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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혁 Nov 21. 2021

우리가 알던 일상으로의 복귀

가방 만드는 삶으로 다시 돌아와보니


 아는 누님과 하던 일을 그만두고 본디 나의 터전으로 삼았던 곳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 10월 초였으니, 한달 하고도 2주 정도가 훌쩍 흘러버렸다. 덧붙이는 말의 필요도 없이 이곳 저곳에서 끓어오르는 여행의 심리는 너무나 자명했고,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반 발 빠른 종사자들의 움직임은 주도면밀했다. 혹여나 내가 너무 늑장을 부린 것은 아닐까 초조하기도 했고, 나에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은 나로 하여금 무엇이든 하라고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삶을 지속하게 만들었다.


 오랫동안 멀어졌던 나의 본업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비로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오랜 기간 움츠려 들 수 밖에 없었던 시간의 값을 이자까지 쳐서 확실하게 받으려고 하는 것인지, 여행 업계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치열하고 부산해보인다. 마치 경마장에서 출발선에 나란히 선 경주마들을 보는 것 처럼, 심판이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기 때문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수면 아래에서 펼쳐지는 '대마'를 잡기 위한 경쟁은 절실함을 넘어 처절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여전히 찬바람은 불고 있고, 아직도 가혹한 시간을 지나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처절함을 볼 때 마다 한편으로는 위안이 된다. 누구 하나 살펴줄 겨를도 없고 위로받기도 힘든, 사실상 매몰된 것이나 다름없는 지난 시간에 얼마나 이가 갈릴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소위 '동종업계' 종사자들을 볼 때 마다 이제는 멀지 않았구나,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할 때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행렬에서 이탈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요즘이다.



 한 달 반 남짓한 시간이었는데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다시 딛은 이 토양에서 내가 뿌리를 내려야 할 곳이 어디일까. 수 없이 많은 고민이 있었고, 정말 많은 생각과 시도가 있었다. 비록 출시를 무기한 연기하긴 했지만 새로운 가방을 만들기도 했고, 혼자만의 경험과 생각으로는 모자람이 느껴져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상세페이지는 수도 없이 난도질 당했다. 거의 모든 것을 갈아엎어야지 숫자가 하나씩 올라갔으니, 사소한 수정을 포함한다면 50번 가까이 될 것이다. '더 잘 팔기'위함이 아닌, 빼앗긴 들에 봄을 찾아오기 위함이었기에 더욱 필사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간 대단치 않게 여겼던 수없이 많은 마케팅 채널들을 다시 공부하고, 새롭게 적응하는 과정에서 밀려드는 회의는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한동안 길을 잃고 헤맨 시간이 억울하고 분해서, 겨우 잠에 든 침대 위에서 밤마다 이불을 걷어차며 뒤척이기도 했다.



 여전히 폭풍과도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기나긴 폭풍우의 시간을 보낼지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식상하겠지만 '내일의 희망'을 노래할 수 있어서 매일이 그런대로 지낼 만 하다. 네이버에서 '여행용 백팩'을 검색하는 사람의 수가 저번 달에 비해서 3배 가까이 늘었고,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이미 내 주변에도 차고 넘친다. 기대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트래블러스 하이를 다시 찾는 사람들의 수도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적어도 내가 바라보고 있는 풍경 뒤에, 내가 모르는 먹구름이 드리우는 것 같지는 않다.



 결국엔 돌아올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그리웠던 여행과 다시금 진한 포옹을 할 것이다. 가끔은 조바심이 나고,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아직 여행을 얘기하고 있기에, 나 역시 여행을 그리워 하기에, 여행 가방을 만드는 장사꾼의 삶은 내일도 계속된다.





당신에게 여행이 돌아올 그 날, 함께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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