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에 신입 선생님들이 다섯 분 들어오셨다. 처음 뵙는 날 한참 늦게 장소로 달려가면서 즉흥적으로 꽃집에 들어갔다. 거베라 다섯 송이가 예쁜 포장 옷을 입는 동안 다른 꽃들을 쳐다본다. 온갖 색깔의 장미와 이제 한창 산에서도 피어나는 작약, 5월을 맞이하여 빠지지 않는 색색깔의 카네이션. 이름은 모르겠는데 연한 보랏빛의 꽃들도 눈에 들어온다.
2년 전에도 이렇게 즉흥적으로 꽃집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네가 호스피스에서 숨을 거뒀던 날이다. 너의 이름 석자가 들어간 본인상 부고가 떴고, 나는 네가 퇴사한 회사를 다니고 있던 덕에 그나마 그 부고를 봤다. 그렇지 않았으면 난 지금도 네가 어디선가 열심히 공부하고 살아가고 있는 줄 알았겠지.
무슨 정신으로 반차를 내고 옷을 갈아입고 전철을 탔는지 모르겠다. 몸을 부르르 떨면서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역의 출입구 밑에서 꽃집을 하나 보고 들어갔다.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난 너에게 절을 하고 싶지 않았다. 너를 절 두 번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산 자의 미련이었을까. 나는 절 대신 꽃이 필요했다.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는 나 때문에 꽃집 사장님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무슨 꽃을 샀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그냥 연보라색이었던 것만 생각이 난다. 그렇게 엉엉 울면서 꽃을 사고 빈소에서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그 꽃을 아름답게 웃는 네 앞에 올려두었다. 너의 투병 생활을 지켜보며 힘겹게 이별한 가족들 앞에서는 내가 울지 않아 다행이었다.
신발을 신고 나가려는 나를 다정하게 붙잡고, 친구가 마지막으로 대접하는 것을 왜 받지 않고 가느냐는 어머니의 말에 이끌려 국물을 뜨고 떡을 먹었다. 어머니를 처음 뵈었는데 내가 아는 너의 얘기로 한 시간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덕분에 나도 겨우 너를 보내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던 것 같다.
너는 내게 지금도 앞으로도 아름답고 빛나는 사람이다. 연보라색의 꽃을 보면 너를 생각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