건, 어떤 감정이 왔을 때 fact와 story를 구분하는 연습. 예를 들면, 친구가 약속에 늦었고(fact), 그로 인해 나는 친구가 나와 만나는 시간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story). 이렇게 하다 보면 fact와 story의 거리가 내 감정의 문제를 진단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방법이 맘에 든다. 그리고 상대와도 건설적으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점도 큰 이점이다. 


발코니 유리를 바라보며 눈이 내리는 걸 보면서 쓰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더니 눈이 그쳐있다. 망설이고 생각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지금 눈 앞에 있는 순간을 잘 즐기고 실패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쌀 때 현명하게 소비하자는 마음을 다시 한번 먹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2년 38번째 - 2023년 4번째 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