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지금의 순간
미국으로 다시 돌아온 지 벌써 두 달 가까이 되었다.
이번 가을 쿼터도 미드텀 기간을 마치고 중간의 지점을 막 지나고 있다. 앞서 쓴 글들에서 말했듯, 요즘의 나는 외로움과 우울감에 빠지지 않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중이다. 그 결과 성실하고 기운 넘치며 희망적인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잠시 나에게 칭찬을). 모닝 루틴도 점점 몸에 익어간다. 이 루틴은 건강한 마음과 정신으로 유학 생활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참으로 감사한 방법이다. 물론 몸이 조금이라도 아플 것 같거나 과제가 많을 때는 계획을 수정하는 유연함 또한 잃지 않으려 한다. 모닝 루틴이 끝나면 곧바로 나의 오후 루틴이 시작된다. 여러 시행착오들로 다듬어진 이 루틴들을 따라 매 순간 집중하다 보면 어느덧 해가 뉘엿 저물어간다. 물론 이렇게 착실하게 살게 된 건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짧은 기간 동안 더 뚜렷하게 깨달은 게 있다. 바로 나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게을러지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특히 어떤 구체적인 목표가 없을 때 급격히 무기력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혼자인 시간이 대부분인 요즘 나의 성격과 성질에 대해 더 깊숙이 파악하게 된다.
최근 선명한 목표가 생겼다.
되든 안되든, 여기까지 온 이상 미국에서 취업을 본격적으로 시도해보고자 한다. 그동안은 미국에 있어도 그만, 한국에 돌아가도 그만 다 괜찮으니 되는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젠 좀 더 뚜렷하게 미래를 그려보고자 한다. 물론 이 목표를 마음속에서 세우는 것조차 어렵게 했던 여러 문제들이 존재한다. 일상 회화는 겨우 가능하지만 회사에서 돈을 받고 일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영어 실력, 외국인들에게 더욱 박해진 비자를 발급받는 일, 또한 나의 실력만을 믿고 이러한 비자를 스폰해 줄 회사를 찾는 일 등이 제일 큰 난관들이겠다. 또 아직은 몸 담고 있는 한국의 회사도 정리를 해야 한다. 수많은 유학생들이 겪는 과정일 뿐이겠지만, 나에겐 큰 도전이고 모험이 될 것이다. 먼 친척 하나 없는 이 나라에서 내가 과연 정착할 수 있을까? 안정적인 한국의 상황들을 다 정리하는 것이 정말 현명한 방법일까? 부모님의 바람대로 한국에 빨리 돌아가서 다시 돈도 모으고 결혼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옳을까? 하는 수많은 현실적인 상황과 두려운 생각들이 자꾸 나를 멈칫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이란 예감이 든다. (그리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지난날의 경험들을 되돌아봤을 때, 대부분 나의 도전들은 옳았다. 크고 작은 도전에 앞서 두려움에 잠시 주춤할지언정, 결국 무모하게 실행에 옮겼을 때, 결과적으로 나는 더 크게 성장했으며 과거의 내가 주저하지 않았음에 항상 다행이라 생각했다. 지난 2년 동안 나는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졸업 후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나 고민했고 이제 비로소 그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코앞에 왔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그래 왔듯, 약간의 현실 감각은 내려놓고 좀 더 내 직감이 이끄는 대로 움직여보려 한다.
아직 젊은 나는, 좀 더 새로운 경험과 도전들을 갈망한다.
소위 더 큰 물에서 내 시야를 넓히고 내 그릇을 키우고 싶다. 아직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의 콘텐츠 시장에서 경험을 쌓아보고 싶다. 내로라하는 유명 회사들에 제대로 지원도 해보고, 그곳들에서 한국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내 전문성을 더 키워보고 싶다. 물론 미국에서 평생 살고 싶은 것은 아니다. 지금 생각으론 최소 5년 정도 여기에서 경력을 탄탄히 쌓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단 생각이다. 지금 밟고 있는 석사 과정은 내년 3월에 끝날 예정이고 바로 한국에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기엔 너무 이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제야 이 곳에서 외부 상황에 흔들리지 않으며 내 중심을 곧게 세우는 법을 알 것 같은데, 이제 와서 다시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엔 매우 아쉽다. 분명 몇 년만 더 있으면 영어도 크게 향상될 거란 기대도 한몫을 한다. 영어를 잘하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나의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정말 잘하고 싶다. 영어.
5개월 뒤의 나는 어디에 있을까?
예정대로라면 학교 수업을 듣는 것은 공식적으로 다음 달이면 끝이 난다. 인턴십은 석사 과정에서 필수 과목 중 하나인데, 다음 달 말 나는 새로운 도시로 삼 개월 동안 인턴십을 갈 예정이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설레고 기대가 된다. 동시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에서 본격적으로 영어를 쓰며 일해야 하기에 두렵기도 한다. 조만간 벌어질 상황에 대해 여러 생각들이 뒤엉켜 공존한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의 힘으로 주어진 상황들을 맞이해야 하며, 성실하게 '잘'수행해야 하는 첫 기회이기 때문에 부담감 적지 않다. 아직 이 새로운 상황들을 앞두고 폭풍 전야와 같은 고요한 시간 속에 머물고 있다. 하루하루 영어 공부에 매진하며, 동시에 졸업 작품과 다른 작업들 그리고 수업 과제 등을 하나씩 마쳐가는 중이다. 또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어떤 장면을 떠올렸을 때 가슴이 뜨거워지고 열정이 샘솟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으며 미래를 그려나간다.
내년 3월.
내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예측이 안된다. 인턴십을 마치고 바로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 아님 현실적인 요건들로 인해 일단 한국행을 택할지 아무도 모른다. 우선 나는 그저 매 순간 미래의 내가 후회하지 않을 만한 선택을 내리면 될 것이다. 이성보다 직감을 좀 더 믿어보면서. 그러다 보면 현재 내가 꿈꾸는 장면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