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할 때 나의 만트라
새벽 5시 30분 4도의 공기,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깊게 호흡하고 싶고 오래동안 머금고 싶었다. 너무 오랜만이었다 이런 기분. 왜 그동안 멀리 했을까. 6시에 겨우 일어나서 아침 챙기기 바쁜 나날이긴 했다. 30분 앞당겨 일어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오전에 운동하지 뭐, 이런 핑계는 자주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새벽 운동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30분 걷달을 했다. 반 바퀴는 걷고 반 바퀴는 달렸다. 30분을 채우기 직전 3분은 전력질주도 해보았다. 6시가 되니 하나 둘 아파트 불이 켜지고 주차장에서 차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둠이 조금씩 옅어졌다. 워치를 멈고 운동 기록을 위해 순간 포착 사진을 찍었다. 살짝 맺힌 땀 기운을 느끼며 따듯한 물로 샤워할 생각을 하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내일 새벽 기상을 위한 적당한 동기부여가 생겼다.
4년째 30분 9분대 걷달에 머물러 있는 나의 기록. 숫자는 판단을 부른다. 누구누구는 나보다 늦게 달리기를 시작했놓고 이미 2시간 8분대를 달리는데 나는 왜 이 수준일까. 참 뼈아픈 평가이다. 그렇다고 이 평가가 나의 기분을 다운 시키지는 않는다. 다시 시작했다는 지금이 너무 소중하니깐. 다만, 내일은 31분을 채워보자고 다짐할 뿐이다. 그리고 거리를 늘이고 시간을 줄이는데 고통이 수반되리라 것도 예상하면서. 이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며 그 과정을 견딜 것인지 생각해본다.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책을 펼친다. 달리기는 하는 주변 지인들의 인스타 인증을 살핀다. 환경 설정과 여러 도움 거리를 구체적으로 떠올려본다. 또 뭐가 있을까. 궁리하면 길이 생기겠지. 오늘 운동할 때 아파트 바깥 길에서 여럿이 달리기를 하는 팀들을 얼핏 보았다. 동호회에 들어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테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보자. 일단 책읽기부터.
'아픔은 피할 수 없지만, 고통은 선택하기에 달렸다'라는 의미가 된다. 가령 달리면서 '아아, 힘들다! 이젠 안 되겠다'라고 생각했다고 치면, '힘들다'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젠 안 되겠다'인지 어떤지는 어디까지나 본인이 결정하기 나름인 것이다. 이 말은 마라톤이라는 경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간결하게 요약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단한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것은 적어도 내가 나 자신의 신체를 실제로 움직임으로써 스스로 선택한 고통을 통해, 지극히 개인적으로 배우게 된 것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