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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한수 Nov 20. 2020

상대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삶의 기술

최근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 중에 "내가 제일 잘 안다," "세상의 중심은 나다" 등의 화법을 구사하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게 되었다.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는 것은 아니고, 그저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피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친해질 수 있는 화법은 아니라서 이 사람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지는 않고 그저 관찰해보고 있는 중이다.


이런 식의 화법으로 주변을 장악하고 다른 사람이 스스로를 표현할 기회를 자연스럽게 막는, 그러니까 타인은 도무지 입을 열 기회를 주지 않는 화법을 쓰는 사람들은 사실 호감형이 아니다. 그리고 조금 오만하기도 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쉽게 생각하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겸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자신이 아무리 잘나고 훌륭하게 여겨지더라도, 그것을 타인에게 들이대기보다는 조금은 자신을 낮춰보기도 하고 타인이 가진 장점을 통해 배움을 얻어보기도 하는 그런 종류의 겸손 말이다.


그런데 최근 자기중심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주변인들을 관찰해보니, 사실 이런 화법을 쓰는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겸손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종류의 삶의 기술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고, 나보다 어린 사람이 아는 지식의 가치를 존중한다거나 (비록 나이가 훨씬 많은 내가 그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 하더라도 )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사람의 장점이 내게 줄 수 있는 도움에 감사를 표한다거나 (그것이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하는 등의 삶의 기술 말이다.


상대방은 당신을 위해서, 당신이 세상의 중심에 서 있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어떤 맥락에서는 중심이 되고, 또 어떤 맥락에서는 주변이 된다. 우리 모두가 중심이지만, 또 주변인 것이다. 대화의 시간 속에 당신이 주인공이 되는 결을 발견하고 또 상대가 주인공이 되는 결을 발견하는 화법을 사용하면 어떨까. 의도치 않게 매일 반복적으로 듣게 되는 "나야 나" 화법을 관찰하면서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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