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in Dec 06. 2023

기계적 중립의 효용성

    한 기자가 기사를 쓴다. 이와 다른 성향의 기자가 또 기사를 쓴다. 동일한 사실을 두고, 다양한 관점에 의해 쓰여진 기사는 정반대의 진실이 되어 보도되기도 한다. 혹은 어느 일방의 의도가 개입되어 누군가는 진실을, 또 누군가는 거짓을 말하면서도 기자라는 방패막이 뒤에 숨는다. 기자는 국민으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진실을 알릴 의무를 가진 언론의 최일선 핵심존재’이기 때문에 ‘일반인은 특별히 용기를 가져야만 할 수 있는 말’조차 기자들의 경우엔 그들의 ‘말할 권리’로서 보호된다. 이미 평범한 직장인으로 전락해 기자로서 갖는 투철한 직업윤리는 망각했을지라도, 시대적 소명에 따른 막중한 책임과 사명을 안고 있는 기자들 틈에 섞여 특권을 가진 존재로 남는다.

    거짓이라면 언젠가는 밝혀질 일인데, 편향적 언론과 언론을 사칭하는 기사들의 불공정함에 왜 민감하게 반응하느냐 말한다. 또 의도가 개입된 대량의 가짜뉴스를 걸러내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는 일에 대해서 왜 우려를 갖느냐 말한다. 공론장의 정화라는 미명 하에, 권력의 의도가 개입되어 능력도 권한도 없는 위원회에 의해 자행되는 제반의 일(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한 가짜뉴스 근절 TF,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은, 화자의 음량을 제거하거나 발언하는 자들을 낙인 찍고, 자기 검열하며, 마침내 생각을 말하는 개인들의 입을 틀어막는 결과로 이어진다. 일방의 프레임에 의해 구성된 메시지는, 동원하기 좋은 투표자로서 유권자를 길들인다. 공정심의는 객관을 담보할 수 없고, 종국 오늘날 정치체제로서 최선이라고 믿고 있는 민주주의, 실질적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민주주의로서 선거민주주의,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절차적 민주주의를 침해한다.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손석희 씨를 꼽는다. 비교적 공정한 언론인이었다 평가하는 그의 양적 균형의 태도는 뭇 언론인들에게 곧잘 비판을 받는다. 기사의 내용에 따른 비율적 배분도 아닌 획일적인 기계적 중립원칙은 총체적 진실을 판단해야 하는 공정보도와는 거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균형감이 있어 보인다는 외형적 평가와 함께, 융통성이 없기까지 한 그의 원칙은, 주된 주장과 함께 소수의 주장도 함께 노출되는 기회를 반드시갖는다. 발언자가 메시지 생산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메시지가 노출될 수 있는 채널은 최소한 확보되며 양적확산가능성의 여지 또한 남긴다. 자의적 판단에 의한 주관의 오류를 배제하고, 특히 엄혹한 시기에는 언론으로서 제 기능의 명맥이 이어진다. 언론의 자유는 기사라는 정보접근성의 용이함을 포함하여 개인의 의사전달과 기본적 권리로서 표현의 자유를 포괄하기 때문이다.

    메시지를 담는 모든 콘텐츠는 각종 디바이스를 통해 다양한 미디어(매체)의 형태로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데, 그 중간과정에 콘텐츠의 편집과 유통을 위한 편성 및 채널(전송수단, 경로)을 통한다. 메시지를 생산하는 언론의 주체는 개인이며, 온전한 언론이라 함은 절차적 민주주의에 포함되어 전제되는 시스템이자 그 사회의 환경이며 곧 문화다.

    한국기자협회를 통해 언론인이 준수해야 할 행동기준을 살펴본다. ‘나라의 민주화에 기여하고 국가발전을 위해 국민들을 올바르게 계도할 책임’까지 지기 위해 국민 위에 올라서지 말라. 국민이 어리석기 때문이 아니라, 판단하기 위한 진실된 정보를 접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의 국민은 너무 많이 애쓰고 노력해야만 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며 왜 그러한 지, 기자라면 그 이유를 고민하라. 그리고 그저 어떤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도 단호히 배격하여 언론자유를 수호하고,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한 공정 보도와, 부당이익을 취하지 않는 기자로서의 품위유지, 조작하지 않은 정당한 정보수집과, 이를 올바르게 정보사용하며, 사실무근의 정보를 보도하지 않고 보도대상의 사생활을 보호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취재원을 보호하고,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시인하고, 신속하게 오보를 정정하며, 갈등·차별 조장을 금지하고, 소속회사의 이해관계여부를 포함해 광고·판매활동의 제한을 실천하는 것으로 기자는 이미 기자로서 충분하다.

작가의 이전글 전쟁폭력 피해자의 상징, 평화의 소녀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