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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s Jun 26. 2023

늦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못할 것 같을 때, 안될 것 같을 때,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고 싶을 때

회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어느 날 퇴근길.


다른 날보다 좀 더 피곤했었는지 환승역에서 갈아타는 열차 출발을 알리는 신호음이 들려올 때면 평소엔 달려가서 탔었을 텐데 오늘은 그냥 천천히 걸어가 멀어지는 열차를 보며 승강장의 의자에 몸을 앉히고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


우리 집이 있는 역에 도착해 개찰구를 나와 집으로 가는 길.  교차로의 건널목에 도착할 즈음 초록색 신호가 깜빡거린다. 뛰어서 건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반대편 건널목 신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 다음 보행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뛰어간다면 중간도 채 건너지 못해 빨간색 신호로 바뀔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타이밍에 초록색 신호가 깜빡이고 있는데 그걸 알면서도 만약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면 건널목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깜빡이고 있는 그 신호는 초록색 일 것이다. 건너는 중간에 빨간색으로 바뀌더라도 지금까지 뛰어온 속도로 그냥 뛰어 건너간다면 억지로 건널 수 있을 거고 그다음 방향의 건널목 신호등이 바로 초록색으로 바뀌겠지.


방금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그대로 다음 방향의 건널목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었고 깜빡거리는 초록색 신호에 건너길 포기한 사람들이 반대편 건널목 방향으로 건너고 있었다. 


아주 잠시동안이지만 교차로에 서있는 자동차와 보행자의 모든 신호등이 빨간색인 시간이 있었다.


살아가는 동안 삶에 지쳐 있는 순간에도 깜빡거리는 기회가 눈앞에 보인다면 늦었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주저하지 말고 다시 발을 굴려 뛰어가 보자.


저 멀리 삶의 신호등이 아직 초록색으로 깜빡이고 있다면 일단 멈추지 말고 뛰어보자. 


미처 건너지 못한 채 건널목 한가운데서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뀔지라도 머뭇거리지 말고 힘껏 달음질치던 그 탄력을 유지한 채 계속 달리자. 사람들이 건너는 신호등도 도로에 서있는 자동차의 주행 신호도 모두 빨간색이 되는 그 시간은 달리고 있는 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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