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활동이 자유스럽지 않은 코로나 19시기여서 인근의 아이들 몇몇을 모아 톡콘클래스를 온•오프라인으로 운영했다. 한 학기 정도 진행될까 했던 수업이 1년을 훌쩍 넘었고 이 수업을 통한 아이들의 생각도 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참 애착이 간다. 톡콘클래스는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하며 자신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나누고, 이를 통해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목적에 부합하도록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해 각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로 담아내는 작업이다. 어떤 친구는 소설을, 어떤 친구는 웹툰을, 어떤 친구는 영상을, 어떤 친구는 시나 시각 이미지로 표현하기도 한다.
한 아이가 최근 학교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된 아이들이라 세월호 사건이 있던 해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다. 그즈음, 내 아이도 무서워서 배를 포함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이 아이들도 그 외엔 특별한 기억이 없을 듯하여 그 사건을 어떤 내용으로 알고 있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 물었다.
단원고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세월호를 타고 서해안을 가다가 침몰한 안타까운 사고라고 답했다. 그렇게만 본다면 이런 사고는 비단 세월호 사건만 있는 것이 아닐 텐데 왜 지금에까지 기억하며 기념하는 행사를 준비하는지, 그 의미가 무엇일지에 관해서 질문하니 서로가 얼굴만 바라본다. 정말 비극적인 해상교통사고 이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가? 하긴 내 카톡 프로필의 세월호 리본이 보기 싫다고 말씀하시는 어느 분도 계시니 7년의 시간은 우리 모두의 아픔을 짓누르고도 남을 만큼 높은 무력감과 피로도가 우리를 망각으로 유도했다.
화창한 4월의 봄날, 476명을 태운 세월호는 인천항을 떠나 제주도를 향한다. 그 배안에는 수학여행을 떠나는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 325명도 있었다. 명확히 침몰 원인을 지금까지 확인하지 못한 채, 304명이 사망하였고 이중 단원고등학교 학생은 250명이다. 침몰 원인을 추론하는 다양한 가설들이 있으나 여전히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 못하고, 세월호 출발부터 적재한도 초과 등 안전불감증 만연, 사고 생존자 전원 구조를 알리는 언론의 오보, 해양경찰보다 40분 늦게 도착한 민간선박에 의해 사고 생존자 중 절반 이상이 구조되는 비체계적인 구조활동, 침몰 후 3년이나 지나서야 인양하게 되는 지난한 방해 과정, 은폐와 조작이 난무하는 속에서 진실규명을 원하는 유가족들에게 가한 조직적인 린치,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를 대했던 일부 몰지각한 무리들의 다양한 폭력.
세월호 사건은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을 또한 여실히 보여주는 상징성을 지닌다. 세월호의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남겨두고 먼저 탈출하는 모습을 통해 위기상황에서 반복되는 대한민국의 기득권을 엿본다. 우리 사회에서 선량하고 온순한 사람들이 소위 ‘가만히 있으라’라는 안내에 따라 수장되던 그날의 트라우마. 기본과 원칙을 무시한 채 속도와 경제성만 따지는 우리의 효율성과 배금주의로 인해 종국 우리가 무엇을 잃게 되는지에 관해 깨닫는 안타까운 기억. 공공성, 공감능력, 사회적 연대 등 우리 공동체를 망각한 개인의 현재는, 다시 대한민국의 그 누구라도 세월호의 승선자로서 비극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하게 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