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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룡 Dec 20. 2018

오베라는 남자

영화 감상문

  오베는 강한 남자였고 소냐는 좋은 여자였습니다. 오베가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소냐는 왔고, 오베는 그런 소냐에게 저녁을 사주고 싶어서 가진 것도 없이 좋은 식당에 갔습니다.  하지만 오베는 두 사람분의 식사를 살 만큼의 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냐를 만나러 오기 전에 집에서 밥을 먹고 나왔습니다. 로맨틱한 식당에 앉아 오베는 자신의 직업이 기차 청소부이고, 낮에 군복무중이라고 했던 말은 다 거짓말이며 최근에 집이 화재로 불 타 없어졌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또 가진 돈이 한 사람분의 밥값뿐이었고, 당신에게 저녁을 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오베에게 소냐는 키스를 했습 니다. 


  행복한 시절은 빠르게 지나가고 소냐는 오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납니다. 혼자 남은 오베는 다시 외로운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잘 되지 않았습니다. 가슴 아픈 기억들이 울컥 오베를 할퀴고 지나갈 때마다 오베네 집 창문이라든지, 초인종이라든지, 주차장 셔터라든지를 두드리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베, 사다리좀 빌려줘요. 오베, 이것좀 먹어 봐요. 오베, 인터뷰좀 해줘요. 오베, 제 친구가 커밍아웃을 해서 쫓겨났는데 얘 좀 집에서 재워줄래요? 라고 말하면서요. 오베는 고함을 치고, 거절하고, 떫은 표정을 지어보이면서도 얼떨결에 이웃들의 콜링에 응답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소냐에게 해주었던 많은 일들을 어느덧 이웃들에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소냐에게 받은 것을 누군가에게 나눠주는 오베를 보면서 저는 소냐는 강한 여자이고 오베는 좋은 남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문득 래리 크랩 목사님의 글이 떠오르더군요. “누구도 온전히 믿지 않겠다는 우리의 결단은 죽어야하고”, 그 자리에 “다른 사람들에게서 최고의 것을 받아들이며 우리 속에 있는 최고의 것을 기꺼이 주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글이었습니다. 

  세상에는 주기만 하는 사람도 받기만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고 또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게 사다리든, 중동식 치킨밥 이든, 상처나 추억이든…. 삶은 그렇게 주고받은 것들이 모여서 다채로워집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진정 의미 있는 것을 나눌 수 있으므로 오늘이, 또 내일이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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