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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림 Nov 01. 2020

영어 흘려듣기는 효과가 있을까?

영어는 익숙한 만큼 발전한다.  

영어 듣기를 시작한 이후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내 한쪽 귀에는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이 꽂혀있었다. 밥을 먹으며 남편과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내 한쪽 귀에서는 팟캐스트나 라디오의 영어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물론 내용을 귀 기울여 듣고 있진 않았다. 오로지 내 뇌에 영어 소리를 흘려 넣어주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회의감이 찾아왔다. 귀 기울여 듣고 있지도 않은 이 소리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괜히 내 뇌를 괴롭히고 휴식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은 아닐까. 영어는 제대로 듣지도 않아놓고 괜히 '내 뇌는 열심히 들었을 거야'라는 자기만족이라는 헛배를 부르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귀에서 이어폰을 빼놓았다.


생활에는 고요가 찾아왔고, 시간을 내서 미드를 볼 때만 영어 소리를 들었다. 하루 중 미드를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시간은 아무리 많아봤자 3시간을 넘기기 힘들었다. 그렇게 약 한 달간 영어 소리 노출시간을 확 줄이고 난 후 나에겐 어떤 변화가 찾아왔을까?

영어에 대한 익숙함이 희미해졌다.  

가까스로 좀 친숙해졌다 싶었는데 다시 먼 나라의 외국어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알아들을 수 있는지 여부를 떠나 하루 종일 귀에 들어오던 영어 소리는 집안에 켜놓은 TV 소리처럼, 옆자리에서 소곤대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처럼 생활감이 가득 담겨 가깝게 느껴지는 언어였다. 그러다 언어 노출 시간을 줄이고 나자 머릿속을 맴돌던 영어 발음과 문장들이 서서히 희미해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큰 어려움 없이 써오던 영어일기도 다시 큰 벽처럼 느껴졌고, 문장이 영어로 떠오르는 속도도 느려졌다. 눈앞에 왔다고 생각한 영어가 다시 한 발자국 훅 멀어진 느낌이랄까.


결국, 다시 영어 흘려듣기를 시작했다. 

현지에 사는 것처럼 영어 노출을 늘리기 위해.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흘려듣기가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 게 아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영어 영상(미드)을 집중해서 시청하는 것이다. 영어 소리와 더불어 인물의 표정과 입모양, 구체적인 상황까지 두루두루 관찰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니까. 하지만 보통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미드만 시청할 수 있는 상황이 가능하기는 쉽지 않고, 시간이 가능하다 한들 집중력이 따라주지 않을 것이다. (무자막으로 몰입해서 영상을 시청하려면 꽤 높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미드를 시청하기 힘든 나머지 시간엔 영어 소리만이라도 계속해서 노출해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우선순위

영어 영상(미드) : 몰입해서 시청하기

영어 소리(팟캐스트, 미드 mp3) : 소리에 집중해서 듣기

흘려듣기 : 딴 일하면서 편안하게 소리에 노출


이와 같은 순서로 가능한 시간엔 최대한 영상을 보고, 출퇴근 이동시간이나 청소, 운동 시간 등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이용해 소리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그 외 집중하기 어려운 시간엔 자연스럽게 뇌를 영어 소리에 노출시킨다고 생각하고 소리를 틀어놓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짧은 시간 안에 영어 노출시간을 최대화하여 영어 소리에 귀가 트이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듣기는 어떻게 발전할까?

배려 영어가 아닌 원어민의 찐 영어 발음은 처음 들으면 웅얼웅얼 외계어로 들린다. 모든 발음이 하나로 뭉쳐져 쉬운 문장도 알아듣기 쉽지 않다. 그 발음 속에서 우리가 아는 한국식 발음을 찾으려 하기 때문인데 그럴수록 더 안 들린다. 한국어와 영어는 발음할 때 혀를 놀리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마음을 내려놓고 음악을 듣는 마음으로 오로지 영어의 발음과 혀놀림에 관심을 집중해보면 그게 느껴진다. 의미는 잠시 내려놓고 소리 자체에 집중해서 그 소리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귀를 영어에 맞게 튜닝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할까? 그 시간을 거쳐야 비로소 한 덩어리로 뭉쳐져 들리던 문장들이 의미단위로 점점 쪼개져 들린다. 들으면 들을수록 또박또박 들리는 단어들이 많아진다. 귀가 서서히 열리는 것이다. 영어에 귀가 트이는데 보통 1000~3000시간 정도가 필요하다고들 한다. 하루 종일 집중할 수 없다면 흘려듣기라도 해서 최대한 노출시간을 늘리는 것이 맞는 방법 아닐까?


다시 한쪽 귀에 이어폰을 낀 삶이 시작되었다.

넥밴드 스피커가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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