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in Nov 04. 2020

신부 아버지축사...사위에게

요즘 코로나 19로 엄혹한 사정에도 이렇게 오셔서 축복해 주시는 하객 여러분께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 서니 축하 연주에 앞서, 사위에게 한마디 당부하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이게 기록으로 남을 테니까요. ^^

앞으로 아이도 생기고 바삐 살다 보면 가정에서 남자로서의 존재감도 사라지는 듯하고 오늘의 다짐도 희미해지는 날이 올 겁니다. 그럴 때 특히, 결혼을 물리고 싶거나 내 편이 없다고 느낄 때 지금 이 말을 기억해 주기 바라서입니다.


까면 까 볼수록 매력 있는 내 사위, XY아!!!

이제야 말하지만, 난 첫눈에 네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꽤 괜찮은 놈이다!!!”

그런 너를 내 사위로 맞아 한 가족이 되는 오늘, 나는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고맙게도 날 참 많이 닮은 XX가, 내 딸로 와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날아갈 채비를 훌륭하게 잘해주었고, 또 그 이후 여정을 함께 할 동반자로 XY를 삼겠다고 약속하니 얼마나 든든하고 안심이 되는지 모른다.


XY와 XX는 이제 부부가 된다. 부부 사이의 거리는 다른 어떤 인간관계보다 짧게!!! 알지? 밖에서 집으로 들어갈 때면, 사회에서의 일은 사회에 그대로 두고, 가정에서는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충실하게!!!

가정은 남자와 여자가 부부로 만나 갖가지 변수로 만들어 내는 함수다. 그런데 살다 보면 변수와 상수를 구분하지 못하고, 또 때로는 운선 순위를 잘 파악하지 못해 뒤죽박죽 되는 경우를 흔히 본다. 밖에서는 의사이자, 원장이자, 교수일지 모르나 집에서는 그저 형용사만 달라지는 남편이자 아빠라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한다. 이걸 자꾸 헷갈리면 문제가 생기더라.


XY처럼 XX도 나와 자네 장모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자식임을 잘 기억해 주면 좋겠다. 또 각자 개성 강하게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이 있으니 앞으로 살면서 “우린 참~ 안 맞다.”를 연발하기도 하며 같이 살기에는 서로를 까다로운 사람으로 여기는 날도 올 거야. 그런데 XX도 XY만큼 그런 갈등의 순간을 수없이 겪으며 지금 XY 네 옆에 있는 것임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살아보니 이걸 잊지 않고 사는 것이 참 어렵더라. 나만 그런 줄 알거든.


그렇다고 매사 참으며 살라는 말이 아니다. 걸리는 것들은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그때그때마다 바로바로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신중하게 처신한다고 미적이다 타이밍 놓치고 나면, 정작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감정만 가라앉아 마음에 남아 부부 사이에 거리가 생기는 것 같아. 나중에는 서로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그 어떤 말도 안 통하게 된다. 부부 사이는 남자와 여자의 관계다. 아주 단순해. 평생 한 남자로, 한 여자로 서로를 바라봐주며 살아야 해. 나이 90이어도 내 남자에게 한 여자이고 싶고, 내 여자에게 한 남자이고 싶은 거라고. 이 관계는 얼마나 나이를 먹든지 마찬가지야. 유치한 것 없어.


자네는 똑똑하고 현명하니 이 말을 잘 이해하고 부부로서 인연을 잘 이어갈 거라 믿는다. 두 사람은 서로가 딱 임자로 만났다는 것을 나는 처음부터 알아봤거든. 둘이 알콩달콩, 재미나고 유쾌하게 살아!!! 인생 그렇게 안 길다.


혹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지금 잡은 손 놓지 말고, 언제나 두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음을 항상 잊지 말아라. 장인 찬스를 포함해 인생 선배 찬스까지 있으니. 사랑한다.

당부 말은 이걸로 끝~


이제 자네 아내인, XX에게 당부할 말은 앞으로 자네 장모가 종종 잔소리하지 않을까 싶으니 그건 거기에 맡기고, 이제 연주 시작함세. ^^






작가의 이전글 건강한 대한민국을 기대한다면 인도를 시민에게 돌려줘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