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전, 이 글은 세컨라운드 신촌을 홍보하기 위해 쓴 글이 맞다.
하지만 공간에 담긴 역사와 그 과정에서 자영업, 카페 경영과 관련된 경험, 인사이트를 나누고 싶어 신촌로 51에서 카페 두 번 망한 이야기로 시작해보려 한다.
첫 번째 라운드 - 평범한 카페
2018년, 야심 차게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한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 2008년부터 10년간 빨간색 벽조 건물로 고시원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신촌 대로변에 위치해 지하철에서도 도보 5분 안에 접근 가능하지만 신촌과 동교동 삼거리 사이에 위치해 메인 상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그런 곳이었다.
HUG지원으로 1층은 상업공간, 2-3층은 쉐어하우스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 2019년의 일.
1층이 카페가 되기 전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는데 부동산, 인테리어 사무소 등으로 잠깐씩 사용되었지만 모두 카페에 밀려 사라졌다.
주야 창천 - 밤낮없이 밝은 하늘이라는 이름의 카페는 사실 창천동에 위치해 있어 지어진 이름이었다.
메뉴는 일반 카페와 다를 바 없었고 당시 운영하던 사장님이 바나나 파운드 케이크를 잘 만들어 그게 기억에 남아있다. 매출은.. 뭐.. 적자였지.
두 번째 라운드 - 무인카페
2020년 한참 최저시급이 9천 원을 찍고 키오스크 사업이 급성장하던 시기였다. 이렇다 할 특징 없던 개인 카페로는 도저히 건물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고 -2, 3층은 인당 월 30만 원으로 해당층 월세 내기도 빠듯한 상황- 결국 무인카페로의 전환을 결정.
추가로 들어간 비용은
음료 디스펜서 50만 원
자동 커피머신 300만 원
키오스크 150만 원 (은 22년 5월, 아직도 할부 내는 중)
쓰다 보니 마음이 아파 더 못쓰겠다.
하루 이용료 3,900원만 내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콘셉트의 카페는 시험기간 월 매출 1천만 원을 상회하는 기염을 토하며 높은 가성비를 보여주었다.
물론 심야에 노숙인 분들이 점유하여 경찰을 부르거나 1인 1잔의 음료를 숨 쉬듯이 뽑아 드시는 것은 애교였다.
당시 매출 견인의 가장 큰 공신은 ‘외국인 유학생’이었다. 연세대 한국어 어학당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돌았고 실제 이용 고객의 비중이 외국 유학생들이 절반을 넘을 만큼 많았다.
그리고 시작된
코로나.
그렇게 무인 카페도 망했다.
카페를 운영하더라도 사업자등록증 상 다른 사업장에 포함된 종된사업장의 경우 직접 피해 업종에 대한 지원금도 못 받는다.
정말.. 한강 가고 싶었던 순간이다.
세 번째 도전 - 세컨라운드 신촌
1년은 팬데믹으로 강제 폐업
1년은 임차인을 찾지 못해 손 놓고 있던 시간
이대로는 안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제일 잘했던 게 뭐지?’
부동산. 공간. 그리고 재해석.
주야창천이라는 공간에서 두 번째 도전이었던 무인카페가 없었으면 지금의 세컨라운드도 없었을 것이다.
무인카페를 한다고 했을 때 반대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잘했다. 분명 성공적인 경험이었다. 외부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을 사업을 하고 싶다.
1인 기업, 프리랜서, 퇴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모아 보면 어떨까?
그렇게 세컨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세컨라운드 브랜드로 처음 소개하는 "공간"
이제 막 첫 발을 땐 나와 우리의 공간 비즈니스는 어떤 전환을 맞게 될까?
그다음을 함께 맞이할 1인 창업가, 퇴사 준비생 여러분을 기다린다.
마음을 불어넣었던 서비스는 다시 종료 하였고, 이 글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응원으로 남겨둔다.
덧붙이는 이야기
무인카페 시절 선인장은 긴 시간 인고를 견뎌내고 매장 천장에 도달할 만큼 높이 자랐다. (우측 사진 노란 동그라미 참고)
물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 누구도 관심 주지 않았지만 아찔하게 자란 선인장은 알맞은 크기로 잘라 세컨라운드 홍대에 옮겨 심었다.
세컨라운드 신촌에 들리신다면 엄청난 생명력의 선인장을 보며 힘을 얻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